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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기규 Jan 13. 2023

몬스터 바이러스

선택 <1>

“너희들도 알다시피…. 누구나 괴물이 될 수 있어.”

“….”

윤영은 이런 말을 하는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상처와 멍투성이 얼굴로 서 있는 두 녀석 앞에서 이런 말이 위로될 수 있을까? 하지만 윤영은 말해야 했다. 담임이라는 책임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친형제처럼 지내던 수호와 민석이가 서로에게 가지는 죄책감과 복수심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었다. 

 “우리 포기하지 말고 버티자. 응? 부탁하마. 제발….”

윤영은 두 녀석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수호도 민석이도 눈이 붉다. 그 끔찍한 일이 있고 난 뒤 두 녀석의 싸움은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녀석들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지 않은 날이 없었다. 

“위윙!”

 사이렌 소리가 학교 건물 전체에 울렷다. 

“재난 안전 대책 본부에서 알려 드립니다. 대기 내 화산재 농도가 50% 감소했습니다. 실외 활동을 허가합니다. 모든 시민은 반드시 방제용 마스크를 쓰시고 외출하시기 바랍니다. 실외 활동자들은 실시간으로 변화는 화산재 농도에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다시 한번 말씀드리겠습니다….”

 드디어 실외 활동의 허가가 떨어졌다. 어제부터 학교에 갇혀 있던 학생들이 이제 집으로 갈 수 있게 되었다. 

 “자 이제 너희들도 집에 가자. 집에 가서 좀 쉬어. 마음도 가라앉히고….”

 윤영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민석이는 윤영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고개를 꾸벅하고 교무실 밖으로 사라졌다. 수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주먹을 꼭 쥔 채 자리에 서 있었다. 

 “샘…. 그냥 여기 있으면 안 돼요?” 

 “….”

 수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수호를 학교에 홀로 남겨둘 순 없다. 하지만 수호를 집으로 보내는 것이 정말 수호를 위한 결정일까? 그 끔찍한 일이 생겼던 집에 수호는 다시 들어가야 한다. 

 “안 돼. 이제 30분 후엔 학교엔 아무도 남지 않아. 그래야 한다는 거 너도 잘 알잖니?”

 머뭇거리는 윤영 대신 대신 수학을 가르치는 연희가 수호에게 말했다. 차갑고 건조한 목소리…. 이 순간 윤영은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려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연희가 부러웠다. 수호는 고개를 들어 한참 윤영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윤영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그 눈을 바라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수호가 교무실을 나가자 연희는 그제야 한숨을 푹 쉬었다.

 “고마워요. 선생님.”

 윤영이 연희를 보며 말했다. 연희가 윤영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도 빨리 가자. 응? 자기 동생도 이틀간 집에만 있었잖아.”

 연희의 말에 그제야 윤영은 윤수 생각이 났다. 몸이 허약하고 항상 잔병치레했던 동생 윤수는 화산재가 도시를 삼키고 난 뒤에는 오랫동안 학교에 갈 수 없었다. 


“국제보건 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AMCVA 발병 환자는 2천3백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국내 환자 숫자가 천 8백 명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국제보건기구는 앞으로 화산재가 가라앉은 이후에도 AMCVA 발병 환자들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였습니다. 국내 전문가들은….”

 윤영은 라디오를 끄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방송에서는 한 달 내에 이 끔찍한 사태에 대해서만 방송하고 있다. 혹시 무언가 해결책이라도 찾지 않았을까? 라는 기대감에 항상 라디오를 틀지만 나오는 건 절망적인 상황뿐이었다. 이 모든 것이 백두산 화산 폭발 이후에 생겼다. 백두산이 폭발한 후 지구의 3분의 1이 화산재에 둘러싸였다.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백두산 깊숙이 잠자고 잇던 사악한 무언가가 이 화산재와 함께 세상에 퍼졌고 사람들을 감염시켜갔다. 

 세계 보건 기구에서는 이 병에 대해 화산재에 의한 급성 돌연변이 현상이라는 의미로 AMCVA란 이름을 붙였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아직 이 병이 왜 생겼는지 그리고 치료법이 무엇인지도.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인류가 AMCVA에 알고 있는 사실이란 발병하면 한 시간 내에 DNA 구조가 변이를 일으켜 급격한 신체의 변형이 이루어지고 뇌의 사고 기능이 정지되며 무시무시한 공격성을 가진 괴물로 변한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병을 AMCVA라는 말 대신 몬스터 바이러스라고 불렀다. 이 끔찍한 바이러스는 사람과 사람들의 관계를 철저하게 파괴했다. 사람들은 이중삼중으로 창문을 걸어 잠그고 실내에서도 방제 마스크를 썼다. 하지만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갑자기 내 친구와 가족들이 괴물로 변해버릴 수 있다는 두려움은 사람들을 모두 송곳처럼 날카롭게 만들었다. <계속 금요일마다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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