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의 구조와 영웅서사 이야기
안녕하세요? 글쓰기를 돕는 Kay작가, 김우재입니다. 글쓰기에 관한 글쓰기로 계속해서 이렇게 글을 쓰고 있습니다. 평범한 일반인의 입장에서 터득한 작은 잔재주를 알려드리기 위함인데요, 제가 유명한 작가님들의 글쓰기 책을 보니 따라 하기가 너무 어려웠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일반인을 위한 소소한 글쓰기 팁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혹시 보드게임을 좋아하시나요? 어렸을 때 참으로 많이 해 보았던 기억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간단한 카드게임부터, 주사위 보드게임 등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다양한 보드게임이 있습니다. 특히나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이른바 ‘국민’ 보드게임도 많습니다.
저 역시 다른 집과 다르지 않게 아이와 같이 놀 수 있는 보드게임을 여러 개 구입했는데요, 어느새 보드게임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당시는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의 요소를 비게임 분야에 적용하는 것. 게임化)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이 있던 터라 저 역시 게이미피케이션의 세계에 쉽게 입문할 수 있었습니다.
보드게임에 대해서 몰입해서 파고 들어가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보드게임 작가님의 강의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그분의 강의를 듣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국내에 발매되지 않은 보드게임을 직구하기도 하고, 제가 직접 아이를 위한 보드게임을 만들기에도 도전해 보았습니다. 벌써 10년이 다되어 가지만 아직도 저의 클라우드에 당시 자작자료들이 남아 있습니다.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브런치에 보드게임 자작에 관한 시리즈를 작성하기도 하였습니다. 물론 현업에 바쁘다 보니 몇 개월이 지나 흐지부지 되긴 하였지만, 지금도 보드게임에 대한 열정은 잊지 않고 있습니다.
보드게임에 대해서 공부하다 보니 흥미로운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습니다. 게임 즉, 우리가 재미를 느끼는 구조는 40여 개 정도로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주사위 굴리기(Dice Rolling), 카드 뽑기 (card drafting) 등 지극히 간단한 구조부터 영토 정복(territory building) 같은 어려운 구조까지 이미 검증(?)이 되어 있었습니다. 우리가 즐기는 보드게임부터 온라인게임도 잘 살펴보면 재미의 구조들이 서로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즉, 사람이 재미를 느끼는 요소는 이미 검증이 되어 있고, 모든 게임은 이 요소들을 기반으로 만든 것이었죠. 이 요소들에 어떤 컴포넌트(캐릭터, 도구 등)를 어떤 서사(이야기, 줄거리)로 입히느냐가 차별점입니다.
https://brunch.co.kr/@beast112/82
이 정도까지 공부하자, 고등학교 문학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생각났습니다. 영웅서사에 관한 내용이었는데요, 국가/시간/지역을 막론하고 영웅서사는 대부분 비슷한 구조를 가집니다.
고귀한 핏줄 - 상서롭지만 기이한 탄생 - 어린 시절의 탄압 - 도망과 방랑의 시간 - 귀인과의 만남 - 원수와의 결투 - 승리 및 해피엔딩
다들 익숙하신 구조입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부분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고, 현시대의 많은 영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요. 이미 재미가 검증된 구조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많은 이야기의 기본 구조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드게임, 영웅서사 이야기가 글쓰기와 무슨 관계일까요? 말하기와 글쓰기가 다른 점은 구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많이 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특징은 구조 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개요라도 종이에 작성한 사람은 다릅니다.
글도 말하기와 비슷합니다. 글은 글인데 이해하기 어려운 글들이 있습니다. 글쓴이의 의식 혹은 손 가는 대로 마구잡이로 작성한 글입니다. 보드게임의 재미요소나 영웅서사처럼 타인이 이해하기 쉬운 구조들을 우리는 이미 학창 시절에 배웠습니다. 기승전결, 수미상관, 도치법 등 이미 사람들에게 검증된 구조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글쓰기에 이 구조들을 활용해야 합니다.
코스요리는 우리가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순서대로 음식이 나옵니다. 글 역시 타인이 가장 이해하기 쉽도록 내용을 배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별한 문학작품이 아닌 이상, 이미 사람들에게 검증되어 이해하기 쉬운 구조를 활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코스요리의 시작부터 메인 요리가 나온다면 다른 요리들은 어떻게 될까요?
감사합니다.
김우재 Kay작가 / 출간작가, 글쓰기 코치
- '나는 팀장이다.' (2020.02.20. / 플랜비디자인 / 공저 / 7쇄 / 대만 출판)
- SK하이닉스 사내 내부망 칼럼기고 (2024)
- HR인사이트 칼럼기고 (2024)
- 팀장클럽 정기연재 (2023~)
- 가인지캠퍼스 뉴스레터 필진작가(2024)
- 강의: 러닝스푼즈, ENKI, 한국학중앙연구원, 패스트파이브, OO시 경제인연합회, 남유FNC, 바르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