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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이번 달 까지만 출근하세요.

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by Kay
이번 달 말까지만 출근하시면 됩니다. 급여는 다음 달 20일분까지 챙겨드릴게요.



직장 경력 20여 년 만에 처음 들어보는 말에 순간 세상이 무너진 듯했습니다. 지방발령도 아니고, 징계도 아니고, 그냥 해고였으니까요. 처음 지방 발령을 받던 날도 하늘이 무너진 듯했습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주니어의 어리광이었습니다. 저의 첫 직장에서는 절반 이상의 직원이 지방현장, 해외현장에서 일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방발령을 받아서 지방으로 내려갔다 하더라도 제가 회사의 소속임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현장수당이 있어서 전체 급여는 상향되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니 지방발령에 대해서 불만을 털어놓는 것은 그저 주니어의 어리광에 불과했지요.



하지만, 지금은 달랐습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이 바로 저의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끝나는 신호였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 달 뒤면 저는 백수 확정이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온갖 물음표가 생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어디로 이직을 해야 하지?
실업급여는 받을 수 있으려나?
그런데, 이 나이에 이직이 가능할까?



말로만 듣던 바로 그 (타의에 의한) 퇴사였습니다. 제가 아는 어느 작가님도 30년 경력의 대기업 임원에서 3분 만에 내려오셨습니다. 한동안 방황의 시기를 겪고 나서는 자신의 이야기로 책을 써서 유명해지셨지요. 그분은 그래도 대기업의 임원이라는 타이틀이라도 있었습니다. 저의 대기업 경력은 그저 과장까지였습니다. 저는 퇴사당시 대부분의 사람은 이름도 들어 본 적 없는 작은 기업에 재직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저의 퇴사는 동네 가십거리도 안 되는 수준이 분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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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름 인간계에서 소소하게 살던 제가 한순간 지옥으로 떨어졌습니다. 해고 통보를 전해주시는 분은 저와 동갑이셨습니다. 동갑이다 보니 많은 감정 이입이 되었던 듯합니다. 저와 눈을 못 마주칠 정도였으니까요. 그렇게 지옥에 한 발을 담그고 카페를 나와 다시 사무실로 올라갔습니다. 이미 업무는 저와 관계없었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자리를 빼야 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부터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좋은 관계로 알고 지내던 스타트업의 대표님이었습니다. 왜 전화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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