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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Sep 16. 2020

동시 , 첫마음으로

하루에 한 번씩 써 보는 동시 –24-

깜박깜박 

         

앗, 내 우산!

교실 복도 우산꽂이에 

멍하니 서 있는 걸 

그대로 두고 왔다. 

깜박했다.     


앗, 내 필통!

교실 바닥에 내팽개쳐져

홀로 울고 있는 걸 

그대로 두고 왔다. 

깜박했다.     


앗, 내 알림장!

책상 위에 큰대자로 벌러덩 

태평하게 자는 걸 

그대로 두고 왔다. 

깜박했다.     


도대체 넌

모든 걸 깜박깜박하냐?

엄마의 잔소리에

머리만 긁적긁적     


앗, 내 성적표!

책상 속 교과서에 끼어

꼼짝 못 하고 있는 걸 

그대로 두고 왔다. 

깜박했다.      

방학 내내


엄마도 아빠도 

그 누구도 볼 수 없는

내 성적표     


깜박깜박 

두고 와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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