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시 , 첫마음으로

하루에 한 번씩 써 보는 동시 –31-

by 이기규

양파 실험


교실 창가에

양파 두 개

말의 힘을 실험해요.


한쪽 양파엔

매일 좋은 말만 하고

다른 한쪽 양파엔

매일 나쁜 말만 하고


한 달이 지나도

양파 두 개

차이가 없어요.


뭐가 잘못된 걸까?

아이들도 선생님도

그 이유가 궁금하지만


교실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난

궁금해할 여유가 없어요.


양파에게 하는 좋은 말

반의반이라도

들을 수 있다면


양파에게 주는 눈빛

반의반이라도

바라봐 준다면


꽁꽁 얼어붙은

내 마음에도

파란 싹이 돋을 텐데


나는 매일매일

바싹 말라가는데


사람들은 그저

양파만

보고 있어요.

keyword
작가의 이전글동시 , 첫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