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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숙진 Jun 09. 2024

영어 독서를 시작하는 이에게 추천하는 작품

"XX 백반집이 빠지다니, 그래 놓고도 추천이라 할 수 있어?"


맛집을 추천하는 글에 늘 따라오기 마련인 댓글이다. 


특정 지역이나 주제에 맞춘 맛집 정보와 함께 식당의 대표 메뉴를 사진으로 소개하는 글이 요즘 넘쳐난다. 낯선 여행지에서 먹거리를 탐방하러 다니는 사람에게 유익한 정보가 되리라. 


시끌벅적한 맛집 분위기를 오히려 꺼리는 내 입장에서도 이런 정보는 고맙게 여겨진다. 글에서 추천하는 집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 영국에 살다 보니 그럴 기회는 거의 없지만 - 그리운 모국의 음식을 간접 체험한다는 엉뚱한 목적에서다. 


같은 공부방을 공유하다 보니 내 컴퓨터 화면을 수시로 훔쳐보는 남편이 이해 못 하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 늦은 시간에 먹도 못할 감자탕 사진 펼쳐놓고 뭐 하는 거지? 안 그래도 출출해 죽겠는데..."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이요 누구나 잠깐의 노력으로 필요한 정보에 금방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다 보니 아무리 추천을 잘하는 사람의 글이라도 어디서든 불만스러운 반응은 나올 수밖에 없다. 


현지 주민만 아는 숨은 맛집은 미처 찾아내지 못해서 혹은 제한된 시간과 예산이 허락하는 선에서만 조사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제외시킨 식당도 있을 테다. 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동일한 음식이라도 누구는 '맛있다' 또 누구는 '맛없다'라는 엇갈린 반응을 할 수도 있지 않은가.


맛집 추천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책 추천 또한 마찬가지 신세가 아닐까 싶다.


나 스스로도, 왜 이런 책을 가져다 놓고 추천이랍시고 하나 싶어 글쓴이를 원망하기도 했다. '마흔이 되기 전 읽어야 할 책', '꼭 읽어야 할 고전도서', '청소년 권장 도서'라고 자랑스럽게 제시해 놓고는 극히 일부 독자에게만 먹힐 책을 소개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글을 참조하려던 내가 오히려 좀 더 보태주어야 하나 심정이 들 정도로...   


그런데, 나 또한 추천을 하는 입장이 되고 보니 뒤늦게서야 추천하는 이의 노력이 외부인의 눈에 함량 미달로 보이는 이유가 뭘까 고민하게 되었다. 


간단히 생각해 보면, 영리 추구가 아닌 개인의 순수한 호기심으로 조사한 결과물은 어떻게든 정보가 한정될 수밖에 없으리라. 요즘처럼 정보가 흔하다 못해 가짜 정보까지 난무하는 세상에서는 개인의 한계가 드러나는 글이 오히려 더 미더울 수 있다. 돈을 받고 전문적으로 맛집을 탐방하거나 직업적으로 서평을 쓰는 사람이 내놓는 결과물이 훨씬 더 전문적이고 아름답겠지만.


조지 오웰의 에세이 <어느 서평자의 고백>을 읽어보니 작가들이 생계를 위해 책 서평을 쓰는 일도 겸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돈을 받고 하는 일이다 보니 쓰레기라 폄하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도 어떻게든 칭찬으로 포장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본업인 집필 활동에 전념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생계를 위해 출판사가 건네는 책을 받아 서평을 쓰다 보니 다 읽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이 에세이를 읽는 순간, 초보 서평가인 나 자신이 갑자기 자랑스러워졌다. 쓰레기를 쓰레기라 부르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내 글이 더 진실되리라 싶어서다. 


내 글에는 어떻게든 한계가 있다는 지극히 단순한 주장을 펼치기 위해 이토록 서두가 길었다.


제목에 담긴 '영어 독서를 시작하는 이'라는 말도 애매하다. 영어 실력 자체가 초보 수준일 수도 있고 영어는 어느 정도 하지만 영어로 된 책으로 독서를 해보지 않은 사람을 가리킬 수도 있다.


여기서는, 영자 신문 읽기가 가능한 실력에 맞는 책을 소개하겠다. 



북클럽에서 다룬 100쪽 내외의 중단편


가장 먼저 추천하고 싶은 책은 내 브런치 북클럽에서 다루는 책이다. 




100쪽 내외의 영어 책 중 비교적 읽기 쉬운 영어 위주로 다룬다. 내가 먼저 읽어보고 다른 사람과 토론을 벌일 만한 주제거리가 있는지, 영어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한 다음 북클럽에 소개하기에.


분량도 중단편 규모라 비교적 금방 끝낼 수 있다.



C.S. 루이스 <나니아 연대기> 시리즈


마법사의 조카 (The Magician's Nephew)

사자와 마녀와 옷장 (The Lion, the Witch and the Wardrobe)

말과 소년 (The Horse and His Boy)

캐스피언 왕자 (Prince Caspian)

새벽 출정호의 항해 (The Voyage of the Dawn Treader)

은의자 (The Silver Chair)

최후의 전투 (The Last Batt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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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권으로 구성된 <나니아 연대기>는 일부 작품이 영화로도 제작되면서 한층 더 유명해졌다. 


어, 책 순서가 왜 이렇지?라고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을 텐데, 위 순서는 작품 속 이야기가 진행되는 순서이지, 실제 작품이 나온 순서와 영화화된 순서는 조금 다르다.


나의 경우, 낭독하며 읽겠다는 각오를 하고 전자책으로 구매했다가 중간에 그럴만한 작품은 아니라는 갑작스러운 판단으로 자동 읽기 기능을 이용해 완독한 책이다. 내용이 재미없거나 낭독할 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작품에 나오는 괴상한 등장인물 이름과 지명을 일일이 발음하기가 거북해서다. 


평소 독서 습관대로 오디오북으로 들었으면 훨씬 더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가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어쨌건 영어 수준은 평이하다. 마법의 세계가 등장하는 판타지 소설인만큼 이름과 지명 등의 명칭이 생소하게 들릴 수는 있다. 



조지 오웰 에세이


영국식 살인의 쇠퇴 (Decline of the English Murder)

한 잔의 맛있는 홍차 (A Nice Cup of Tea)

교수형 (A Hanging)

서점의 추억 (Bookshop Memories)

코끼리를 쏘다 (Shooting an Elephant)

나는 왜 쓰는가 (Why I Write)

어느 서평자의 고백 (Confessions of a Book Revie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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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농장>, <1984> 등 소설로 유명하지만, 저자의 글솜씨와 날카로운 재치가 돋보이는 건 오히려 에세이라고 한다.  


대부분 5~10페이지 정도로 글이 짧으며 비교적 쉽게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조지 오웰 특유의 유머와 재치를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지 오웰의 소설과 에세이에 관심이 있다면 그의 전집을 구매하도록. 모두 저작권이 소멸된 작품이므로, 전자책의 경우 개별적으로 구매하나 전집으로 구매하나 가격에는 별 차이가 없이 모두 저렴하다.



오스카 와일드 단편 소설


행복한 왕자 (The Happy Prince)

헌신적인 친구 (The Devoted Friend)

욕심쟁이 거인 (The Selfish Giant)

모범적인 백만장자 (The Model Millionaire)

나이팅게일과 장미 (The Nightingale and the Rose)

비밀 없는 스핑크스 (The Sphinx without a Sec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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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출신 시인이자 극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그의 유일한 장편 소설인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The Picture of Dorian Gray)' 작가로도 유명하다.


1800년대에 활동한 저자인 만큼 그의 작품에는 시대 분위기가 반영되어 심오한 생각을 하게 만드는데, 그의 단편 소설만큼은 가볍게 읽을 수 있다. 21세기 관점에서 해석해도 전혀 예스럽지 않고 동화 같은 분위기라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존 그린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The Fault in Our Stars)

알래스카를 찾아서 (Looking For Alaska)

이름을 말해줘 (An Abundance of Katherines)

렛 잇 스노우 (Let it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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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녕,헤이즐>의 원작에 해당하는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의 작가로 유명한 존 그린은 이 작품처럼 10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을 많이 썼다.


10대의 고민과 방황을 섬세하게 잘 묘사했다는 평도 있지만, <알래스카를 찾아서>에서처럼 자살과 폭력, 동성애, 섹스 등에 대한 자극적인 묘사와 욕설로 난무하는 대화까지 청소년이 읽기에 부적절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일부 지역에서는 금서 취급을 받는다. 저자의 책이 모두 이런 성향을 지니는 건 아니다. 


존 그린 책을 금지한다는 소리를 들은 적 없고, 그래서 우리 동네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는 걸 보니 역시 영국은 허용 수위가 높은 것 같다.


일기를 적어가듯 주인공의 1인칭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내용 이해가 쉽다. 앞서 지적한 자극적인 내용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말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And Then There Were None)

오리엔트 특급 살인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애크로이드 살인 사건 (The Murder of Roger Ackroyd)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The Mysterious Affair at Styles)

빛나는 청산가리 (Sparkling Cyan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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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장 공연 연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쥐덫>을 비롯해 연극과 영화, 라디오 드라마로 제작되면서 더 유명해진 아가사 크리티의 작품은 읽기도 쉽다는 점에서 영어를 공부하는 외국인 독자로부터 호응을 얻는다.


흥미진진한 서술 방식과 예상치 못한 사건 전개에 매료되어 중간에 책을 내려놓기 싫을 정도다. 살인 사건을 다루면서도 살인의 잔인성이나 폭력에 집중하기보다는 사건 해결을 위한 실마리 찾기와 희생자를 둘러싼 주변 인물 탐색에 더 관심을 가진다. 여류 작가가 쓴 탐정 소설의 특징이라 해야 할 것 같다. 

 


마크 트웨인 소설과 단편


톰 소여의 모험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허클베리 핀의 모험 (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

유령 이야기 (A Ghost Story)

인생의 다섯 가지 선물 (The Five Boons of Life)

이야기하는 방법 (How to Tell a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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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TV 만화로 즐겨보던 작품인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의 원작은 만화처럼 단순하지는 않지만 비교적 영어가 쉽다.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삼기 때문이리라. 이 장편 소설 말고도 마크 트웨인의 단편 작품 또한 읽을 만하다.


참, 작가가 남긴 말이 있으니 그의 작품을 논하는 건 여기까지만 하겠다.



wist.info


<허클베리 핀의 모험> 서두에 마크 트웨인이 남긴 글이다.


책 내용을 두고 조금 깊게 고민했다가는 저자에게 호되게 당할지 모르니 책만 열심히 읽자. 저자가 작고한 지 한 세기도 더 지났지만, 그의 말대로 될지 누가 알겠나.


커버 이미지: Photo by Kampus Production on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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