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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Aug 07. 2023

17년 동안 3천개의 편지를 쓴 리더

용기와 꾸준함의 리더십

안녕하세요 Kay입니다.

오늘은 작은 에피소드 하나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예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가명) 홍길동 전무님께서 회사에서 외부에 위탁한 임원교육을 다녀오셨습니다. 1박 2일 정도로 자리를 비우셨는데요, 복귀날 아침 홍길동 전무님께서 본부 전체를 대상으로 이메일을 보내셨습니다.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았습니다.


"이렇게 메일을 보내는 것이 매우 어색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번 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이에 앞으로 변화된 모습을 보일 것입니다. 여러분들께서 느끼시기에는 매우 어색하겠지만, 꾸준히 변하는 저에게 많은 응원을 해주길 바랍니다."


다들 충격에 빠졌습니다. 홍전무님이 그러실 분이 아닌 데부터 시작해서 도대체 어떤 교육을 받고 오신 거냐까지 다양했습니다. 하지만, 매우 신선하고 긍정적인 분위기는 공통이었습니다. 갑자기 홍전무님과의 거리가 가까워 짐에 따라 좀 더 충성(?)을 다하겠다는 결의를 다지는 직원들도 나타났습니다.


"역시 리더의 편지는 엄청난 위력이 있구나"



 

1주일 후, 이번에는 (가명) 고길동 상무님께서 같은 교육에 가시게 되었습니다. 고상무님의 복귀날 아침, 또다시 고상무님으로부터 본부의 전 직원에게 메일이 발송되었습니다. 다들 의아하면서도 기쁜 반응으로 고상무님의 메일을 클릭하는 순간, 다들 허탈의 늪에 빠져버렸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1주일 전 홍전무님의 메일과 토씨하나 다르지 않은 똑같은 내용이었기 때문이죠. 교육업체에서 제공해 준 메일을 그대로 보냈던 것이었지요.


"그럼 그렇지, 우리가 임원한테 뭘 바라겠나?"



결국 임원과 직원들의 거리는 더 멀어졌습니다.





처음 리더(임원)에게 편지를 받았을 때의 놀라움과 감동을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만약 그때 그 두 분께서 그렇게 편지로 소통을 시작하셨다면 당시의 그 조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영화 속에서나 나올 수 있는 이야기로 만족하고 저는 그때의 일들을 모두 망각하였습니다. 그런데, 그런 영화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습니다.


[출처: 가인지 캠퍼스  https://www.gainge.com/contents/videos/2183 ]


바로 현대자동차그룹(Hyundai Motor Group)에서 17년 동안 직원들에게 아침마다 편지를 보낸 분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진짜인가?라는 질문이 먼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많은 궁금증을 안고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장동철 작가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어보았습니다.


장동철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그분이 가지고 있는 리더십의 정체(?)에 대해서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1. 용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은 위계질서가 매우 엄격하고 보수적인 조직입니다. 수십만 명이 일하는 곳이기에 당연할 수밖에 없지요. 그런 조직 분위기에서 리더(장작가님은 팀장 시절부터 편지를 쓰셨습니다.)가 팀원들에게 지시가 아닌 메일(편지)을 작성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입니다. 심지어 리더십에 손상이 갈 수 있는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장작가님은 용기를 내어 팀원들과 편지라는 수단을 통해 소통을 시작하셨습니다.  





2. 꾸준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누구가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시작은 누구나 쉽게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하게 지속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없습니다. 장작가님은 17년 동안 3,000번 이상의 편지를 작성하셨습니다. 많은 리더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이지만, 얼마 안 가서 이른바 도루묵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습니다. 가다 멈추면 아니 간만 못하리가 되지요. 꾸준함은 일을 완성시키는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장작가님은 그런 꾸준함을 보여주셨지요.  



3. 명확한 소통을 위하여 노력하였습니다.


리더의 일거수일투족은 아주 중요합니다. 경영자의 모든 행동은 의도된 것으로 간주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요. 작게는 팀에서 크게는 본부, 회사전체까지 각각의 단위에 있는 리더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구성원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문제는 리더의 단어 하나 행동 하나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입니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고맥락(high context culture) 문화라고 합니다. 의사소통을 할 때 문자 그대로가 아닌 숨은 의도를 잘 파악해야 하지요.  그래서 리더의 말이나 행동에서의 많은 오해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편지 소통은 그러한 오해를 만들지 않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죠. 구성원들은 리더의 명확한 메시지를 받고 명확하게 일할 수 있었습니다.

 


[제법 괜찮은 리더가 되고픈 당신에게 / 플랜비디자인 / 출처: 예스 24]


 장작가님의 리더십에서의 두 가지 핵심은 용기와 꾸준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용기와 꾸준함은 누구나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히 배우지 않아도 되는 덕목이지요. 하지만,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용기와 꾸준함은 그 어떤 것을 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됩니다. 17년이란 시간 동안 용기와 꾸준함을 실천해 오신 장작가님께 존경을 표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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