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한 번씩 써 보는 동시 –24-
앗, 내 우산!
교실 복도 우산꽂이에
멍하니 서 있는 걸
그대로 두고 왔다.
깜박했다.
앗, 내 필통!
교실 바닥에 내팽개쳐져
홀로 울고 있는 걸
그대로 두고 왔다.
깜박했다.
앗, 내 알림장!
책상 위에 큰대자로 벌러덩
태평하게 자는 걸
그대로 두고 왔다.
깜박했다.
도대체 넌
모든 걸 깜박깜박하냐?
엄마의 잔소리에
머리만 긁적긁적
앗, 내 성적표!
책상 속 교과서에 끼어
꼼짝 못 하고 있는 걸
그대로 두고 왔다.
깜박했다.
방학 내내
엄마도 아빠도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내 성적표
깜박깜박
두고 와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