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뜩한 영국의 공익 광고
영국에서 겪은 진정한 문화 충격
영국에서 TV를 보다가 가슴이 철렁해지는 순간이 몇 차례 있었다.
바로 공익 광고 때문이다. 영국에 온 지 얼마 안 될 무렵, 한국과는 비교하기 힘든 노출 수위와 표현의 자유에도 놀라지만 방송 도중 등장하는 공익 광고는 충격 그 자체다. 영국에 오래 살면서 이미 문화 충격을 겪을 대로 다 겪은 지금도 그때 보았던 공익 광고는 잊히지 않는다.
그 시절 내게 특히 큰 인상을 남겼던 광고 세 편을 모두 찾아냈다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영국의 모든 공익 광고가 이토록 섬뜩한 건 아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내가 금방 찾아낼 정도로 그만큼 회자된 광고다. 화면이 충격적인 만큼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라고 하는 건 반드시 하고, 하지 말라는 건 제발 하지 마"
도대체 광고가 얼마나 섬뜩하길래...
* 심약한 분은 클릭하지 마세요.
저는 광고를 이미 수 차례 보고 장면을 다 기억하는 지금도 클릭하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 영국의 평범한 아침 풍경이다.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이 자동차 뒷좌석에 앉자 차가 출발한다. 얼마 뒤 이들이 탄 차는 맞은편에서 오던 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어쩌면 접촉 사고로만 그쳤을지 모른다. 하지만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던 아들의 몸이 앞으로 튕겨 나가면서 운전석에 앉은 엄마의 목 부위와 세게 부딪힌다. 엄마는 그 자리에 즉사한다.
나만 이 광고에 충격을 받은 것이 아니다. 어린이들이 시청하는 대낮에도 광고가 상영되고 초등학교에서는 교육 자료로 활용되었다고 한다. 이 영상이 담긴 웹사이트에는 어린 시절 광고를 보고 겪은 트라우마 경험담이 이어진다.
화면에 등장하는 THINK라는 문구는 영국 정부의 도로 안전 캠페인을 담당하는 기관명이자, 광고가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운전자와 탑승자 모두 안전을 먼저 생각하자는 뜻이다. 아래에 나오는 다른 광고도 마찬가지다.
↑ 앞서 나온 광고처럼 갑작스럽게 충격을 주거나 강한 효과음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장면은 없다. 그럼에도 도로 옆에 쓰러진 아이의 모습만으로도 처참하다. 그리고 그 아이의 목소리가 전하는 메시지는 오래도록 여운으로 남는다.
If you hit me at 40 miles an hour, there is an 80% chance I'll die.
시속 40마일로 달리다 저를 치면, 제가 죽을 가능성이 80%에요.
영국의 도로 규정 속도인 시속 30마일 (약 48km)을 지키라는 공익 광고다. 이 속도에서는 사고가 나더라도 보행자가 생존할 확률이 80%다. 하지만 시속 40마일 (약 64km)로 달리다 사고가 나면, 보행자가 사망할 확률이 80%가 된다.
광고를 보고 난 뒤 핏기 없는 아이의 얼굴과 목소리가 한동안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 술집에서 처음 만난 두 남녀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다. 여성이 술잔을 들고서 남성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려는 찰나, 자동차가 충돌하는 굉음과 함께 이 여성은 목이 꺾인 자세로 그 자리에 쓰러진다. 이 남성에게도 사고의 여파가 보이지만 죽지는 않았다.
음주 운전으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술집 환경을 빌려 그대로 연출했다. 술을 마시는 순간 운전을 염두에 두라는 메시지다. 주변 배경과 사람은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그대로다.
↓ 이번에는 직접 TV에서 본 건 아니지만 비교적 최근 영상을 한 편 찾아냈다.
↑ 이 장면도 앞서 나온 다른 광고처럼 THINK 캠페인이다. 런던의 한 술집을 배경으로 한다. 화장실에 들러서 아무런 의심도 없이 거울을 보고 있던 남성 앞으로 갑자기 사람의 머리가 거울에서 튀어나온다. 그리고 붉은 액체가 흘러내린다. 음주 운전 차량이 사람을 들이받았을 때 벌어지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 영상에 나오는 사람들이 배우다, 아니다, 논란이 있다. 몰래카메라 형식으로 촬영한 영상이라는 의견이 우세한 웹사이트에서 사람들의 의견을 읽었다. "이제 술집 화장실 가는 것도 두려울 것 같다"며 자신의 감상 소감을 전하는 이들이 많았다.
몰래카메라 영상인지 아닌지 나도 진위는 모르지만, 어쨌건 메시지는 동일하다. 음주 운전을 하면 이처럼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을 정도로 충격적인 장면을 접한다.
끝
커버 이미지: THIN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