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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Oct 03.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19>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윤수는 큰 목소리로 인사를 하고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몇 분 동안 멍하니 그 자리에서 꼼짝할 수 없었다. 지금 뛰어가도 학교에 5분 이상 지각이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이상한 존재가 윤수를 얼어버리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내, 내가 서 있어......”

 윤수 눈앞에 윤수가 서 있었다.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윤수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으니까. 그러면 윤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누구지? 이렇게 똑같이 닮은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윤수는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자신과 똑 닮은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간신히 정신을 차린 후…….

 “어……. 엄마!”

 소리를 질렀지만 소리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그때 윤수와 똑같이 생긴 무언가의 입에서 딱딱한 기계음이 흘러나왔다.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2019년의 윤수 님. 저는 2035년의 윤수 님이 보낸 안드로이드입니다. 2035년의 윤수 님이 2019년 10월 4일 윤수 님에게 예약 메시지를 발송했습니다. 들어 보시겠습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윤수는 자기 허벅지를 세게 꼬집었다. 꿈이라면 제발 깨어나라. 그리고 엄마가 “늦었는데 아직도 침대에서 잠꼬대하며 자고 있냐?”라고 구박하는 상황으로 돌아가라! 윤수는 이렇게 마음속으로 외쳤지만 세상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과 꼭 닮은 안드로이드는 계속 윤수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예약된 메시지를 들어 보시겠습니까?”

 2035년의 윤수가 2019년의 윤수에게 보낸 메시지라니……. 윤수는 당황한 얼굴을 한 채,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녹음 메시지 전송”

 안드로이드 윤수가 이렇게 말하고 눈을 크게 깜박였다. 그리고 윤수와 똑같은 그렇지만 좀 나이가 들어 보이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윤수야 잘 들어! 꼭 기억해야 해. 2019년 10월 4일! 오늘은 너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야. 절대! 절대 잊어서는 안 돼!”

 그 목소리에 윤수는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꼭 쥐었다. 

 “너는 그 부탁을 들어주면 안 돼! 알겠지? 무조건 싫다고 말해야 해. 그렇지 않으면 세상이…….”

 그때였다. 안드로이드 윤수가 목소리를 멈추고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전송 오류 발생……. 처음 시간으로 복귀합니다.”

 그와 동시에 안드로이드 윤수의 몸이 서서히 사라져 갔다. 

 “잠깐만 그게 무슨 부탁인데?”

 윤수가 외쳤지만 안드로이드의 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이어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윤수! 아직도 안 갔어? 얘가 지금 어쩌려고 그래? 한참 늦었어! 지각이야. 지각!”

 윤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엄마를 바라보았다. 

“내가 윤수 너 때문에 늙는다. 늙어 엄마 주름살 생긴 거 안보이니.”

 “죄, 죄송해요.”

“에휴, 오늘도 아파서 늦게 간다고 담임 선생님께 문자 보내야겠다. 참, 이왕 늦은 거. 내려가다가 음식 쓰레기봉투 좀 버려 줄래?”

 엄마가 손에 들고 있던 음식쓰레기봉투를 내밀었다. 순간 윤수의 눈이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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