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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Nov 08. 2023

임원? 도대체 넌 누구냐?

임원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듣다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돕는 Kay 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저의 시작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봅니다.



어제는 문득 제가 처음으로 썼던 글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기준으로 제 브런치에는 178개의 글이 쌓여 있는데요, 그 글들의 시작이 되는 글입니다. 사실 저는 글쓰기에는 관심도 전혀 없고, 오히려 싫어하기까지 했던 사람이었는데요, 중요한 얘기들을 듣다 보니 기록하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들었던 것이 저의 글쓰기 시작이었습니다.



다시 보니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임원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다시 꺼내 보아도 괜찮은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 새롭게 재건축(?)을 해봅니다.






저는 당시 HRD 프로그램의 수주와 운영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전혀 일면식도 없는 기업이었지만, 인연이 닿아서 고객사가 되었습니다. 그 기업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압도적인 위치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계열사를 포함한 그 기업의 신임임원들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수주하게 되었고, 운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에 교육장소에서 신임임원분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고, 너무나도 소중하다고 생각되어 저도 모르게 필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글로 옮기게 되었지요. 회사에서는 듣기 힘든 임원들의 생생한 목소리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임원이라고 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습니다. 특히나 저는 첫 직장이었던 대기업에서 임원들의 지근거리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그분들의 일상을 매일매일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렇게 생활했습니다.


1. 새벽출근이 일상이었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보통 6시 내외로 출근을 하지요. 주요 사항을 체크하고는  7시에 임원회의를 시작합니다. 임원회의가 끝나갈 무렵에 일반 직원들이 하나둘씩 출근을 합니다.


2. 새벽출근을 하지만, 그들의 밤생활은 어렵습니다. 일과 사람에 치여서 일찍 들어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숙취해소 음료를 박스채 사서 매일매일 음용(?)하는 임원도 있었습니다. 물론 다음날은 새벽출근을 합니다.


3. 실적에 대한 압박이 심한 것은 기본이고, 사소한 일로 옷을 벗는 일도 많았습니다. 즉 그들은 언제나 살얼음판 위에서 생활했던 것이지요.


 

그렇게 임원들을 관찰하던 저는 그때 그 교육에서 그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임원들답게 쉬는 시간에도 계속해서 통화를 하고 노트북을 두드렸지만, 교육에 임하는 집중력 또한 대단했습니다. 집중력만큼이나 진정성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1. 외롭다. 팀장 때까지는 동기들과 선배가 있었는데, 이젠 내 곁에 아무도 없는 것 같다.


2. 임원이 된다는 것은 내가 누군가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 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팀장 때는 비빌 언덕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했는데, 내가 언덕이 되고 보니 너무 막막하다.


3. 임원이란 부하직원들의 우산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 자리까지 온 것은 선배들의 우산 덕분이었다. 이제 내가 우산이 되어 주어야 한다.


4. 임원이 되고 보니 커뮤니케이션이 달라지게 되었다. 지시와 설득이다. 한쪽에만 편향되면 안 된다. 이 두 가지를 절묘하게 혼합해야 한다.


5. 팀장일 때는 내가 전문가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이제 전문가들인 팀장에게 지시를 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6. 팀원일 때는 사내정치를 경멸했다. 임원이나 팀장은 자리를 비우는 일이 많았고, 월급루팡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임원이 되고 보니 사내정치를 나쁘게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의 성과를 위해서도 사내정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팀장때와 달리 임원은 사내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필요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임원은 외교에 능해야 한다고 느낀다.


7. 시간에 쫓긴다. 사우나에 들어갈 때도 핸드폰을 가지고 들어간다.


8. 경청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나도 모르게 상대방의 말을 끊어 버릴 때가 많다. 


9. 비전을 제시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 이제 직원들은 그저 끌고 가면 끌려오는 존재가 아니다.


10. 삶자체가 작두를 타는 기분이다. 매일매일 의사결정을 하다 보니 잘못된 의사결정하나에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까 봐 전전긍긍한다.


11. 기쁨은 잠시이고 책임감은 무겁다. 그런데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서 슬프다.


12. 팀장일 때는 임원에게 들이받을 수 있었는데, 임원이 되고 보니 최고경영층에게는 들이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3. 임원은 계속해서 쪼아대야 하는 사람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14. 임원은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다. 


15. 현명하게 화를 내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16. 임원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





어떤가요? 좀 지난 일이긴 하나 지금의 기업현장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가 그분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생각했던 것은 임원이 되기 전에 아무도 준비를 못했다는 것입니다. 임원이 되고 나서야 신임임원을 위한 교육을 받았으니까요. 스타트업이나 작은 기업에서는 여건상 힘들겠지만, 규모가 있는 기업이라면 예비리더들을 위한 교육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임원이 되었을 때의 온보딩 실패는 기업에게 크나큰 타격을 줄 것입니다.



제가 존경하는 CEO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는 기술자가 아니라 경영자가 될 황금씨앗을 품고 있는지 보신다고 말이지요.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와 기업을 돕습니다.

★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에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네이퍼카페 "팀장클럽"에 신임팀장을 위한 콘텐츠 연재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

★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에서 HR 전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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