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y Oct 20. 2023

리더의 정신승리가 위험한 이유

리더와 자연인을 반드시 구분하세요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돕는 Kay 작가입니다.

오늘은 '뒷담화'얘기로 시작하려고 합니다.



직장인들이 술자리에 모이게 되면 어떤 얘기를 제일 많이 할까요? 당연히 그 자리에 없는 회사의 상사 얘기를 많이 할 텐데요, 좋은 내용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같은 대상으로부터 핍박을 받는 존재이기 때문에 뒷담화를 하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동질감도 느끼지요.



우리 속담에 '안 보이는 곳에서는 나랏님도 욕한다.'라고 하지요. 우리나라는 예부터 공개적인 장소가 아닌 사적인 장소에서의 윗사람에 대한 뒷담화는 어느 정도 용인되는 문화였음을 속담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사(리더)는 필연적으로 욕을 먹어야만 하는 존재일까요?



흔히들 리더는 고독하다고 합니다. 상위 리더가 될수록 조직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실무자 구성원들과는 소통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렇게 되면 상위 리더가 추진하는 많은 일들이 구성원들의 동의보다는 Top-Down 방식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Top-Down 방식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조직이 커질수록 필연적이기도 하고, 리더의 결정은 책임을 동반하기 때문에 결국 Top-Down일수 밖에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리더의 결정을 모든 구성원들이 열광적으로 지지할 수는 없겠지요.


 

저 역시 리더는 필연적으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구성원 100%를 만족시킬만한 결정은 없을뿐더러, 모든 결정에서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언제나 본인의 라인이나 측근들의 의견만 존중하는 편파적인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되겠지요. 



그래서 리더는 타인(내부의 구성원, 외부의 이해관계자 등)의 비판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감내할 수 있는 내성을 키워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책임의 무게감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테니까요. ‘미움받을 용기(기시미 이치로, 고가 후미타케)’가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 리더가 되었던 그때부터 리더는 당연히 비판을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해 왔고, 그 생각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많이 들어왔던 ‘정신승리’도 리더에게는 어느 정도는 필요한 미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읽었던 리더십의 대가 존 맥스웰의 ‘리더십 골드’를 보면서 저의 생각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는 성찰을 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리더의 비판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관련해서 말이죠. 존 맥스웰은 리더에 대한  비판을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1. 리더 자체에 대한 비판(직책, 역할, 의무 등)

2. ‘리더’ 홍길동이 아닌 ‘자연인’ 홍길동에 대한 비판    



1번에 관해서는 전혀 이견이 없습니다. 팀장, 본부장 등 직책을 맡고 있는 리더가 본연의 역할과 할 일을 잘하지 못할 때에는 당연히 비판을 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리더도 그 비판에 대해서 성찰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리더라는 ‘자리’가 아닌 리더를 맡고 있는 ‘자연인’에 대한 비판입니다. 홍길동 팀장에 대한 다음의 두 가지 비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1. 홍길동 팀장은 의사결정할 때 너무 느려. 그래서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2. 홍길동 팀장은 다른 사람의 말을 절대 들으려 하지 않아. 언제나 자기 말만 하지.   



어떤가요? 둘 다 팀장이라는 ‘자리’에 대한 비판인가요? 팀장은 적시에 의사결정을 해야만 합니다. 결정을 제때 하지 않고 시기를 놓치게 되면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지요. 그래서 결정을 하지 않는 것도 결정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말을 절대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연 팀장에 대한 비판이 맞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경청하고 존중하는 것은 공동체 안에서 살아가는 구성원의 당연한 자세입니다. 그런데, 다른 사람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것은 다른 사람에 대한 존중 자체가 없는 것이지, 팀장의 역할을 잘못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비판이 리더라는 ‘자리’에 대한 비판으로 치부되어서는 안 됩니다. 리더는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과 같이 말이죠. 



‘자연인’ 홍길동에 대한 비판을 ‘팀장’ 홍길동에 대한 비판으로 오해하게 되면, 홍길동 본인은 마치 회사를 위해서 비판을 감내하고 일하는 리더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정신승리’가 위험한 방향으로 발현되는 것이죠. 결국 리더의 성품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자연인' 홍길동이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전혀 인지 못하기 때문에 반성과 개선도 없을 테니까요.



성품은 X 같아도 일은 잘하는 리더도 많습니다. 하지만 성품이 X 같기 때문에 일을 잘하는 리더는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와 기업을 돕습니다.

★ 브런치와 네이버 블로그에 리더십과 조직문화에 대한 글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네이퍼카페 "팀장클럽"에 신임팀장을 위한 콘텐츠 연재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

★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에서 HR 전반 경험

매거진의 이전글 리더는 무역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