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고 행복한 하루
오늘의 기상 시간은 새벽 3시 반이었다. 5시에 스트라스부르로 가는 기차를 타기 위해서이다. 3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4시 10분쯤 집을 나섰다. 익숙하게 구글 지도를 열어 뮌헨 중앙역까지의 경로를 찍었는데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나는 지금 출발하는데, 구글은 왜 내 출발 시간을 40분 뒤로 계속 바꾸는 거지?’ ‘왜 구글에는 지하철이 없다고 뜨는 거지?’ 불길한 예감을 가지고 지하철역에 들어간 순간, 아니나 다를까 기차가 50분 뒤에 온다는 전광판이 떠있었다. 나의 예상 도착 시간은 5시 15분이 되었다. 급하게 버스나 다른 교통수단을 알아봐도, 내가 역에 도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였다. 그나마 교통편만 있어서 부분 환불을 하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 잠깐 자다가 8시 반에 일어났다. 일어나자마자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집을 나섰다.
오늘의 새로운 목적지는 안덱스 수도원이다. 나의 인생 맥주를 파는 곳인데, 얼마 전부터 여기 맥주가 너무 마시고 싶어서 일찍 준비를 한 김에 가봤다. 전에는 계속 고기튀김 같은 것을 주문했지만 오늘은 학센이 먹어보고 싶어서 처음 주문했다. 맥주는 윈터비어로 주문했다. 겨울 시즌에만 나오는 맥주인데, 그냥 맥주와 여기 흑맥주가 반반 섞인 맛이다. 전에 엄마랑 왔을 때 밀맥주, 흑맥주 그리고 윈터비어를 주문했는데 윈터비어가 가장 맛있어서 또 주문해 봤다. 윈터비어 때문에 오는 내내 설렜는데, 여전히 맛있었다. 특유의 약간 달달하면서 풍미 가득한 향과 함께 청량하고 깔끔한 맥주 맛이 느껴져서 너무 맛있었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슬퍼졌지만 맛있게 마셨다. 학센은 너무 느끼해서 반도 못 먹었지만 안주로 조금씩 주워 먹었다.
그렇게 배부른 점심을 먹고 향한 곳은 한 광장이다. 크리스마스에 진심인 유럽 답게 뮌헨에서는 메인 광장 이외에도 작은 광장들에도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데, 오늘 그중 한 군데를 방문했다. 여기는 중앙보다 조금 더 아기자기하고 동네잔치 느낌이 강했다. 오히려 메인 마켓보다도 정이 느껴져서 재밌었다. 크레페나 소세지, 빵과 같은 음식도 많았는데 배불러서 음료 한 잔만 주문했다. 아이어 푼쉬라는 이름의 음료인데, 달걀노른자와 화이트 와인, 설탕 등이 들어간 음료라고 한다. 위에 휘핑도 올려주셔서 비주얼은 카페 음료 같았다. 달달하게 맛있었지만, 살짝 느끼해서 다는 못 마셨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마켓 버킷리스트에 있던 음료 하나를 마셔봐서 기분도 좋고 뿌듯했다.
오는 길에 디엠에 들러 이것저것 구매했다. 샴푸와 헤어팩을 거의 다 써서 하나씩 사고, 갑자기 팩이 하고 싶어 져서 오늘이랑 내일 할 마스크팩도 2개 샀다. 피부 앰플도 써보려고 하나 사서 돌아왔다. 들어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마트에 들러 먹어보고 싶었던 마들렌과 쿠키, 계란 그리고 다 마신 두유를 새로 사서 진짜 귀가를 했다.
끝낸 줄 알았던 가족여행 계획에서 새로 알아보라는 게 있어 그것도 조금 알아보고, 오랜만에 홈트도 했다. 집이 좁아서 일어서서 하는 공간은 애매해서 누워서 할 수 있고 자리가 얼마 필요하지 않은 홈트만 깔짝깔짝 했다. 새로 시작한 책도 조금 읽고 뒹굴거리다가 저녁도 만들었다. 오늘 저녁은 오랜만에 소세지를 넣은 계란말이와 누룽지이다. 누룽지도 나의 페이보릿 음식 중 하나인데, 오랜만에 먹으니 더 맛있었다.
글을 마저 쓰고 씻고 팩도 하면서 여유롭게 할 일을 마저 하려고 한다. 오늘 새벽에 깨기도 했고, 내일도 6시 15분쯤 일어날 예정이라 일찍 잠에 들려고 한다. 오늘도 여유롭고 행복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