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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Aug 01. 2023

스타트업과 공유오피스의 함정

양날의 검과 같은 공유오피스

안녕하세요 Kay입니다.

오늘은 공유오피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공유오피스? 매우 뜬금없는 이야기입니다만, 여러 공유오피스를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제 나름의 썰을 풀어보려고 합니다.


1. 저는 우리나라에서 공유오피스의 개념이 처음 도입될 무렵, 처음으로 공유오피스를 이용하였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매우 열악한 환경이었습니다. 사무용 의자가 아닌 일반 접이식 의자에 개인용 책상이 아닌 커다란 공용 테이블(?)을 사용했습니다. 바닥은 인조잔디가 깔려있어 나름 의자를 끄는 소리가 나지 않게 배려하였습니다. 시설은 열악한 편이었지만, 오픈된 공간이었고, 위층에는 카페 겸 모임공간이 있어서 수시로 많은 사람들과 네트워킹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혼자 혹은 두어 사람이 팀이 되어 자유롭게 일하기 좋은 공간이었습니다.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그때 그 공간에서 맺은 인연이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2. 공유오피스에도 외국문화(?)가 유입이 되었습니다. 최신식 시설에 각 방의 벽과 문은 유리로 되어 있어서 오픈된 공간이라는 취지를 강조하였습니다. 제가 당시 일하던 기업은 여러 가지 상황으로 인해 최소한의 인력들로 유지되고 있었고, 과도한 사무실 임차료가 부담이 되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유오피스는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공유오피스 방 하나에서 전 직원이 일했습니다. 한 방에서 일하니 좁긴 했지만, 매일매일 즐거운 분위기였습니다. 넓은 장소가 필요할 땐 공용공간을 이용하면 되었기에 그리 불편하지는 않았습니다. 단, 작은 방들이 여러 개 배치되어 있었기에 유리문과 유리벽에도 불구하고 오픈된 공간이라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3. 몇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공유오피스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급속도로 인원이 팽창하고 있는 조직이었습니다. 한 명 두 명 늘어나다 보니, 사무공간 예측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인원이 몇 명씩 증가할 때마다 방 하나씩을 추가해서 결국 공유오피스 한 개 층의 절반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아쉬운 점이 발생하였습니다. 비록 넓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으나 각 방으로 분리되어 있었기에 서로가 남남이었습니다. 심지어 기존에 모두 알던 사이도 아니면서, 각각 다른 시기에 신규로 합류를 하다 보니 서로가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이 생길 수가 없었습니다.  같은 100명이라도 처음부터 100명이 오픈된 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과, 매월 10명씩 증가하기 때문에 각각의 방 10개에서 근무하는 100명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공유오피스를 이용합니다. 창업초기에는 작은 오피스텔이나 사무실에서 일을 하지만, 사람이 증가하게 되면 사무공간 관련비용이 증가하게 됩니다. 스타트업에서 이는 매우 큰 비용일뿐더러, 사무실의 인구밀도 또한 급격하게 증가합니다. 이때 공유오피스를 이용하게 됩니다. 인원의 증감에 따른 탄력적인 사무공간 변경, 쾌적하고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각종 시설, 교통 편의성, 비용절감 등 많은 이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적정인원수가 되었고, 크게 증감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이 되면, 가급적 여러 개의 방이 아닌 하나의 통합된 공간에서 일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일까요?   


1. 방이 나누어져 있으면 기본적으로 소통이 어려워집니다. 
업무와 연관되지 않으면 굳이 다른 방에 가지 않습니다. 슬랙 등 메신저가 있어서 더 다른 방에는 안 가게 됩니다. 같은 조직이라는 의식도 약하고, 스몰토크 자체가 없어집니다. 스몰토크의 중요성은 이미 여러 곳에서 회자되는 얘기입니다. 소통이 어려우면 조직 내 많은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2. 효율적인 협업을 위한 공간배치가 어려워집니다.
같은 팀인데 방이 다르거나, 서로 협업해야 하는 팀이 가까이 있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공유오피스는 방마다 인원수가 제한되어 있고, 공실도 별로 없어서 팀인원수에 맞추어 방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여러 개의 방을 쓸 경우 바로 옆에 배치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결국 오늘의 핵심은 소통을 위한 거리입니다. 저는 여러 군데의 공유오피스를 겪어보면서 느낀 내용들인데요, 이미 많은 석학들이 주장한 내용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앨런 커브(Allen Curve / 거리별 의사소통 빈도)가 있습니다.

MIT 교수인 토마스 앨런(Thomas J.Allen)은 그의 저서 Managing the Flow of Technology에서  물리적 거리가 멀어질수록 의사소통 빈도가 줄어든다고 밝혔습니다. 소통빈도가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소통이 원활치 않다는 뜻이겠지요.


그리고, 제가 최근에 읽었던 대니얼 코일의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에서도 픽사같은 글로벌 기업에서도 직원들의 소통을 위한 책상배치, 소통공간에 얼마나 노력을 기울이는지 기술하였습니다.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 대니얼 코일 / 출처: 예스 24]


스타트업은 성장하게 되면서 많은 성장통을 겪게 됩니다. 사람이 많아지게 됨에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지요. 공유오피스 이용은 매우 효율적이고 비용절감에 유리하지만, 팽창하는 인원수에 따라 사무공간 운용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거리가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는 것처럼,  공유오피스에서는 방이 다르면 다른 회사처럼 느껴지니까요. 


오늘도 공유오피스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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