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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숙진 Sep 10. 2023

새로 발행한 글을 삭제하고 있으니 양해해 주세요

제 브런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요즘 제 브런치에 '예전 글을 새롭게 다듬어 올립니다'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글이 많아졌죠?


말 그대로 예전 글을 고치는 작업을 진행하는데, 눈치채셨겠지만,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를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이미 수백 여 개의 글을 브런치에 올렸고 이 중 브런치북으로 탄생시킨 것도 많기에 버튼 몇 개만 누르면 곧바로 출품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당장 출품이 가능하다고 해서 만족해서는 안 되겠죠. 한 번이라도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신 분이라면 혹은 프로젝트 당선작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제 심정을 아시리라 믿습니다.


당선작이 아니더라도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소개되는 작품만 보더라도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오는 글, 가슴이 따뜻해지는 문구로 가득합니다. 그런 훌륭한 글로 넘쳐나는 경쟁 공간에서 제 글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큰 의문이지만, 그래도 저는 올해도 내년에도 또 내후년에도 도전하고자 합니다. 


이런 도전을 위해 제가 생각해 낸 방식이 평소에는 자유롭게 글을 쓰고, 프로젝트가 시작되면 예전 글을 고치는 식입니다. 


지금도 새로운 글 아이디어가 여럿 있지만, 이런 글 주제는 메모 형태로만 남겨두고, 당분간 예전 글 다듬기에 더 집중하고자 합니다. 이미 이전 글을 읽었던 분들에게는 요즘 제 브런치가 식상하게 다가올 듯하네요. 죄송합니다.


무엇보다 더 크게 사과드려야 할 분이 있습니다. 바로 저의 '고친 글'을 읽어주신 분들입니다. 다음 메인 화면이나 브런치스토리에 소개된 글을 읽다가 제 브런치까지 찾아와 구독해 주신 분도 마찬가지입니다. 


사과드리는 이유는...

이런 분들의 관심과 좋아요가 담긴 글을 제가 서서히 삭제하고 있어서요.



자기가 쓰고 발행하고 또 이를 독자가 읽고 반응까지 해줬는데 왜 삭제하지?


예전 글을 새 공간에 옮겨놓고 이를 고치고 나니, 예전 글과 새 글까지 두 개의 글이 제 브런치에 공존하게 되더라고요.


예전 글을 읽다 보면,


"왜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늘어놨지?" 

"왜 이런 식으로 표현했을까?"

"글솜씨가 이것밖에 안 되나?"


등의 아쉬움이 계속 묻어나더라고요. 


예전 글에서 느껴지는 불만족과 부끄러움은 나 혼자만의 몫으로 남겨야겠다 결심했습니다. 물론, 새로 고쳐 썼다고 해서 명문이 탄생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여전히 부족하고 또 부끄러운 글이죠. 


현재의 내 실력이 문제의 예전 글을 쓰던 시절 보다 쬐끔 더 나아졌으리라 착각하는 정도입니다.



새롭게 고쳐 쓴 글은 그대로 놔두고, 부끄럽다 여기는 예전 글을 지우면 될 일 아닌가?


맞는 말입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브런치북이 존재하는 한 그 속에 담긴 글은 별도로 삭제할 수가 없잖아요. 


또한, 브런치북에 담긴 글일수록 독자 반응이 크다는 점도 저를 망설이게 했습니다. 단독으로 글이 발행될 무렵 어느 정도 독자의 관심을 모으다가 글이 여럿 모여 브런치북으로 만들어지면서 브런치북 자체에 관심이 쏠리고, 또 그러면 개별 글을 누군가 더 읽어주기 마련이죠. 제가 새로 고쳐 쓴 글이 짧은 기간에 받게 될 반응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예전 글에 관심을 가져준 독자와 고쳐 쓴 글에 관심을 가져준 독자, 두 부류를 절대 무시할 수 없어서 고민했습니다. 


그럼에도, 두 개의 글을 한 공간에 내버려 둘 수 없다는 저의 엉뚱한 자존심 때문에 결국 둘 중 하나는 없애기로 했습니다. 


어느 글이든 반응이 더 좋았던 글을 남겨두되, 고쳐 쓴 내용을 그 자리에 채워 넣기로 했습니다.



글을 새롭게 고쳐서 새로 발행하고 이를 다시 지우고, 글을 지웠다고 사과하고... 그럴 바엔 차라리 글 하나씩 몰래 고치면 되지 않나?


그것도 맞는 말이고, 저도 처음에는 그런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새로이 글을 발행하지 않고 기존 글을 고치는 작업만 계속 한다면 제 브런치는 정체된 공간으로 보이지 않을까 두려웠습니다. 


최근 브런치가 새롭게 시작한 스토리 크리에이터 방침에 따라, 제 브런치에 <자기계발 분야 크리에이터>라는 거창한 명칭이 떡하니 붙으면서 제 브런치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마저 따르더군요. 제가 어떻게든 글을 쓰고 있음을 독자에게 보이고 싶었고, 그러다 보니 오히려 글쓰기마저 더 즐거워지더군요.




시간을 내서 글을 읽고 좋아요까지 눌러줬더니, 갑자기 글이 사라져 황당해하실지 모르겠네요. 혹시라도 사라진 글을 찾으신다면, 해당 제목으로 검색하시면 제 브런치에 나옵니다. 최근에 보신 내용 그대로 업데이트되어 있습니다.


제 브런치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커버 이미지: Photo by Perfecto Capucine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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