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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 첫마음으로

하루에 한 번씩 써 보는 동시 –23-

by 이기규

고양이가 응가를


고양이가

응가를 자주 한다고

운동장 모래밭을

시퍼런 비닐로

막아 놓았다.


저녁까지 놀다가

쉬가 마렵던 그 날

학교 건물은 모두 잠겨

화장실도 못 가고

발만 동동거렸다.


“아무도 안 보겠지?”

화단 구석에서

몰래 쉬를 하고 있는데

“야옹”

고양이 녀석과

눈이 딱 마주쳤다.


“너도 나와

같은 처지네!”

고양이처럼 몰래

모래밭으로 가서

시퍼런 비닐을

반쯤 걷었다.


“야옹!”

고양이가

달빛을 받으며

응가를 하고 있다.


까만 몸에

하얀 신발을 신은

고양이 녀석


시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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