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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빛서가 Aug 09. 2021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현재를 살아라!

라인하르트 K. 슈프랭어 <내 인생 나를 위해서만> 책 에세이

쳇바퀴 돌 듯, 다시 한주가 시작되었다. 아이들 방학에다가, 코로나19가 너무 심해져서 집에만 있으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날은 아이들에게 온전히 시간을 쏟아부었다가, 오늘 같은 날은 내 주변의 모든 상황을 외면하고 머리 싸매고 누워있었다. 시간은 매초, 매분마다 박자에 맞춰 균형 있게 흘러가는데, 나는 매일이 들쑥날쑥이다.


어제는 마음이 불편한 일도 있고 해서, 금주 선언을 잠시 미뤄두고 남편과 술 한잔 기울이면서 기분을 풀었다. 그 여파가 다음날까지 이어져서, 새벽 기상부터 참 버거웠다. 밤늦게까지 먹은 음식 때문에 체한 기운이 가라앉지 않아서 하루 종일 속이 더부룩했고. 소화제를 먹어도 낫지 않으니, 지난밤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들이켜댄 술과 안주가 후회될 뿐이었다. 오늘 새벽부터는 '글쓰기' 모임도 시작을 해서 더욱 긴장해야 했는데, 겨우 일으킨 몸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또, '나의 일'과 아이들 사이에서 아슬아슬 균형 맞추기를 해야 한다는 것을 외면한 대가였을지도.


하루 종일 침대와 거실을 오가면서 꾸역꾸역 시간을 보냈다. 자꾸 습관처럼, 핸드폰으로만 눈길이 가는 걸 막기 위해 또 책을 펴들었다. 마침, 이번 주에 나인해빗 지정도서이기도 한 라인하르트 k. 슈프렝어의 <내 인생 나를 위해서만>을 읽어야 했고. 술 때문에 소중한 하루를 버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책의 제목에서 대충, 짐작할 수 있듯이 작가는 "내 인생을 내 뜻대로 살아도 될까요?"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그리고 죽을 때 후회 없을 단 한 가지 삶의 태도를 설명하기 위해 12가지의 원칙도 차례대로 제시하고 있다. '내 인생은 내 것'이라지만, 온전히 하루를 '내 의지대로' 보낸 적이 있었을까? 살아오면서 매 순간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 놓였을 때 나는 과연 '오롯이 내 뜻대로' 결정한 적이 있었던가? 자문해 보았다. 난 나지막이 '아니오'라고 혼잣말을 해버렸다.



대다수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다는 사실을,

그것도 날마다 선택한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삶이 자신이 매 순간 행한

선택의 결과임을 잊어버린다.

P.24


정말 그런 걸까?! 롤러코스터 타듯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나의 일상이 모두 나의 선택인 걸까? 이 문장의 마침표까지 딱 읽어내는 순간, '맞다. 불편하지만 인정한다'라고 생각했다. 사실 코로나19로 등교중지가 된 이후부터 나는 항상 '날'이 서있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방역에서 느슨해지기도 했고, 허용한 범위 내에서는 '괜찮겠지...'라고 안일하게 여기기도 했다. '답답하다'라는 이유로, 마치 마스크만 쓰고 있을 뿐 예전의 일상과는 다름없는 삶을 살았던 것도 같다. 그 결과, 매일 1800명에 육박한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고 4단계라는 강력한 조치가 내려졌다. 난 이 상황이 두려워 집안으로 숨어버렸다. 최소한의 활동과 '하지 말라는 것'들을 지키면서 숨을 죽이고 있다. 

이것도 내가 내가 선택한 삶이었다. 



시간이란 소유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시간은 우선 순위의 문제이다.

'지금 이 순간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시간의 있고 없음은 그게 무엇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중략)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는 말은 

다른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P.67, 69


집안에서 하루 종일 심심해하는 아이들을 챙기다 보면, 항상 '내 일'은 뒷전이 된다. 정작 해가 지고 밤이 되어서야, '책도 읽고, 글도 써야 했는데..... 도대체 내 시간은 어떻게 마련하냐고!'하고 이 상황을 원망한다.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는데... 난 언제까지 시간을 아이들에게 양보해야 하는지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갈 때가 있다. 종종 아이들에게 책도 읽어주고, 독후 활동도 함께 할 때면 '나의 쓸모'를 확인하기도 하지만, '정작 나를 위한 시간'이 있었는지에는 회의가 든다. 그런데, 어쩌면 난 '작가가 되겠다는 내 꿈'보다는 '엄마로서의 역할'에 애정을 더 쏟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었을까.  말 그대로, 나보다는 '아이들'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니까 사실 그렇게 억울할 일은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인정하고 있지 않았거나, 알아차리지 못했을 뿐.



작가가 되고 싶다고?

그렇게 꿈만 꾸고 있는가.

아니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 노력을 기울이는가?

계획을 세워놓고 말로만 떠드는가,

아니면 구체적인 실천을 하는가?

P.94

와, 싸다귀를 제대로 맞았다. 그저 사회 속에서 나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한 도구로 '책'을 선택한 것은 아니었나. 엄마는 직급도 없고 월급도 없는 이름이니까, '작가'라는 허울이라도 필요했던 건 아니었나 반성했다. '어렴풋이 환상'만 가지고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자만했던 내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하루에 단 한 편의 글도 써내지 못할 정도로, 겨우 그 시간도 내지 못하면서 '꿈'에 다가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건가. 헛웃음이 나왔다. 솔직히, 계획만 세우고 말로만 떠든 날들이 더 많았다. 부끄러워서 볼이 빨개진다. 또르르....



보상은 인간의 행위를 제어하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

칭찬은 사실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자존감에 손상을 가하는 기제이다.

P.113, P.127


이 부분은 '보상'과 '칭찬'의 역습이다! 아이고, 골이야. 

'왜 글을 쓰는가?'라고 누군가 물었을 때, '할 줄 아는 것이 그것뿐이라서...' 혹은 '그나마 잘 하는 것이라서요.'라고 대답해왔다. '잘 한다'라는 기준을 난 어디에 두었을까? 하고 생각해 보니, 처음에는 '글로 돈을 벌었으니까'였고 다음은 '칭찬하는 내용의 댓글' 덕분이었다. 또,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칭찬'을 못 받고 자란 데다가 작은 노력에도 '보상'을 주신 부모님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가득해서, 달콤한 칭찬과 보상이 없으면 추진력을 잃어버렸다. 세상이 어떻게 '나'만 중심으로 돌아갈까마는, 어리석게도 다른 이들의 입을 통해 확인받고 싶었다.



그렇다면, 타인의 평가를 떠나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책에서는 총 3가지를 제안했다. 변화를 주라, 떠나라, 백 퍼센트 예스를 살아라!


그리고 영국의 극작가 버나드 쇼의 말을 인용해 설명을 덧붙였다.

 "사람들은 언제나 현실에 대한 책임을 상황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앞서가는 사람들은 그냥 가서 자기가 원하는 상황을 찾아낸다. 그런 상황을 찾을 수 없으면 스스로 그런 상황을 만들어낸다." 


난 '글'에 집중하기 위해 어떻게 변화를 주어야 할까? 마침 이번 주부터 새벽 글쓰기 모임을 시작했다. 새벽 6시부터 30분간 줌 미팅으로 글 쓰는 시간을 함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정이 되기 전까지 쓴 글을 공유함으로써 하루에 한 편의 글을 마무리 짓는다. 한 꼭지를 써내는 데 30분은 짧은 시간이지만, 글의 뼈대라도 잡을 수 있다면 글감이라도 떠올릴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어떠한 노력'을 한 것이 아닐까? 흙 한두 줌을 쌓아서 성을 쌓듯이 말이다. 


만약, 그 시간으로 부족하다면 '떠나라'를 선택할 수도 있겠다. 내가 정말 절실하다면, 집에서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면 남편이 퇴근한 후에 노트북을 들고 도서관으로 향할 수도 있겠고. 하루에 1시간 정도는 아이들을 믿고, 혼자 카페에 가서 쓸 수도 있을 것 같다. 결국에는 '나의 의지'에 달린 일이니까.


그렇게 탈출을 시도했음에도 '할 수 없는 순간'들이 다가오면, 그때에는 '현실을 100% 인정해야 한다'. 어떠한 노력으로도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마주한다면, 다툼은 내려놓고 그 현실을 인정하면서 내려놓는 것이다. 다시 기회가 올 때까지. 


매 순간 열정을 쏟아부은 것은

인생에서 반드시 돌려받는다.

P.190


아직 긴 삶을 살아오지는 못했지만, 다른 모든 말보다 이것만은 진실이라고 믿는다. 내가 열정을 쏟은 결과가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무르익어 어느 때가 되면 '결실'을 맺을 수 있다고. 알알이 맺힌 열매가 아니더라도, 막 움튼 새싹과 같을지라도 어떠한 형태로든 찾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잊지 말라.

내 인생 최고의 조언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내 인생은 오직 나에 의해, 오직 나를 위해 존재한다.

그러니 우물쭈물하지 말고 지금 결정하라!


결정은 언제나 나에게 달려있다.

P.235


책장을 덮으면서, 내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지는 것을 느꼈다. 수차례 반복되는 이 상황이 지겹고, 화가 나고 바깥을 향한 원망으로 가득했었는데 그 방향을 '나'로 전환시키게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 오늘 하루가 행복한가, 불행한가를 결정하는 것도 모두 '나'에게 있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 나를 위해서만>이라는 책이 주는 메시지와 딱 어울리는 영상을 공유해본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높이뛰기로 4위를 기록한 우상혁 선수의 결선 영상이다. 그는 어린 시절 사고로 두 발의 길이가 달라졌고, 국가대표 중에서도 군 복무 중인 '상무' 소속이었으며,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팬데믹으로 인해 무관중으로 치러진 경기임에도 카메라와 소수의 관계자들을 향해서 '박수'를 유도할 정도로 긍정적이었다. 뛰어오를 때마다 자신을 믿고 '할 수 있다'라고 다짐하는 모습에서, 인생의 모든 키는 '나'에게 있음을 깨달았다.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즐기는 삶이란, 바로 이런 게 아닐까. 


https://youtu.be/-NDzChRc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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