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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카 BeanCa Dec 02. 2024

스무 살 대학생의 혼자 유럽 여행 54일 차

행복 과다 맥주 과다였던 엄마와의 뮌헨 일상

 엄마와 함께 여행하는 날이 하루하루 줄어드는 게 아쉽다. 오늘은 뮌헨에서 나의 일상적인 하루를 함께해 봤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엄마가 산책 삼아 베이커리에서 빵을 사 오셔서 미니 바게트에 버터를 발라 먹고 과일에 요거트도 먹었다. 준비도 후다닥 하고 오늘은 안덱스 수도원으로 향했다. 뮌헨에 거의 오자마자 혼자 놀러 갔던 곳인데, 맥주도 맛있고 풍경도 예뻐서 그때부터 엄마가 오면 꼭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드디어 오늘 같이 가기로 했다.

 Uban을 타고 Sban으로 갈아타고 버스까지 타서 가는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코스였다. 확실히 근교 지역으로 나가니까 풍경이 예뻐서 힐링이 되었다. 밤에 눈이 많이 왔는지 하얀 세상이 펼쳐졌는데, 엄마랑 같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으니 행복해졌다. Sban이 중간에 잘 멈춰서 걱정했는데, 역시나 오늘도 중간에 이유 없이 멈춰버려서 중간에 버스로 갈아탔다. 그렇게 무사히 안덱스 수도원에 도착을 해서 점심부터 먹으러 갔다. 밀맥주인 바이스비어와 엄마가 먹고 싶다던 흑맥주 같은 맥주를 주문하고, 돼지고기 튀김과 소세지를 주문했다. 학센과 돼지고기 중에 고민하다가 엄마가 꼴레뇨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돼지고기로 주문했다. 그리고 오늘이 뮌헨식 음식을 먹는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 될 것 같아서 바이스부어스트라는 하얀 소세지도 하나 주문했다.

 전에 와서 먹은 대로 돼지고기는 역시 맛있었고, 엄마도 맛있게 먹어서 다행이었다. 소세지도 맛있었는데, 엄마의 취향은 아니었는지 좋아하지는 않았다. 대망의 맥주! 밀맥주인 바이스비어는 청량하고 산뜻해서 역시 맛있었고, 흑맥주는 신기하게도 은은한 대추 같은 향이 나서 맛있었다. 흑맥주는 조금 더 무거웠지만, 다른 맥주에 비하면 산뜻한데 향도 좋아서 술술 넘어갔다. 맥주가 너무 맛있었던 나머지 한 잔을 더 주문했다. 윈터 시즌이라서 나온 윈터비어였는데, 흑맥주 65에 바이스비어 35 정도가 섞인 느낌이었다. 바이스비어처럼 청량한데, 향은 흑맥주와 비슷하면서 좋아서 우리의 원픽이었다. 둘이서 맥주 1.5리터를 마시고 약간씩 취해서 양조장을 나왔다.

 안덱스 수도원은 맥주로 유명하지만 수도원 자체는 크지 않아서 수도원은 휘리릭 구경했다. 전에 혼자 왔을 때는 푸른 초원에 집들이 펼쳐졌는데, 어제 눈이 많이 와서인지 오늘은 하얀 눈밭에 눈으로 덮인 집들이 있는 게 겨울 동화의 한 장면 같았다. 아름다웠지만 날씨가 쌀쌀해서 오래 보지는 못하고 버스를 타고 역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호수도 잠깐 들렀지만 역시 바람이 많이 불고 추워서 금방 역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2시간 정도의 짧은 나들이를 마치고 뮌헨 시내로 오는 기차에 탔다.

 맥주를 많이 마셔서인지 졸렸다. 기차에서 잠깐 자다가 Uban으로 갈아타고 언니가 좋아하던 카페로 향했다. 가서 코코아 한 잔과 라떼 한 잔을 주문해서 몸을 녹이고 쉬었다. 여유를 즐기고 싶기도 했고, 날이 추운데 이대로 들어가기는 아쉬워서 카페에서 도란도란 얘기를 하면서 놀았다. 그러고는 로스만에 가서 엄마 기념품을 조금 더 사서 귀가를 했다.

 집으로 들어와서는 간단하게 육개장을 끓여 먹었다. 블록국을 챙겨 왔는데, 그중에서 육개장이 있어서 계란도 풀어 육개장을 완성했다. 와인도 한 잔 하고, 과일까지 후식으로 먹으니 완벽한 저녁 식사였다. 밥을 먹고는 쉬면서 다음 여행도 준비하고, 엄마랑도 놀고 글도 쓰고 있다. 행복한 하루의 행복한 마무리이다.

 엄마가 뮌헨에 오고 싶다고 한 이유 중에는 나와 언니가 잠깐이지만 살았던 곳인 만큼 우리의 일상이 궁금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나의 평범한 하루대로 엄마와 같이 보냈다. 엄마가 조금은 지루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좋아해 줘서 다행이었다. 엄마와 함께하는 하루하루가 너무 행복하다. 둘이 있으니까 얘기도 더 많이 하게 되고, 원래도 가까웠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더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엄마가 돌아가면 정말 많이 보고 싶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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