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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s Kim Jan 12. 2020

7. 이렇게 나도 어른이 되어 간다.

  또다시 새해를 맞이하고 어느새 나도 서른 중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막상 서른이 되었을 때는 체감하지 못했던 나이의 무게도 해가 갈수록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미래의 내 모습을 상상하는 게 즐거웠던 10대 때는 지금 내 나이 정도가 되면 내가 꽤 멋있는 어른이 되어있으리라 믿었다. 상상 속에 나는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 기도 했고 베스트셀러를 펴낸 소설가이기도 했다.


  상상하던 그 나이가 현실이 된 지금, 슬프게도 나는 화려한 커리어를 자랑하던 어른이 아닌 애쓰며 하루를 보내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어 있다. 지금의 내 모습이 꿈꾸던 이상적인 모습과는 달라 아쉽긴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나는 상상 속의 모습보다 성숙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평범하고 불완전한 지금의 내가 어렸을 때는 몰랐던 지금 내 나이 즈음의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 때 둘째인 나를 낳았다. 평범하게라도 자란 나에 비하면 당시의 부모님은 지금의 나보다도 이뤄놓은 것이 없었고 집세와 생활비에 대한 걱정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던 그 시절 부모님의 경제 사정에 비추어봤을 때, 부모님에게 자녀는 기쁨 못지않게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곧 내게 아이가 생긴다면 아직 나 스스로도 온전히 책임지기 버거운 내가 그 아이를 온전히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은 실로 엄청날 것 같다.  이제야 나는 나를 낳고 키우면서 부모님이 느꼈을 막막함과 외로움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내 나이에서 고작 몇 년이 더 흐른 뒤 엄마는 갓 환갑을 넘기신 외할아버지를 잃으셨다. 그리고 이어진 몇 년간의  심리적 방황에 대해 당시에는 엄마답지 않은 모습이라고 생각해 어린 나는 엄마를 원망하는 말들을 참 많이도 쏟아냈었다. 그때는 엄마의 나이라면 그러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내 나이에 이르러  엄마의 상황이었다고 가정해보면 어쩌면 나는 엄마만큼도 견딜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을 위해 그래도 버텼던 마음은 전혀 알아주지 않고 원망만 쏟아낸 내게 엄마가 얼마나 상처 받았을지 생각해보면 지난 시간이 너무 후회스럽다.  


  부모님은 자녀들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더니, 이제야 겨우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씩 이해할 것도 같은데 엄마와 아빠는 또다시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시간의 터널을 빠르게 지나며 하루하루 큰 폭으로 세월을  지나가고 있다. 지금처럼 언젠가는 나도 60대의 부모님을 이해하는 날이 올 것이고 그때는 지금의 나를 이해할 내 자녀가 있을 거란 생각은 마음 한 켠을 뜨끈하고 저릿하게 만든다.  


  어릴 적 상상하던 겉모습이 멋진 그럴듯한 사람이 아니라 조금씩 부모님을 이해해가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어쩌면 진짜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과정에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나이는 단순히 숫자만 쌓이는  아닌  확실하다. 한해 한해 흐를수록 나도 이렇게 어른이 되어 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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