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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곰곰 Feb 20. 2021

비교하는 마음이 생긴 요즘



미국 생활 육 년 동안 얻은 것은 남을 보지 않고 나만 생각하는 법이다. 처음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는 남과 비교를 심하게 했다. 남들보다 빠르게 대학원을 가고 싶었고, 빠르게 졸업해서 빠르게 성공하고 싶었다. '빠르다'는 것은 겨우 내 주변 사람들의 보이는 속도보다 빠른 것이다. 혼자 취업도 되지 않고 엄마의 돈을 축내며 그렇게 뭘 해도 성과가 나오질 않던 1년을 보내고 나니, 사고방식이 바뀌었다. 아, 그냥 다들 자기 속도로 가는 거지 남들보다 빠르다는 건 상대적이 이구나. 연애든 취업이든 졸업이든 결혼이든 살면서 해야 될 것 같은 시작과 끝을 말하는 단어들은 누군가의 속도를 정의해주는 게 아니구나. 그렇게 사고방식이 바뀌니 생각이 더 건강해지고 일상을 단단하게 꾸려나가는 힘이 생겼다고 믿었다. 


삼 년이 지나고 나는 다시 그날로 돌아간 것 같다. 참, 이제 생각이 바뀌었으니, 그 전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시카고에서 공부할 때, 나와 가까웠던 아이가 있는 언니에게 졸업을 앞두고 말했다. 


"언니, 저 시카고에서 너무 힘들었는데 이제 졸업하고 있다니. 바닥을 치고 올라온 기분이에요"


언니의 대답은 내내 조금 무너지겠다 싶을 때 나를 잡아주는 말이다. 


"그 바닥이 끝일 것 같지? 사실 바닥의 바닥이 있고 또 바닥이 있다 ~ 하하. 그래도 한번 치고 올라왔다니 다음에 또 바닥을 쳐도 올라올 힘이 생길 거야." 


요즘 사실 살짝 바닥에 발이 닿을락 말락 한다. 조금만 팔을 휘저으면 다시 둥 떠오를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무리 휘저어도 다시 가라앉는 기분이다. 그러다 주변을 돌아보면 비교를 하게 된다. 

아, 쟤는 이직에 성공했네, 쟤는 가고 싶은 곳으로 이사를 가네, 아 쟤는 저기 가서 밥을 먹네, 쟤는 여행을 가네, 쟤는 참 행복해 보이네, 쟤는 하고 싶은 공부를 하네, 쟤는 살도 빼고 이뻐졌네, 쟤는 부모님이랑 가까운 곳에 사네, 쟤는 돈을 많이 모았나 봐. 비교라는 건 무섭다.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 끝없는 구멍 속에서 빠져나왔으니 나는 다시 빠질 일이 없을 줄 알았다. 다시 비교가 생긴 이유는 이것저것 뭘 하면 나에게 변화가 생길 줄 알고 꾸준히 뭘 해왔는데 아무 일이 없어서 그렇다. 꾸준히 뭘 하다 보면 새로운 길이 열리고 무엇을 하고 있는 길에 배울 게 생긴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 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스스로를 다독여 왔다. 그런데 뭘 자꾸 해도 원하는 일이 생기지 않는다. 


밑도 끝도 없이 기분이 다운될 때면 가끔 정혜신 TV를 본다. 어제 본 비디오에서는 우리에게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틸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습게도 나는 그런 능력이 마이너스다. 아무것도 안 하고 나를 어디로 몰지 않고 버티는 것, 나를 훼손하지 않고 온전히 내 건강성을 바탕으로 나를 쏟을 수 있는 때를 잘 기다리는 능력은 0에 수렴하다 못해 마이너스다. 기다리는 동안 나는 불안해하고 힘들어하므로 아무것도 안 하고 버틸 수가 없다. 파닥파닥 바둥바둥 그러다가 지쳐버린 셈이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불안해서 남들만 본다. 그러다 아무것도 안 하는 나를 스스로 비난하고 불안해하고 비교하고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렇게 이렇게 해서 저렇게 그렇게 극복해보겠어요 라는 말로 글을 마무리하지 않겠다. 아직 스스로도 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버티는 능력을 기를지, 아니면 가라 앉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다시 파닥 거릴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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