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로 팀장에게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안녕하세요? Kay입니다. 오늘은 조직에 문제가 생기거나 성과창출이 지지부진할때 가장 많은 해결책으로 사용되는 "리더 교체"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조직내 리더십 문제가 발생하거나 특정 프로젝트의 진행이 순탄치 않을 때, 통상의 경우 쉽게 제시할 수 있는 해결책이 있습니다. 실제로도 많은 기업에서 실행하는 방법입니다. 바로 리더(혹은 주요 담당자)를 교체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리더가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도 상당히 많습니다. 왜 그럴까요? 과연 새로운 리더가 능력이 없어서일까요? 물론 정말로 새로운 리더가 해당 포지션에 적합치 않거나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가 경험하거나 관찰한 여러 사례들에서는 사람문제인 경우는 별로 없었습니다.
리더십에 관심이 많던 저에게도 이러한 상황은 언제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결국 모든 것은 리더의 잘못이라고 몰아가기에는 마녀사냥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별다른 원인을 알 수 없었기에 그저 리더가 잘해야 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았지요.
최근 '학습하는 조직(피터 센게)'을 읽다가 제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어렴풋이 알게 되었습니다. '학습하는 조직(The Fifth Discipline)'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나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경영학의 고전입니다. 출판된 지 오래(?)되었지만, 이 책은 여전히 많은 기업과 리더들에게 많은 인사이트를 주고 있습니다.
[학습하는 조직, 피터 센게 (출처:예스24)]
이 책에서 제가 주목한 것은 바로 시스템사고였습니다. 시스템 사고는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분야이므로 제가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긴 어렵습니다만,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개별부분보다는 전체의 관점에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고체계입니다. 제가 시스템 사고에 대해서 파악하고 있는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2차원적인 단순한 인과관계는 없다.
2. 해결을 위해 개선책을 시행하더라도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지연)'이 소요된다.
3.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해 실패라고 규정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4. 동족방뇨같은 오늘의 해결책이 내일의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5. 결국 악순환은 반복된다.
물론 제가 파악한 것이니만큼 많이 부족합니다만, 많은 조직에서 보아왔던 사례들에 적용을 해보니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1. A팀장이 있습니다. 그는 팀원들을 제대로 리딩하지 못합니다.
2. 그가 진행하는 B프로젝트 또한 성과가 저조합니다.
통상 이런 경우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A팀장은 리더십이 부족하고 성과가 저조하니 교체를 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가 전부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요?
3. 그런데, A팀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A팀장의 상사인 C실장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4. 실제 팀회의도 C실장이 모두 참석하여 모든 결정을 해버립니다. 팀원들에게 사실상의 리더는 A팀장이 아니라 C실장입니다.
5. 전문가인 A팀장은 실질적 권한이 없지만, 결정되어 버린 일을 실행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방향과 Detail에서 A팀장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성과가 나기 힘듭니다. 이때의 책임은 오롯이 A팀장이 지게 됩니다.
6. C실장은 유체이탈 화법으로 본인이 주도한 프로젝트 실패의 범인으로 A팀장을 지목합니다.
이러한 상황일때는 어느 조직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리더를 교체하게 됩니다. 그런데 리더를 교체한다고 상황이 달라질까요?
7. 결국 경영층은 A팀장에서 D팀장으로 교체합니다. 하지만 D팀장이 회장의 손자가 아닌 이상에야 사실상의 팀장인 C실장의 의견을 거스를 수는 없습니다.
8. 물론 D팀장은 나름 A팀장의 사례를 보았기 때문에 많은 개선의 준비를 합니다. 하지만 준비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경영층은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다시 D팀장을 실패자로 규정하게 됩니다.
9. 새롭게 E팀장이 왔지만, 똑같은 상황이 벌어집니다. 이제 이 자리에는 아무도 오지 않으려하고 프로젝트는 서서히 자취를 감추게 됩니다. 이에 따라 좋은 팀워크를 유지했던 팀원들은 팀 혹은 조직에서 이탈하게 됩니다.
약간 극단적인 사례를 들었습니다만,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팀장이 일을 할 수 없는 구조, 즉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에서는 그 누구를 팀장으로 임명하여도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혹여 시간을 충분히 부여한다면 모르겠지만, 개선에 소요되는 시간을 기다릴 수 없는 성급한 경영층은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게 됩니다.
리더의 책임은 어느 조직에서나 비슷하게 크겠지만, 잘못된 구조하에서는 절대 적절한 리더십이 발휘되지 못합니다. "리더=리더십", "리더=성과창출" 이라는 단순 공식으로는 절대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