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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Oct 08. 2019

모라잔의 10분 글쓰기

시작은 있지만 끝은 없는 10분간의 자유로운 이야기 <24>

- 흔히 많은 글쓰기 창작 교육에서 하고 있는  10분 글쓰기는 10분간 자유롭게 글을 쓰는 과정에서 새로운 영감을 주고 필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연재할 10분 글쓰기는 소설(혹은 동화)을 기반으로 한  저의 자유로운 글쓰기가 될 것입니다. 매일 10분간 쓴 글을 맞춤법 수정 이외에는 가감 없이 게재합니다. -



“방송반 학생들은 지금 바로 방송실로 오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교실 스피커에서 방송반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준영이의 몸은 무겁기만 했다. 카메라로 찍고 음향을 틀고 자막을 입히는 일이 좋았고 그래서 방송반에 한 번도 빠진 적 없었던 준영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준영이는 안 가?”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준영이는 작게 한 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을 내려가는 발걸음이 느릿느릿 달팽이 같았다. 

 “걱정 마 어떻게든 되겠지. 넌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하면 돼.”

 호태는 아무 문제없다는 듯 오히려 준영이를 위로했다. 하지만 준영이는 호태를 카메라 화면으로 보기 싫었다. 호태가 왜 방송으로 사과를 해야 하는지도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었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 교문에서 일어났다. 준영이네 학교는 선생님들에게 하는 인사법이 길고 독특했다. 

 “정직! 성실! 바르게 자라는 삼봉 어린이! 사랑합니다!”

 이번에 새로 부임해온 교장 선생님이 바꾼 것이었다. 당연히 아이들은 이렇게 길고 이상한 인사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제로 이렇게 인사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은 아침 등교 시간마다 학교 앞에서 강제로 인사를 시켰다. 

 “안녕하세요!”

 “다시!”

 “네?”

 “너 우리 학교 인사법 모르니? 몇 학년 몇 반이야?”

 교장선생님의 굳은 표정에 1학년 아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교장 선생님은 포기하지 않았다. 

 “교장 선생님 그냥 봐주세요!”

 1학년 아이의 울음을 보고 호태가 그냥 갈리 없었다. 물론 준영이라면 절대로 낼 수 없는 용기였다. 

 “우리 학교 학생이라면 삼봉 사랑 인사법을 제대로 배워야 해.”

 교장 선생님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딴 이상한 인사법 하기 싫어요.”

 호태의 말에 교장 선생님의 안색이 변하였고 그 자리에서 고함과 질책이 이어졌다. 그러고 나서도 교장선생님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기어이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학생들 다섯 명을 골라 아침 방송 시간에 사과를 시키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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