혼자 걷던 길을 엄마랑 같이 걸었던 행복한 하루
뮌헨에서 보내는 두 번째 날이다. 본격적으로 시내를 돌아보는 날이다. 나가기 전에 아침을 만들어 먹고 나가기로 했다. 겨울 낭만 채우기로 사놓은 펌킨 스파이스 팬케이크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어제 산 바나나와 사과까지 같이 올렸다. 나는 펌킨 스파이스 맛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는데, 엄마는 펌킨 스파이스가 약 맛이 난다고 요거트를 먹었다. 아침까지 잘 먹고는 길을 나섰다.
오늘의 첫 코스는 님펜부르크 궁전이다. 전에 한 번 가봤는데, 오늘은 안까지 들어가 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마이리얼트립에서 미리 티켓도 끊고 지하철도 타고 버스도 타서 도착했다. 날은 약간 흐렸지만 생각보다 맑아서 다행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투박한 듯 예쁜 듯 큰 정원과 궁전이 보였다. 전에 왔을 때는 새가 정말 많았는데,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새가 전보다 줄었다. 그래도 몇몇 새들이 뒤뚱뒤뚱 걸어가고 한가하게 노는 게 귀여웠다. 물가도 걸어가고 새도 구경하다 보니 궁전에 도착했다. 입구에 있는 기념품 가게도 구경하고 입장했다.
님펜부르크 궁전의 외관은 투박했는데, 내부는 화려 그 자체였다. 특히 들어가자마자 처음 보이는 공간에 벽화부터 천장화, 샹들리에까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양쪽에 있는 방도 구경했는데, 방마다 사람의 초상화가 많았다. 이 궁전에 살던 사람들, 이 궁전을 만든 사람들 그리고 가족들의 초상화가 방마다 걸려있었다. 샹들리에가 있는 방도 많고, 벽지 색도 화려했다.
가장 신기했던 방은 미인 갤러리라는 곳이다. 그 당시 미녀 36명을 뽑아서 그림으로 그려놨다고 한다. 당시의 미녀 36명을 뽑을 생각을 한 것도 신기했는데, 한 명 한 명 얼굴이 다른 것도 신기했다. 그리고 미의 기준은 크게 변하지 않는지 그려져 있는 분들이 미인이셔서 보는 게 재밌었다.
그렇게 성 구경도 마치고 나와서 근처에 빵집에 갔다. 샌드위치와 뺑오쇼콜라 그리고 코코아를 주문해서 먹었다. 잘츠부르크에서의 코코아를 마시고 엄마가 코코아의 매력에 빠져서 코코아를 주문해 봤다. 샌드위치와 뺑오쇼콜라는 역시 맛있었고, 코코아도 진해서 맛있었다.
배부르게 먹고는 마리엔 광장으로 향했다. 쭉 걸어가면서 쇼핑도 하고 여기저기 구경도 했다. 혼자 가던 길을 엄마랑 같이 가고, 혼자 하던 쇼핑을 오랜만에 엄마랑 같이 하니까 기분이 묘했다. 한국 같고, 한국이 그리워졌다. 그러고 디엠에서 엄마 기념품도 쇼핑하고, 장도 보고 귀가했다.
저녁으로 내가 뮌헨에서 혼자 살면서 자주 먹은 카레볶음밥을 만들어줬다. 소세지도 하나 굽고, 샐러드도 만들고 엄마가 좋아하는 살라미에 치즈, 그리고 사과도 같이 놨다. 엄마가 맛있게 먹어서 뿌듯했다.
나의 평범한 일상을 엄마랑 같이 하니까 기분이 묘하고 신기하고 행복했다. 내가 평소에도 많이 가던 길을 엄마와 같이 가니 한국인 것 같고, 새삼 내가 엄마를 그리워했구나 싶다. 그리고 엄마랑 여행을 온 게 실감이 더 나고, 한국의 가족들과 친구들도 보고 싶어졌다. 이제 거의 절반이 지났는데, 앞으로 가족들 친구들이랑 연락도 더 하면서 지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