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HRD를 했습니다. 보통 HR(Human Resource)이라고 하면 크게 HRM과 HRD로 구분합니다. HRM은 Human Resource Management라고 해서 인적자원관리라고 합니다. 반면, HRD는 Human Resource Development으로 인적자원개발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HR을 한다고 하면 M(HRM)? or D(HRD)?라는 질문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처음 HR의 세계로 들어왔을 때는 HRM업무를 보았습니다. 인사정보관리, 급여, 채용, 평가(인사고과, 인사평가 등), 보상(승진, 호봉제 관리 등) 등 이 저의 업무였습니다. 그러다가 HRD의 세계로 뛰어들고 나서는 계층별 리더십교육, 코칭, 리더십 체계수립, 역량모델링, AC/DC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두 가지를 모두 하다 보니 저는 HRM 보다는 HRD에 더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리더십에 관한 글을 쓰게도 되었지요.
그런데, HRD를 하는 사람들이 자조적으로 하는 농담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결코 농담이 아닙니다. 다만, HRD의 현실적 한계에 부딪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봅니다.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아
어떤가요? 동의하시나요? 쉽게 동의도 부정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사람이 변하지 않는데 굳이 리더십을 교육한다 해도 소용이 있을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여기서 사람이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은 ‘성품’을 말합니다. 성품은 아주 중요한 가치지만,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가르치기도 어렵지요. ‘리더십 텐트모델’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리더십은 텐트를 받치고 있는 다섯 개의 기둥과 같은데, 각 기둥은 대인스킬, 성과집중력등 리더의 역량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가운데의 가장 큰 기둥이 쓰러지게 되면 다른 네 개의 기둥이 아무리 튼튼하더라도 결국 텐트는 쓰러지게 된다고 합니다. 가장 큰 기둥은 바로 리더의 ‘성품’을 나타냅니다.
성품은 중요하지만, 절대 변하지 않는 것이기에 아무리 HRD를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과연 HRD가 효과성이 있을까 하고 말이지요. 하지만,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꾸준하게 HRD에 투자할 이유가 없겠지요. 그래서 더 많이 혼란스러워했고, 억지로 무시하고 잊어버리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하지만, 리더십에 대한 글들을 쓰다 보니, 저 나름대로의 원리(?)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문적으로 전혀 검증이 되지 않았기에 조심스럽습니다만, 기업에서 20년 동안 HR을 비롯해서 다양한 업무를 해온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1. 리더십은 기술입니다. 사실 리더십이 뭐냐란 질문에 답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석학들도 각각 여러 가지 정의를 내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가치는 동일합니다. 바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입니다. 비전을 보여주고, 동기를 부여하며 사람을 움직이게 합니다. 그리고 움직이는 과정에서 많은 것들을 조율하고 관리하며 성과를 만듭니다. 리더십을 개인의 성품이나 인격과 같은 것으로 생각하면 절대 배울 수 없거나 우리의 한계를 넘어갔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약간 억지로라도) 리더십은 그저 팀을 만들고 성과를 만들게 하는 스킬로 생각하면 문제는 쉬워질 수 있습니다. 마치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말이지요.
2. 그러므로, 학습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하나의 기술(art)로 생각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위에서 사람은 안 변해란 말은 리더십을 하나의 성품이나 인격에 관한 의미로 보았을 때는 맞는 말이지만,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스킬로 생각하면 아니게 됩니다. 우리가 수영을 배운다고 해서 그 사람이 변했다고 하지는 않으니까요. 그저 수영을 배웠다고 하지요. 이처럼 리더십을 배웠다고 해서 사람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팀을 만들고 성과를 내게 하는 기술인 리더십을 배우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3. 하지만, 배움과 실행은 다릅니다. 꾸준한 학습으로 체화시켜야 합니다. 배움과 실행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머리로는 배웠어도 실행 즉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겠지요. 운동선수들을 보면 머리로는 아무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몸이 이끄는 대로 가는 몰입(Flow)의 상황에서 뛰어난 결과를 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동양의 표현으로는 물아일체(物我一體) 정도가 되겠네요. 리더십을 발휘하게 만드는 여러 도구들이 있습니다. 경청, 코칭, 성과관리 등이 있습니다. 이런 도구들을 리더의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도록 (체화/體化)하는 것이 리더십 학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리더의 대화나 행동에서 리더십이라는 기술이 발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학문적인 바탕이 없는 제가 리더십이 뭐다라고 함부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리더십이 그저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나 바닷속 어딘가에 있는 아틀란티스 대륙처럼 느껴지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접근하기에 더 쉬운 개념임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