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건설현장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현장 관리직으로 근무를 하였지요. 그래서 지방현장 여러 곳을 경험하였습니다. 지방현장은 외진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현장 내에서 운영되는 현장식당(일명 '함바'/그다지 좋은 표현이 아님을 양해바랍니다.)은 필수였습니다.
함바에서 아침점심을 해결하였고, 저녁에 별다른 약속이 없는 직원들은 저녁식사까지 함바에서 해결하고 숙소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필수시설이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함바에서 어떤 메뉴가 나오는지는 아주 중요한 관심사였지요. 맛있는 음식이 나오는 날이면 일찍 동나기 일쑤였습니다.
함바는 입찰로 운영권을 획득하는 것이기에 이익은 매우 중요하였습니다. 하지만, 정기적인 함바 평가나 직원들의 민원 때문에 이익만을 목표로 값싼 식재료만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여기서 함바 운영의 노하우가 빛을 발하게 됩니다.
오랜 세월 함바만을 전문적으로 운영하시는 분들은 이익과 직원들의 복지 사이의 균형을 아슬아슬하게 맞추었습니다. 며칠 동안 부실한 반찬들이 나왔던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날은 여지없이 고기반찬이 나왔습니다. 그러면 그 만족감에 또 며칠 동안은 아무 불평 없이 함바를 이용하였지요. 그러다 며칠이 지나고 뭔가 허전해질 때쯤 함바에 가면 또 직원들이 선호하는 고기반찬이 나왔습니다. 장난처럼 슬슬 고기가 나올 때가 되었는데라고 생각하는 날이면 여지없이 그 예상이 맞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들은 직원들이 지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입맛과 영양을 꾸준하게 관리하였던 것이었죠.
이제 회사이야기로 바꿔보겠습니다.
회사의 직원은 상처받고 지치기 쉽습니다. 사람이기 때문이죠. 기계가 아닌 이상 매일매일 겪는 업무와 개인생활에서 겪는 스트레스는 직원의 마음을 힘들게 합니다. 예전에는 직원들이 지치는 것에 대해서 그저 당연한 것이라는 분위기가 많았습니다만, 팬데믹을 거치면서 '번아웃'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람의 마음도 육체 못지않게 아플 수 있다는 것에 많은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죠.
사람의 입맛도 절묘한 관리가 필요한데, 그 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예민한 사람의 마음은 더 심층적인 관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번아웃에 노출될 때 단순하게 세대차이나 복지문제를 이유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지요. 밑에서 소개드릴 책에서는 ‘먼지 쌓인 탁구대’ 예시를 듭니다. 회사에서는 탁구대만 마련해 주면 직원들이 탁구를 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네트워크도 활발히 하리라 생각하였겠지요. 하지만, 진정성이 없는 제도는 무덤에 불과합니다. 아무도 이용하지 않는 직원들의 휴식공간, 그저 채용페이지에 내용을 올리기 위한 각종 제도는 아무 의미도 없겠지요.
엉뚱한 조치를 취하면 어떻게 될까요? 소중한 직원은 떠나가게 되고, 회사는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될 것입니다. 새로운 사람을 채용하고 온보딩까지 이르게 하는 비용과 시간에 대해서는 굳이 설명을 안 드려도 잘 아실 것입니다.
이 콘텐츠는 번아웃 관련으로 전 세계적으로 아주 유명한 저서인 제니퍼 모스의 ‘잘 나가는 조직은 무엇이 다를까’를 잘 설명해 줍니다. 적극적인 경청을 통한 리더십 형성, 소통 구축, 팀빌딩 방법, (심리적) 안전감이 있는 직장 만들기, 공감과 신뢰 등 이미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키워드들에 대해서 잘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데 왜 실행을 못할까? 저는 기업들의 능력부족이 아니라, 번아웃에 대한 잘못된 인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에게 위기가 닥쳐오기 전에 직원들을 관리해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식당의 메뉴만 신경 쓰지 말고, 진짜 예민하고 중요한 직원들의 정신건강을 미리미리 관리하는 것이 경영층과 HR의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강의만으로도 번아웃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타파할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강의를 통해서 기업에 꼭 필요한 인사이트를 얻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