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크리스마스 마켓에서의 추억
제목과 다르게 하루의 시작은 썩 매끄럽지 않았다.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했는데, 또 지하철 시간을 잘못 생각해 원래 타려고 했던 7시 44분 차를 놓쳤다. 다행히 조금 더 걸리는 8시 4분 차가 있어, 얼른 올라탔다. 이 방법은 2번을 갈아타는 방법인데, 뉘른베르크에서 갈아타고 환승 시간이 55분 정도 되길래 뉘른베르크 크리스마스 마켓에 호다닥 다녀오겠다는 야심참 계획까지 세웠다.
가는 동안 기절해서 도착 직전에 깼더니 15분이나 연착이 되었다. 40분 동안 마켓에 다녀오기는 빠듯해서 마켓은 포기하고 역 구경에 나섰다. 다행히 조금 큰 역이라 구경거리가 꽤 있어서 서점도 구경하고 작은 상점들도 구경했다. 빵의 나라답게 한 역에만 빵집이 8개는 있었던 것 같다. 다음 기차 시간을 착각하고 느긋하게 있다가 기차 출발 5분 전에 다행히 확인을 해서 후다닥 뛰어 다음 기차까지 무사히 탔다. 이 기차는 Hof라는 역까지 가는 기차였다. 1시간 반정도 가서 10분 정도의 환승 시간 동안 갈아타는 코스였다.
그런데 거의 도착했는데 DB(독일의 기차 앱)에 이상한 글이 있었다. 글쎄 ‘Stop cancelled’라는 글이 있었다. 이 기차는 Hof에서 출발해 드레스덴까지 가는 기차인데, 출발역에서 멈추지 않으면 어쩌겠다는 거지? 싶은 마음이었다. 기차가 출발역에 정차를 안 한다는 것이 한국인의 사고로 이해하기 힘들어 내가 모르는 다른 Stop cancelled의 뜻이 있는지도 진지하게 고민해 봤다. 그러나 이 제멋대로인 독일의 기차는 선로의 문제라고 출발역에서 출발을 하지 않고, 44분 걸리는 다음 역인 plauen 역에서 출발을 한다고 적혀있었다. 다음 역까지 가려고 해도 이 기차가 유일한 방법인데 어쩌라는 걸까 싶어 우선 역 안에 카페로 갔다. 점심시간이 되어 핫도그 하나를 사 먹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어서 기분이 좋아졌다.
핫도그는 핫도그고 나는 드레스덴까지 가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호텔까지 예약했기에 드레스덴으로 꼭 가야 했다. 하지만 선로는 고쳐질 기미가 안 보였고, 알고 보니 전전 기차부터 4대가 연속으로 취소된 것이었다. 다행히 그때까지는 다다음 기차를 탈 수 있다고 떠서 그걸 타고 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그 기차도 출발을 하지 않을까 봐 불안해 일단 다음 역인 plauen 역까지 가는 다른 방법을 찾아놨다. 한 번 갈아타는 방법이 있어 그거를 탈지 갈아타지 않는 두 시간 뒤의 열차를 탈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 역에 선로가 하나 있는 것도 아니라서 다음 열차는 다른 선로에서 출발해서 가겠지 싶은 마음이었다. 하지만 느린 유럽의 시스템으로 다다음 열차 시간까지도 선로는 고쳐지지 않았고, 나는 결국 한 번 갈아타고 다음 역으로 가는 기차에 탔다. 드레스덴 방향으로 가는 기차가 한 5개 연속으로(1시간 간격으로) 취소되어 사람이 정말 많았다. 마치 출근길 2호선처럼 많은 인파 속에서 한 번 갈아타서 plauen 역까지 도착했다. 집에서 7시에 나왔는데 어느새 시간은 2시가 넘어 있었다. 그래도 무사히 3시에 드레스덴으로 출발하는 기차에 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7시에 집에서 나와서 드레스덴 역에 5시 20분에 도착했다. 원래 교회 전망대에 올라가 전경을 보고 싶었는데, 교회 전망대가 5시 반에 닿는다고 해서 17분 거리를 12분 만에 걸어갔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 무슨 콘서트 때문에 교회 전망대를 개방하지 않는 날이었다 어쩔 수 없이 호텔 체크인만 하고 짐을 넣어두고 바로 밖으로 나왔다.
이번 호텔은 약간 사치스럽게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는 광장 바로 옆에 있는 호텔로 잡았다. 그래서 호텔 문 밖으로 나오니 아름다운 마켓이 펼쳐졌다. 그동안 꽤 많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봤지만, 단연 여기가 최고의 크리스마스 마켓이었다. 주변에서 드레스덴이 유명세에 비해 별로라는 말이 많아 기대를 안 했는데, 기대를 안 해서인지 힘든 여정 끝에 도착해서인지 마냥 행복했다.
일단 레베에 달려가 오늘 마실 와인부터 사고, 크리스마스 마켓을 즐기기 시작했다. 배가 고파 먹거리를 탐색하다 독일인 친구가 최애 간식이라고 추천해 준 게 보여서 하나 사봤다. 약간 반죽을 작게 잘라 튀긴 도넛 같은 느낌에 슈가파우더를 뿌려주셨는데, 따끈하게 먹으니 맛있었다. 조금씩 먹으며 다시 돌아다녔다. 드레스덴이 유럽 전체에서 가장 오래된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규모도 꽤 컸다. 압도적인 규모는 아니었지만, 웅장함과 아기자기함, 전통과 멋스러움이 공존했다. 전체적으로 오렌지가 포인트 컬러인지 트리가 초록색에 심플하게 오렌지빛과 조명으로 꾸며져 있었는데 심플하면서 너무 예뻤다. 이 마켓의 또 다른 포인트는 가게들의 지붕이다. 다른 마켓들에 가면 가게들이 다 똑같은 모양으로 생겨서 약간 정형화된 딱딱한 느낌이고 통일감은 있지만 정성이나 개성이 안 느껴졌는데, 여기는 지붕까지 가게 분위기나 컨셉에 맞게 꾸미니 보는 재미도 있고 귀엽고 더 정이 갔다.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미니 전망대였다. 계단을 조금 올라가서 볼 수 있는 미니 전망대가 있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풍경이 황홀 그 자체였다. 사람들의 생기, 크리스마스의 화려함, 연말의 따뜻함과 풍요로움, 회전목마나 대관람차의 아름다움, 가게들의 아기자기함까지 한눈에 담으니 정말 행복했다.
가게들을 쭉 한 바퀴 돌아보고, 전망대도 올라가고 마실 거를 사러 갔다. 때마침 공연을 하고 있어서 공연장과 메인 트리 사이에 있는 가게로 가 핫초코를 한 잔 주문했다. 핫초코도 뜨끈하게 맛있었는데, 컵이 너무 내 취향이었다. 지금까지 컵을 모은 적 없이 다 반납했지만, 여기 컵은 유일하게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가져왔다. (유럽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컵에 대해 보증금을 음료 값과 함께 지불하고, 컵이 마음에 들면 가지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납하고 보증금을 다시 받는 구조이다.) 공연도 분위기도 즐기다가 컵이랑 아까 산 와인을 두러 호텔로 잠깐 올라갔다 다시 나왔다. 시간대별로 다른 공연을 하는지 아까의 공연은 밴드의 노래였는데, 이번 공연은 아이들의 춤과 사회자 분의 노래였다. 아이들도 귀엽고, 사회자분이 부르시는 크리스마스 노래들도 흥겨워서 끝까지 열심히 봤다.
공연이 끝나고는 아쉬워서 마켓을 한 바퀴 더 돌고 전망대로 다시 올라갔다. 사진도 조금 찍고 사람 구경도 하다가 내려와서 간식을 하나 사 먹었다. 유럽식 배에 초콜릿 옷을 입힌 간식이었다. 다른 마켓에서도 많았지만, 배는 잘 없고 여기처럼 쥐 모양으로 눈과 꼬리까지 그려주는 것은 처음 봐서 남은 동전으로 사봤다. 맛은 상상 그대로였지만, 달달하고 배도 맛있어서 잘 먹었다.
진짜 마지막으로 전망대에서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노래 들으며 멍하니 바라보다 내려왔다. 지금까지 가본 크리스마스 마켓 중 가장 좋았던 드레스덴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을 마치고 KFC에서 치킨을 3조각 사서 귀가했다. 이제 씻고 글을 쓰고 있는데, 글을 마무리하고 와인과 귤, 그리고 치킨을 야식으로 먹으며 크리스마스 영화를 보려고 한다. 행복한 마무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