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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숙진 Sep 09. 2024

독서, 영화 감상, 글쓰기로 시도하는 <영어공부>

"맨날 단어와 숙어 외우느라 영어공부가 지루하다."

"토익 900점을 넘기고도 외국인을 만나면 말문이 막힌다."

"책장 한가득 책을 채워 넣고 기계(?)도 사서 공부하는데 영어 실력이 늘지 않는다."


영어 교육을 전공했다고 하면, 주변에서 내게 하는 말이다. 영어를 공부하는 방법도 목적도 각자 다르지만 영어공부에 대한 하소연은 거의 한결같다. 물론,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나?"


내 전공만 믿고 이렇게 질문하는 분들의 믿음에 보답하고자 나름 정성껏 답변해 주는 편이다. 질문이 동일하기에 답변도 동일하다.


"필요할 때 실전 문제집 정도만 풀어보고, 평소에는 독서와 영화 감상, 글쓰기, 이렇게 세 가지만 꾸준히 해보세요."


한국에 있을 때 나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입시나 취업의 목적으로 영어를 공부하고 토익 시험도 수 차례 쳤으며, 영국에 와서는 경험 삼아 아이엘츠 (IELTS)를 쳤다. 실전 문제집 구매와 응시료를 제외하고는 큰돈 안 들이고 원하는 점수를 받았다. 아이엘츠의 경우, 도서관에서 빌린 문제집으로도 충분히 시험 유형 파악이 가능했기에 응시료 말고는 쓴 돈이 없었다. 이 정도 경험이면 타인에게 들려줄 만하다 여겼다. 


문제는, 내 경험과 전공을 바탕으로 성의껏 답했음에도 질문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기대와 너무 다르기 때문이리라. 뭔가 획기적인 영어공부 비법을 원했을지 모른다. XX 문제집이 좋다더라, XX 학원 수강을 들어보라 등의 정보 말이다.


이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답변을 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이미 영어공부 책으로 꽉 찬 책장에 얼마 뒤 새로 구매한 책을 추가로 꽂아두고 누군가 한숨 쉬고 있지 않겠나. 혹은, 6개월치 학원 수강료를 부담하느라 허덕이지 않을까. 


영어공부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자주 찾는 책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봤다. 


XXX 토익 고득점 완성 LC

XXX 토익 보카

XX 토익 실전 Reading

토익 기출문제 XXX

XXX 토익 베이직

XX 토익 왕기초


어쩌면 나와 같은 영어 전공자가 있을 수도 있고, 또 한동안 다니던 학원에서 만난 사람까지... 누군가는 이런 영어 책 제작이나 강의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을지 모른다. 실제로 이런 책으로 도움을 받은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어공부에 대한 내 생각은 단순하다. 


영어공부를 하려면 영어로 해야 하지 않는가?

지루할 정도로 두꺼운 '공부 방법' 책을 붙들고 있을 필요가 있나?


내 생각일 뿐이다. 아마 앞으로도 영어공부를 어떻게 하냐고 누가 물어온다면, 내 대답은 동일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해서 식상하게 들리겠지만 공부에는 왕도가 없다. 어떤 식으로든 무슨 책으로 공부하든 실력을 늘리면 그만이다. 중요한 건 꾸준히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껏 영어공부 책을 여럿 사고도 효과가 없었다면 혹은 꾸준히 하기 힘들었다면 생각을 바꿔보자.


다만,


당장 취업을 목표로 영어 점수를 올려야 하는 사람

시험을 대비해 영어 점수를 단기간에 받아야 하는 사람

영어 대화나 업무 따위는 관심도 필요도 없고 영어 점수만 받으면 되는 사람


이런 사람이라면 내가 제안하는 방법이 쓸모없을 것이다. 대신, 어떤 목적에서든 꾸준히 즐겁게 영어공부를 하고 싶은 이에게는 내 방법을 추천한다.



독서


꾸준한 영어 책 독서는 영어 어휘 습득과 독해, 작문에 도움이 된다. 물론, 자신의 실력에 맞는 책을 골라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사전에 의존하지 않고 읽을 정도의 책 말이다. 사전이 필요 없다고 해서 책에 실린 단어를 100% 이해한다는 말은 아니다. 


한국에서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누구나 한글 신문 정도는 읽어내지 않는가? 그런데, 신문을 읽어낸다고 해서 사회, 정치, 연예, 경제, 스포츠 면에 담긴 전문 용어를 모두 파악한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가 신문을 대하듯, 대략 70% 정도 어휘를 이해한다면 영어든 한글이든 끝까지 읽을 만한 글이라 할 수 있다.  


또한 흥미를 가지고 읽을 만한 책이어야 한다. 스릴러나 공포물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로맨스, 코미디를 좋아하는 사람, SF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영어공부를 위한 독서라면 다양한 부문의 책을 고르는 것이 도움 되므로 픽션과 논픽션을 고루 선택하는 방식도 고려할 만하다.



영화 감상


영어로 제작된 영화 한 편을 끝까지 감상할 수 있다면 듣기와 회화 공부가 된다. 영화를 고르는 방식도 책 고르기와 유사하다. 자막과 사전의 도움 없이 끝까지 감상할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흥미를 가지고 볼 만한 영화여야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치게 특정 장르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양한 분야에서의 영어 듣기, 이해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아래는 책과 영화에서 발췌한 유명 문장이다. 책이나 영화에서 이런 글을 발견하고 따라 외우다 보면 영문 이해와 듣기에도 도움 되며 지루하게 다가오던 영어 단어, 숙어, 문장 형식도 저절로 익혀진다. 



“Carpe diem. Seize the day, boys. Make your lives extraordinary.” 

- 죽은 시인의 사회 -


“The thing that makes Woody special is that he’ll never give up on you.”

“Woody once risked his life to save me. I couldn’t call myself his friend if I weren’t willing to do the same. So, who’s with me?”

- 토이 스토리 -


“Anyone who ever gave you confidence, you owe them a lot.”

- 티파니에서 아침을 -


“Magic Mirror on the wall, who is the fairest one of all?" 

-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


“I am no bird; and no net ensnares me: I am a free human being with an independent will, which I now exert to leave you.” 

- 제인 에어 -


"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 대부 -


“And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 위대한 게츠비 -


“It is a truth universally acknowledged, that a single man in possession of a good fortune, must be in want of a wife.” 

- 오만과 편견 -


“And may the odds be ever in your favor.” 

- 헝거 게임 - 



이런 문장은 어떻게 찾아내냐고?


영어로 된 영화/책 제목과 'quotes'라는 단어를 함께 넣어 검색하면 영화나 책에서 나온 유명 문장을 모아 놓은 사이트가 수두룩하게 나온다. 



글쓰기


전문 작가가 아닌 이상 글쓰기는 누구나 막연하게 다가올 수 있다. 모국어로도 힘든 일을 이 자리에서는 영어로 쓰는 일을 강조하고 있지 않은가.


어떤 방식이든 상관없다. 가장 흔하게는 일기 쓰기를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매일 영어 글쓰기를 시도하는 나조차도 일기는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학창 시절 강요에 의해 일기를 쓰던 세대인 만큼 일기가 부담되기도 하지만 글로 남길 만큼 일상에 큰 변화가 없어서라고 핑계 댈 수밖에 없다. 대신, 여행을 다녀오는 등 흥미로운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나는 일기 형태의 기록으로 남긴다. 


일기가 어렵다면, 앞서 언급한 독서와 영화를 글로 연결시키는 방식도 고려해 보자. 독서와 영화 감상으로만 그치지 않고, 자신이 본 내용을 글로 써내려 가면 된다. 책이나 영화 비평이 될 수도 있고 줄거리나 요약이 될 수도 있다. 조금 더 여유가 생긴다면, 자신이 쓴 글을 몇 차례 반복해 읽으며 문장을 고쳐도 좋다. 매번 100 단어 혹은 200 단어 정도로 정해놓고 써보자.


커버 이미지: Photo by Austin Distel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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