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게으름' 높이 이야기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는 Kay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생뚱맞지만 우리의 휴대폰 속에 있는 ‘동그라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친구와 만나서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친구의 휴대폰으로 뭔가 연락이 왔기에 친구는 휴대폰 화면을 열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친구의 휴대폰 화면을 본 순간 저는 숨이 멎을 듯했습니다. 친구의 카카오톡 아이콘 오른쪽 위 빨간 동그라미 안에는 무려 세 자리 숫자가 입력(?)되어 있었습니다. 즉,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백여 통 이상이 된다는 것이지요.
저는 경악했습니다. 정말로 진지하게 친구에게 신경 쓰이지 않냐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휴대폰의 아이콘 오른쪽 위에 생기는 동그라미에 굉장히 예민합니다.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있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지라 수시로 동그라미를 없애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친구는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 듯했습니다.
괜찮아. 중요한 것들은 다 처리했어.
하긴, 친구가 알아서 중요도를 파악해서 처리를 한 것이겠지요. 또한 제가 너무 예민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마도 성향이 다르니까요.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단체 톡방에 가입되어 있습니다. 내가 굳이 지금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메시지는 많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확인하지 않아도 일상생활에는 크게 지장이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직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이미 많은 기업에서 전자 결재 시스템을 도입하였습니다. 저의 첫 직장은 대기업이었는데요, 이미 대기업에서도 약 20년 전부터 이미 전자 결재 시스템이 시작되었습니다. 전자결재 시스템은 매우 편리합니다. 예전에는 인증 문제가 복잡하긴 했습니다만, 최근의 전자결재 서비스는 기술적으로 불편함을 상당히 제거했습니다. 그래서, 개인별 아이디로 로그인한 후 전자결재 아이콘에 몇 개의 미결 문서가 있는지 확인하고 바로 결재 버튼만 누르면 모든 절차가 종료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적어도 제 경험의 범위 안에서는 ‘라떼’ 시절의 종이문서 결재 속도보다 전자 결재문서의 의사결정 속도가 매우 늦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습니다. 당장 블O인드나 잡O래닛만 보아도 결재를 한번 올리면 하세월이라는 불만이 가득 담긴 리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는 결재를 하는 승인권자들이 동그라미 속의 미결 숫자를 마치 카카오톡의 동그라미 속 숫자처럼 가볍게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왜 ‘일부’ 리더들은 전자결재 아이콘의 동그라미를 가볍게 인식할까요?
1. 종이결재는 쌓이는 양을 눈으로 관찰할 수 있습니다.
종이결재는 실제 종이라는 형태로 실재합니다. 그러니, 한건 한건 미결문서가 쌓일 때마다 그 부피가 커집니다. 미결된 문서가 산처럼 쌓여있는 모습은 눈으로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겠지요. 리더의 책상 위에 쌓인 미결 문서들의 높이는 곧 “리더의 게으름” 높이입니다
2. 그런데, 전자결재는 쌓여도 쌓이는 양을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전자결재 아이콘의 동그라미 숫자로 미결 문서가 많음을 알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아이콘 위의 숫자로 간단하게 표현되는 숫자를 신경 써서 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미결문서의 양에 관계없이 그저 작은 동그라미 안의 숫자로 간단히 표현되니 압박감을 느끼기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 눈에는 미결된 문서의 양이 보이지 않으니 해당 리더가 일을 열심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결재를 올린 담당자는 그저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바일로도 결재가 가능하니 화장실에서도 결재할 수 있을 텐데 도통 결재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 “리더의 게으름” 높이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3. 동그라미의 숫자에 둔감해질수록 조직의 경쟁력은 저하됩니다.
속도는 기업의 경쟁력입니다. 실행의 속도는 실무자의 몫입니다. 하지만, 의사결정의 속도는 당연히 리더의 몫이겠지요. 그런데, 의사결정의 속도가 느러지만, 이에 비례해서 실행의 속도는 더 느려집니다. 심지어 타이밍을 놓치게 되면 그 손해는 어마어마할 것입니다.
리더는 동그라미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동그라미 안의 숫자가 커질수록 조직의 의사결정과 실행의 속도는 느려집니다. 경영환경이 수시로 변화되는 이 시기에 의사결정 속도가 느려질수록 조직의 경쟁력은 그만큼 저하되지 않을까요?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https://www.linkedin.com/in/kay-woojae/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hahahaHR.com,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리더십 칼럼 기고: 대기업 내부 블로그, HR인사이트 등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 글쓰기 모임 운영: 작심삼일 글쓰기, 두들린 체인지 스터디 ‘리더의 글쓰기’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