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콩나무궁전 Oct 04. 2023

성공적인 퇴사를 꿈꾸며

갓생러의 시작

2년 전, 회사에 입사하는 동시에 퇴사를 꿈꾸었다.

성공적인 퇴사를.

내가 생각하는 성공적인 퇴사란 퇴사 후에도 회사에서 벌던 월급을 따로 벌 수 있도록 준비해 놓고 나가는 것이다.

그렇게 성공적인 퇴사라는 당찬 야망을 품고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역시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프리랜서로 작업만 해왔지 조직 생활은 거의 처음이다시피 했고, 같은 기술을 이용하더라도 이용되는 분야가 달라서 1년 동안은 적응하느라 바빴다.

게다가 자존감과 자신감이 바닥이었던 시기에 대표님이 먼저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해 주셔서

그 믿음에 대한 보답을 갚아내느라 나를 더 채찍질하며 쫓아갔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무작위로 날아오는 일을 속수무책으로 쳐내느라 바빴던 매일.

퇴근 시간이 지나 야근을 하면서도 훌쩍 가버린 하루는 짧았지만, 2년이라는 시간은 너무도 멀어서 막막한 긴 시간이었다.


잘 해내고 싶은 부담감을 짊어지고,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은 자괴감과 싸우면서 피곤한 몸 겨우 잠시 눈 붙였다 바로 일어나 다시 회사로 향하는 매일의 반복…

의욕과 열정으로 똘똘 뭉친 나의 패기는 1달 만에 사르르 식어 너덜거렸다.

1년만 채우고 나갈까?
2년이 뭐야 지금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다!


매일 퇴사하고 싶은 마음 꾹꾹 눌러 담다 보니 1년이 금세 지나갔다.

아니 벌써 1년?? 어쩌지?? 아직 퇴사 준비는 하나도 못했는데!!


다행히 1년이 지나자 속수무책으로 날아오는 업무도 자리가 잡혔고, 나도 적응을 하면서 속도와 실력이 향상되었다.

이젠 정말 퇴사 준비를 해야 할 때가 되었다.

뭐부터 해야 할까?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아니 앞으로 대체 뭘 하면 좋지?
내 인생 어떻게 되는 거야 뭘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어!


1년 동안 회사에 적응하느라 엉엉 댔는데

이젠 앞으로 뭘 할지 몰라 엉엉 대기 시작했다.

그런 나에게 한 발 앞서 홀로서기에 성공한 개인사업자 6년 차 짝꿍이 조언을 해주었다.


뭘 할지는 나중에 고민해도 된다.
먼저 사람을 모아라.


뭣도 없는데 무슨 수로 사람을 모으지??

’무엇‘이 없는데!

아직 모르겠지만 일단 짝꿍의 추천으로 마케팅 강의를 듣기 시작했다.

뭘 할지 모르겠다면, 어떻게 할지를 먼저 공부해 두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이다.


그렇게 나의 갓생 생활이 시작되었다.

출근해서는 회사가 돈 버는 구조를 유심히 보며 일하고, 퇴근 후에는 마케팅 강의를 들었다.

매일 9시간 10시간씩 하루종일 같은 자세로 앉아 모니터를 노려보고 있으면 안 아픈 곳이 없기 때문에 퇴근 후 운동도 포기할 수 없었다.

연초에 열심히 했던 일기 쓰기와 책 읽기는 뒷전이 되었지만 퇴근 후 운동과 강의로도 빠듯했다.


그리고 2년 후…

마침내 퇴사를 하게 되었다.

예전의 기준대로라면 성공적인 퇴사를 하진 못했지만,

“뭘 어떻게 해야 하지?”에 대한 답은 찾았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내 안의 불타는 열망과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 있는 일을 발견했고,

내 마음을 돌보는 법, 무엇이든 잘 파는 법을 배웠다.

지금 당장 매달 나오던 월급을 벌고 있진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로 자유롭게 일하면서 몇 배는 더 벌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든다.


회사생활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지만

나의 갓생 생활은 계속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잘하는 건 도대체 뭐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