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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Oct 02. 2024

존중을 권리로 착각할 때 생기는 일

호이가 계속되면 둘리가 되듯이...

안녕하세요? 리더십과 ‘연결’을 돕는 Kay 작가, 김우재입니다. 오늘은 얼마 전 TV 예능을 보다가 느꼈던 점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박 2일은 이미 아주 오래된 국민예능입니다. 굳이 프로그램명을 감출 필요가 없기에 밝히고 시작합니다. 얼마 전 에피소드입니다. 수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어느 강가에서 두 팀으로 나뉘어서 게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는 모터보트에 밧줄로 연결된 작은 무동력 고무보트 위에서 손을 사용하지 않고 양말을 벗어야 하는 경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모터보트는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방향전환을 했기에 당연히 3명의 멤버들이 타고 있는 고무보트도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보트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양손으로 지지대를 꼭 잡고 있었기에 이용할 수 있는 신체부위는 발밖에 없었습니다. 최초 경기를 했던 팀은 각자 두발을 비벼대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완결시간도 꽤 걸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두 번째 팀의 경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각자의 개인기로 게임을 했던 전팀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졌습니다. 팀장인 멤버가 옆 멤버의 양말을 입으로 물고 벗겨주기 시작했습니다. 각자 양발만 비벼대었던 상대팀 멤버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입으로 양말물기’ 작전은 훌륭했고, 상대팀과 엄청난 시간차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때 TV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자막이 나왔습니다.




팀장의 헌신



정말로 팀장은 헌신했습니다. 체면이나 나이도 없이 팀의 승리를 위해서 스스럼없이 다른 멤버의 양말을 입으로 물었기 때문이죠. 그렇게 헌신해서 팀의 승리를 이끌어 내었고, 팀의 승리는 과정에 있었던 어려움과 괴로움을 잊어버리게 했습니다.






처음 팀장이 되었을 때가 생각이 납니다. 처음 보는 팀원들과 어색하게 인사를 하고 업무 파악에 들어갔습니다. 팀원들은 저에게 깍듯했습니다. 물론 제가 팀원들보다 나이가 많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그들은 제가 단순하게 연장자이기 때문에 저에게 깍듯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들의 리더였고, 그들은 저를 리더로서 존중해 주었습니다. 존중은 행동과 언어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사람이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존재입니다. 어느 한순간 저는 그들의 존중을 ‘권리’라고 착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하러 가서도 그들이 준비해 주는 수저와 물 세팅을 당연한 것이라고 착각했습니다. 저는 팀장, 리더이기 때문에 그만한 의전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하게 되었습니다. 간식을 먹을 때도 그들이 제 몫의 간식을 먼저 주는 일도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히려 저 말고 다른 사람에게 먼저 주었을 때 이유도 모른 채로 화가 나기도 했습니다. 저도 모르게 ‘체면’에 매우 민감해졌던 겁니다. 




물론 이 착각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당시 제가 일하던 곳은 일정 기간마다 리더의 리더십 역량에 대해서 무기명 다면 평가를 했습니다. 저 역시 예외 없이 다면 평가를 받았고, 결과지를 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수준보다 그들의 평가는 매우 처참했습니다. 냉정한 평가 앞에서 저의 착각은 바로 사라졌습니다. 그들의 존중은 제가 아닌 리더를 향한 예절이었고, 저는 끊임없이 리더의 자질과 성과를 그들에게 평가받아야 했습니다.  



저의 지난날들을 복기해 보았습니다. 의무보다 의전에 더 민감했고, 헌신보다 체면에 더 집중했었습니다. 도전적으로 달려들기보다는 뒤로 빠져서 팀원들에게 미루기도 했습니다. 이때를 계기로 저는 권력이 얼마나 달콤하고 위험한 것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비록 팀원 4명의 작은 팀이었지만, 그 안에서 권력을 느끼고 스스로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있었던 것이지요. 이후 저는 리더역할을 하면서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해 왔습니다. 사소하지만 식당에 가서도 제가 먼저 수저 세팅을 했습니다. 별거 아니지만, 작은 행동 하나가 저를 함정에 빠트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팀장을 하게 되면 부담감도 크지만, 팀원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권력과 의전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 향기에 빠지는 순간 그야말로 그저 ‘벼슬아치’에 지나지 않는 리더가 되기 쉽습니다. 향기에 매혹되지 않도록 팀장은 끊임없이 자신을 살펴보아야 하겠습니다.



의전의 달콤함보다는 의무의 준엄함을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체면을 내세우기보다는 먼저 궂은일을 하는 헌신의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Kay 작가(김우재) / 출간작가 / 리더십 / 조직문화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그리고 컨설팅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으로 리더십과 ‘글쓰기’를 돕습니다.

★ '나는 팀장이다' (공저) / 플랜비디자인 2020년 / 7쇄 / 대만출간

★ https://hahahahr.com/kay , 네이퍼카페 "팀장클럽", 코치닷 정기 연재

★ 팟빵: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90236?ucode=L-gqIVtpiB

★ 네이버TV: https://tv.naver.com/v/51992040

★ 리더십 칼럼 기고: 대기업 내부 블로그, HR인사이트 등

★ 카카오 커리어 분야 크리에이터 (브런치)

★ 리더십 강의 진행: 러닝스푼즈, IT 스타트업, 국가기관 등

https://learningspoons.com/course/detail/leader-communication/

★ 글쓰기 모임 운영: 작심삼일 글쓰기, 두들린 체인지 스터디 ‘리더의 글쓰기’ 등

★ 다수의 기업 및 기관의 다양한 HR 프로젝트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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