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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Sep 06. 2020

동시 , 첫마음으로

하루에 한 번씩 써 보는 동시 –14-

죠스바      



그 파아란 몸뚱이를 

한 입 베어 물면

서걱서걱 소리가 난다.     



여름 방학이 

반쯤 지났을 무렵 ,

동네 골목길에서 만난 

창민이

들고 있던 건, 

죠스바 한 개      



너 먹을래?

달라는 말도 안했는데

선뜻 내게 

새파란 죠스바를 내밀었다. 

고맙다는 말도 없이

냉큼 받아먹은 나     



내일 만나면

하나 사주지 뭐. 

창민이는 항상

골목에 나와 있잖아

그렇게 맘 편히 먹었지만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녀석은 보이지 않았다.       



골목 가득 

뙤약볕 내리쫴도

새까매진 얼굴로 항상

골목을 지켰던  

창민이      



쪼끄마한 키에

까까머리를 하고

나를 보면 씩 웃던

창민이     



좋아하던 죠스바 하나도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많이 아팠던 

그 녀석                          



개학을 하고

다시 몇 번의 

여름 방학이 지나

이제는 나만 훌쩍 커버린

외롭고 쓸쓸한 골목



죠스바,

그 파아란 몸뚱이를

한 입 베어 물면

내 마음에도 

서걱서걱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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