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적 편안함 속에 숨겨진 지뢰를 조심하세요
안녕하세요? Kay입니다.
오늘은 리더가 주의해야 할 게으름(?)에 대해서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런 격언(?)이 있었습니다.
폰트만 바꾸어도 결재가 쉽다?
과연 그럴까요?
그런데 저의 과장시절을 돌이켜 보면 팀장들은 폰트에 유난히 집착했던 기억이 납니다. 가는각진제목체, 맑은 고딕, HY견고딕이 아니면 문서를 쳐다보지도 않았지요. 심지어 표에서 각 칼럼의 간격까지 지적을 하였습니다. 또한, 내용보다 단어 하나하나에 굉장히 예민했었습니다. 그분들은 한글이나 영어 표현보다는 과거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한자어를 선호했었지요. 덕분에 저는 장중한 문체의 문서를 자유자재로 작성할 수 있는 스킬을 습득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왜 이렇게 작은 것에만 집착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내용의 디테일이 아닌 표현의 디테일에 너무 예민했었기 때문이죠. 그때는 잘 몰랐었습니다만, 다양한 분야의 학습을 하다 보니 그때 그들이 왜 그랬는지에 대한 자문자답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인지적 편안함'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어떤 대상을 분별하고 판단함이 매우 쉽다는 것이지요. 즉, 어떤 대상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단서를 찾을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보이는 그대로 판단하려 하는 마음입니다.
인지적 편안함의 사례들입니다.
1. 반복해서 듣거나 보게 되면 친숙함을 느끼게 되고, 결국 호감으로 이어진다.
2. 깔끔하고 보기 좋게 작성된 문서들을 보면 진실처럼 느끼게 된다.
3. A와는 언제나 같이 어울리기에, A가 가져오는 문서들은 모두 마음에 든다.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다니엘 카너먼 교수님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이는 것이 전부.’라는 함정에 빠지기 쉽다고 하셨지요. 생각하기 귀찮아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인데요, 그 귀찮음에 빠져 보이면 그저 보이는 대로 판단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예전 왜 팀장들이 내용보다는 폰트와 문서작성 스킬에 집중하였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팀장이 임원에게 서류를 들고 갔을 때 임원들이 그에 맞추어 판단을 하였기 때문이죠. 저는 이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 다음의 내용을 여러분들께 제안하려 합니다.
1. 반복이 주는 인지적 편안함을 경계해야 합니다.
‘위기’라는 단어도 처음 한두 번이지, 계속 듣게 되면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죠. 반복될수록 친근하게 느끼게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도 모르게 편안함이 드는 단어들은 다시 한번 정신 차리고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2. 보기 좋은 문서를 조심해야 합니다.
깔끔하게 정돈된 문자들의 오와 열. 각 잡힌 표. 심지어 내가 선호하는 폰트까지 사용한 문서는 좋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지가 수월하기에 바로 'OK!' 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인지적 편안함 속에 가려진 내용에 더 집중해야 합니다. 여러 업체의 제안서를 검토할 때도 마찬가지겠지요.
3. 친근함과 진실을 구분해야 합니다.
A와 친근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 A가 가져오는 문서에 대해서도 친근함을 느끼게 됩니다. 심리학용어로 ‘점화효과’라고 하는데요, 친근함 속에 묻혀서 중요한 내용을 보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리더라면 더욱 조심해야 하겠습니다.
리더는 바쁩니다. 바쁘기에 크지 않은 일이라면 편하게 넘어가고 싶지요. 인지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되면 생각도 하지 않고 넘기기 쉽습니다. 리더는 바로 이 순간을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너무 쉽게 읽히는 문서들 속에 지뢰가 있을 수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