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마지막 하루
새벽에 기차를 타고 무사히 뮌헨으로 돌아왔다. 첫 기차에서는 환승 시간을 놓칠까 봐 잠을 잘 못 잤다. 그러고 탄 두 번째 기차에서는 거의 타자마자 기절했다. 4시간 정도 가는 기차였는데, 너무 잘 자서 도착하는 것도 모르고 자다가 스윗하신 다른 탑승객 분께서 깨워주셔서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비척비척 집으로 가다가 뮌헨에서의 마지막 날인데 소세지가 먹고 싶어서 집에 핫도그를 하나 사갔다.
집에 가는 길에 무심코 본 하늘이 예뻐서 행복했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이라 그런지 태양의 붉은 색깔만 보였는데, 아름다웠다. 집에 가자마자 빨래를 했다. 오늘 오후에 짐을 다 싸고 정리도 해야 해서 미리 빨래를 말려야 했기 때문에 바쁘게 움직였다. 빨래까지 하고 어디를 갈지 고민하다가 피곤해서 뒹굴뒹굴거렸다.
뒹굴거리다 마지막 날인게 아쉬워서 시내로 갔다. 맥주를 마시러 갔는데, 원래는 소세지 하나에 맥주로 가볍게 마실 계획이었지만 소세지는 아침에만 가능하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조금 더 거창하게 고기로 주문했다. 정통 뮌헨식으로 다크비어 소스에 고기, 그리고 바삭한 튀김이 어우러져 벌써부터 그리운 맛이었다. 맥주는 여전히 맛있었는데, 뮌헨에서 가장 그리운 것은 아무래도 이 깔끔하고 청량한 맥주일 것 같다. 혼자 여운을 느끼며 점심을 즐겼다.
다음 코스는 최애 카페였다. 마지막 날이라서 가봤다. 오늘은 처음으로 전에 주문해 본 메뉴 중 가장 좋아했던 메뉴를 주문하기로 했다. 당근 파인애플 케이크와 월넛 차였다. 하지만 가자마자 한 번의 고민이 있었다. 오늘 처음 본 메뉴인 화이트 초콜릿 피스타치오 케이크가 맛있어 보여서 고민하다가 마지막 날이니만큼 당근 케이크로 정했다. 수많은 티 중에서 레몬 그레이, 자스민 그린티 등 마시고 싶은 차가 많았지만 같은 이유로 월넛 티를 주문했다. 전에 먹었던 맛 그대로 맛있고 행복했다.
술 때문에 졸렸지만 책도 읽고 친구들과 연락도 했다. 그렇게 잠깐 쉬다가 버스를 타고 근처 디엠으로 갔다. 밤에 바르는 크림이 거의 떨어져 가서 미리 사놓으려고 갔는데 종류가 너무 많아서 고민을 꽤나 오래 했다. 적당히 가장 괜찮아 보이는 2개를 골라서 집으로 향했다.
집 근처 마트에서 블루베리랑 산딸기 그리고 석류를 샀다. 뮌헨의 맛있는 과일을 마지막으로 푸파하기 위해 샀다. 그러고는 건너편에 있는 마라탕 집으로 갔다. 마라를 좋아하지 않는 가족들과의 여행 전에 마지막으로 자극적인 마라가 먹고 싶어서 갔다. 마라탕까지 야무지게 먹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와 씻고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모든 짐을 다 넣으려니 쉽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이라는 게 조금씩 실감이 나기 시작해서 기분이 이상했다. 짐을 어느 정도 싸고 집도 청소했다. 그러고 과일 파티를 즐기면서 글을 쓰고 있다. 내일도 새벽부터 일어나서 나가야 해서 3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야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