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재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들
회사는 결재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뭔가를 보고 할 때도, 돈을 써야 할 때도 다 결재를 받아야 한다. 상사의 결정 없이는 아무것도 못한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은 바로 결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재에 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결재는 일종의 마패와도 같다. 일에 대한 것에 대해서 일단 결재를 받으면 어떤 부서와 일을 같이 할 때도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 없다. 그저 결재된 서류만 내밀면 된다. 일단 윗선의 결재가 완료가 된 일에 대해서는 그 어떤 누구도 딴지를 걸지 않는다. 그래서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관련부서의 최고책임자의 협조 결재를 다 받는다. 필자의 경우 여러 부서를 상대하면서 일을 했었는데 그들과 트러블이 생길 때마다 그 부서의 최고책임자가 협조 결재한 서류를 마패처럼 사용했다. 물론 그런 관련부서의 협조 결재를 다 받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결재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상사의 심기를 잘 살펴야 한다. 기분이 좋을 때 결재를 받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로 퇴짜를 받기 마련이다. 그래서 임원의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하는 것이 비서의 중요한 능력 중 하나이다.
비서에게는 결재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문의가 끊임없다. 지금 윗분의 업무현황이 어떤지? 혹은 결재가 잘 될지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높은 분의 비서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가 좋다면 비서가 먼저 알려준다. 지금이 바로 결재 타이밍이라고 말이다. 심지어 결재서류를 비서에게 맡기고 가기만 해도 대면 없이 결재를 받을 수도 있다. 이렇듯 비서는 회사의 일이 진행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코디네이터 역할을 수행한다. 너무 사무적이지 않고 감정적인 면만 따진다고 생각하시는가? 하지만 임원도 사람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직종이나 직군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보통 과장이 되기 전까지는 결재를 올리기만 한다. 과장 정도면 한두 개씩 본인이 결재를 하는 서류도 생기지만 그러기 전까지는 계속해서 결재서류를 작성해서 올리는 것이 일의 전부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재 올리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힘들어한다. 서류 작성하는 법은 별도로 하더라도 본인이 작성한 서류가 한 번에 통과되길 바라면서 좋은 타이밍만 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기서 오류가 생긴다. 어차피 저 직급의 직원들은 한 번에 좋은 서류를 작성하긴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씩 자주 결재받는 것을 권장하고 싶다. 조금씩 자주? 표현은 이상하지만, 수시로 가서 결재받을 서류의 진행상황을 중간보고해야 한다. 그래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바로바로 수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 멀리 다른 방향으로 가버려서 나중에 수정도 하기 힘든 서류가 돼버리니 말이다. 위의 임원에게 결재받는 서류는 어느 정도 완성도 있기 때문에 결재받는 타이밍이 중요하지만, 그 전 단계에서는 타이밍보다 수시로 자주 보고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위조? 설마 결재받은 서류를 위조할까? 하지만 실제로 존재한다. 정말 다양한 꼼수를 써서 말이다. 필자가 실제로 본 사례는 다음과 같다. 보통은 결재 서류 첫 페이지에 사인을 받고 끝내는데 문제는 뒤에 붙는 첨부 ①, 첨부②의 서류들이었다. 나중에 슬쩍 첨부서류를 바꿔치기를 하기가 쉽다. 심지어 스테이플러 자국까지 치밀하게 신경 쓰는 경우도 많다. 이를 아는 상사들은 뒤에 붙는 첨부서류에도 사인을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사문서를 위조하다 걸리게 되면 감수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현업에선 그런 일이 거의 없긴 하지만 실제로 목격을 한 적이 있기에 언급을 했다.
그리고, 보통 싸인은 사인펜으로 한다. 볼펜으로 하는 경우도 있고, 아주 멋들어지게 만년필로 하기도 한다. 펜의 종류는 많지만 공통점은 수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수정이 가능한, 아니 수정이 아니라 아예 결재를 했다는 사실조차 지워버릴 수 있는 연필로 사인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책임자가 나중에 문제가 되었을 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이다. 지우개로 지우면 그만이니까. 실제로 필자가 열심히 작성한 서류를 윗분께서 임원의 결재를 받고 오셨는데 한숨을 푹 쉬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연필로 결재를 하셨던 거였다. 처음 보는 상황에 좀 당황하긴 했지만. 역시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는 법이었다. 내 윗분께서는 연필로 사인한 그 위에 나중에 지우개로 지울 수 없도록 투명한 스카치테이프를 붙여 버리셨다.
지금 까지 결재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를 적어 보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류를 작성했으면 결재는 꼭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결재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직장인 여러분들(저를 포함해서)에게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