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기규 Jan 23. 2023

고슴도치 대작전 3-시간여행 대소동

<2>

“자, 간다!”

가이가 힘차게 축구공을 찼다. 그러자 공은 마치 뱀처럼 이리저리 방향을 틀더니 어느새 상대편 골대 쪽으로 쏜살같이 날아들었다. 

“뭐, 뭐야. 무슨 공이 살아 움직이는 거 같아.”

6학년 1반에 골키퍼를 하고 있던 은수는 하얗게 질려서 두 눈을 꼭 감고 손을 뻗었다. 

“자! 내가 잡았어.”

하지만 공은 은수의 머리를 콩 튀기더니 그대로 골문을 갈랐다.

“철썩”

“우와! 역시 가이야!”

“2대 0! 2대 0!”

3반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몰려와 가이의 머리를 장난스럽게 헝클어뜨렸다. 

“뭐, 운이 좋았을 뿐이야.”

가이는 이렇게 말하고는 어깨를 으쓱했다. 

“가이 저 자식. 또….”

멀리서 민태가 가이의 두 번째 골을 보고 이를 바득바득 갈았지만, 별수 없었다. 그전까지는 민태가 3반에서 축구를 가장 잘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요새 들어 축구 경기를 할 때마다 가이는 서너 골을 꼭 넣었고 언제나 3반은 다른 반과 축구 경기에서 이길 수 있었다.

 수업 시간마다 멍하게만 있던 빼빼 마른 약골 녀석이 승승장구하는 꼴을 보려니까 민태는 너무나 배가 아팠다. 사실 민태는 오늘 시합하기 전에 3반 아이들을 모아 놓고 가이에게 공을 패스하지 말라고 눈을 부라리며 말했었다. 하지만 준태의 무시무시한 협박과 명령도 경기가 시작되자 모든 게 허사가 되었다. 아이들이 공을 다른 데로 돌릴라치면 어김없이 헛발질해댔고 헤딩을 하더라도 금세 공은 가이의 발밑으로 쏘옥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1반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오늘 경기에서 1반 녀석들은 모두 귀신이라도 씌운 것처럼 굴러가는 공 하나를 제대로 따라잡지 못했고 패스한 공은 모두 아웃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1반 아이들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면 이리저리 운동장을 뛰어다녔지만 정작 공을 몰고 제대로 몇 발자국 가 보는 친구는 거의 없었다. 

 “자 이것으로 통산 10번째 골!”

가이는 어느새 공을 빼앗아 골문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치 유명한 월드컵 축구선수가 된 것처럼 공을 차기 위해 힘차게 다리를 치켜 올랐다. 그때였다.

“어?”

순간 공이, 공이 사라지고 만 것이었다. 가이는 결국 빈 허공을 걷어차며 꽈당하고 넘어졌다. 3반 아이들 몇 명은 가이에게 달려가고 몇은 공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다. 

“툭!”

 공이 다시 나타난 것은 상대편 골문 앞에서 어슬렁거리던 우솔이 발 앞이었다. 우솔이는 축구 경기에 억지로 끌려 나왔기 때문에 운동장을 어슬렁거리기만 했고 상대 팀 3반 골키퍼인 정현이도 운동에는 젬병인 우솔이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 그런데 골문 앞에 있던 우솔이 앞에 축구공이 갑자기 나타나다니! 

“뭐야 이 공은?”

우솔이는 자신도 모르게 축구공을 툭 쳤다. 그렇게 공은 데굴데굴 굴러 3반 골대를 향해 굴러가기 시작했다. 

 골키퍼인 정현이는 처음엔 다른 친구들처럼 갑자기 사라진 공을 찾느라 우솔이가 옆에서 얼쩡거리는 것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우솔이가 툭 찬 공이 골문을 들어가는 것을 보고 몸을 날렸지만 이미 공은 골대 안쪽까지 데굴데굴 굴러갔다.

“어? 어!”

“우와! 우솔이가 한 골 넣었다.”

“뭐? 저 녀석이 어떻게?”

1반 아이들은 가이의 맹활약에 기운이 빠져 있었던 터라 모두 우솔이의 활약이 믿기지 않았지만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믿기지 않는 건 가이도 마찬가지였다. 가이는 아까 넘어져서 아직도 욱신거리는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우솔이에게 다가갔다. 

“야. 너 뭘 한 거야?”

가이는 흥분한 얼굴로 우솔이에게 귓속말을 했다.

“뭘 하다니?”

우솔이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가이를 바라보았다. 가이는 체념한 듯 우솔이의 손을 잡고 운동장 구석 쪽으로 갔다.

 “좋아, 뭐 나도 비형랑의 능력을 좀 이용해서 축구공을 마음대로 움직인 건 사실이니까. 미안, 앞으로 나도 비형랑의 능력은 안 쓸 테니까 너도 장난치면 안 돼. 알았지?”

 “장난? 무슨 장난? 난 아무것도 안 했단 말이야. 가만 너 이번 경기에서 비형랑의 능력을 사용한 거야?”

 축구에는 관심도 없고 하기도 싫어하는 우솔이지만 가이가 비형랑의 능력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니 우솔이는 좀 비겁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 조금. 아주 조금 사용했어. 이번에 우승하면 담임선생님이 아이스크림 쏘신 댔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제 나도 안 쓸 테니까 너도 쓰지 마.”

 이렇게 말은 했지만, 가이는 어차피 2대1이고 시간은 3분도 채 남지 않았다는 걸 굳이 우솔이게 말하고 싶진 않았다.

 “너도라니? 난 이번 경기 관심도 없어.”

 우솔이는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가이야, 거기서 뭐 해 벌써 쟤네 공격한단 말이야.”

 반 아이들이 가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아, 알았어.”

 가이는 어쩔 수 없이 우솔이를 놔두고 반 아이들에게로 돌아왔지만, 괜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솔이는 우솔이대로 가이가 갑자기 화를 내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요새 축구를 한다고 자신만 혼자 집에 가게 했던 것도 서운한 터라 우솔이의 마음도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계속... 월요일에 연재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세상의 모든 셜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