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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May 10. 2023

나는 오늘도 빙글빙글

당신의 사람들은 언제나 그대로인가요?


일상에 지루함이 먼지처럼 쌓이기 시작할 때 나는 스스로 후 - 바람을 불어 생기를 더해보려는 사람이다 (라고 생각했다).  그 바람은 뭐든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은 아니었다. 후 불어 이사도 가고 취미도 바꾸고 직업도 바꾸지만 우습게도 나는 사람관계에서는 잡은 손을 놓아주지 못했다.


나는 내가 내 사람이라고 생각한 관계들이  호- 불면 날아가 사라질까 아님 펑하고 터져 사라질까 겁이 난다. 먼지가 쌓여도 내 옆에서 날 불안하지 않게 하기를 바란 나머지 내 인간관계의 모양은 적어도 7년 동안 비슷한 모양을 유지하고 있다. 아 아니, 유지하고 있는 줄 알았다. 선생님은 내가 그 사람들 마음에 아니면 사실 내 마음에 그 사람들이 잘 심어지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나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왔는지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버릇처럼 하는 말 중에 나는 친구를 1:1로 만나는 게 좋아! 가 있었다. 왜 나는 1:1의 관계가 편한지 이유를 몰랐다. 나랑 그 친구가 베스트 프렌드야! 라며 우정의 경중을 겨룰 때 유치하지만 그 안에서 오는 뿌듯함과 안정감이 좋았던 걸까? 그러나 가장 좋아한다는 그 마음도 이리저리 변한 다는 걸 몰랐다.


1:1의 관계 즉  너와 나 일 때 다른 많은 것은 바깥이 된다. 우리는 두 손을 잡고 즐겁게 빙글빙글 돌고 서로의 말을 하고 듣고 얼굴을 보고 표정을 읽고 촘촘히 관계를 쌓아간다.  나는 한 사람만 따라가기도 벅차서 우리가 둘이 아닌 세 명 이상이 되면 힘들었다 ( 사실 현재 진행형이다 ) 빙글빙글 멀미가 났다. 각자가 서로의 이야기를 쓰고 있을 거라는 걸 모른 척하고 싶었다. 이 사람을 보는 사이 다른 사람과 생기는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오해와 갈등을 나는 보지 못했고 나는 중심을 잡지 못해 혼자 빙빙 돌았다.


우습게도 나는 마음이 한번 가면 잘 변하지 않아서 어느 날 너의 베스트는 내가 아니라는 걸 나는 어쩔 줄 몰랐다. 내가 보는 이 세상은 내 마음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고 네 마음도 있는걸.


‘ 네 마음만 있냐 내 마음도 있다!’


어릴 적 삐진 짝꿍이 하던 말은 우습지만 어쩌면 세상 이 돌아가는 진리 중 하나였다.


만약 누군가 싫어할 것 같은 일이 생긴 다면 나는 며칠 내내 샤워를 하고 밥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잠에 드는 순간에도


‘ 어쩌지 분명 싫어하겠지? 어떻게 말하지? 아. 말 안 하고 넘어가면 모르지 않을까? 다 취소되면 좋겠다.’


하고 마음이 시끌시끌했다. 써놓고 보니 불안 불안한 외나무다리 위에 나와 사람들을 올려놔서 후 불면 날아갈까 불안했던 꼴이다.


오해와 갈등은 눈 꼭 감고 모른 척하면서 나 스스로 생각한 다정함의 모양을 너에게 맞추고 싶어 스스로를 괴롭혔다. 내 다정함의 모양은 모두에게 꼭 들어맞는 게 아닌데. 우린 꼭 맞을 수 없으며 그 사람의 베스트가 되려고 나를 버리는 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 내 모양은 이렇단다 너의 모양은 그렇구나 우리 적당한 거리에서 어떤지 바라보는 게 사람 사이의 맞는 모습이라는 걸 머리로 알고 나니 숨이 쉬어지는 기분이었다.


내 마음을 아프게 했으니 버리고 싶은 얇은 마음 바로 아래 너를 아끼고 좋아했던 내 마음이 깊이 출렁출렁 거려 버린다. 너에게 나를 싫어했던 악의가 있던 것도 (여전히 스스로를 의심하지만) 내 스스로가 너에게 어떤 큰 잘못을 한 게 아니라 우린 그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돌기 시작했을 뿐이라는 걸.



스스로에게 항상 옆에 있는 건 나라고 생각하면 나는 나의 중심이다. 이 손을 잡고 저 손을 잡고 둥글게 둥글게 손을 잡고 빙빙 같은 궤도로 돌다 어느 날 서로의 궤도가 바뀐다. 여전히 세상의 중심은 내가 아니지만 나의 중심은 나라고 가정한다.  다시 내 옆에 항상 있는 건 나 자신이고 나는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걸 그려본다. 빙글빙글 돌다 보면 우리가 다시 만날 수도 아님 영영 사라지기도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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