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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다른 문이 열렸다?

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by Kay

이제 막 지옥에 떨어진 순간, 타인의 전화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기분 좋게 웃으면서 받아야 하나, 아니라면 세상 다 산듯 힘없이 받아야 하나 말이지요. 전화의 진동이 울리는 순간, 저는 한 직장인이 백수가 확정된 순간 웃으면서 통화가 가능할까란 물음을 가지면서 애써 웃는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습니다.



혹시 이번 달 말일에 강의 가능하세요?



강의? 갑자기 몇 달 전 그 대표님과의 통화가 기억이 났습니다. 교육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경영하시는 그 대표님은 링크드인에 다양한 강의가 가능한 강사 pool을 모집한다는 게시물을 포스팅하셨습니다. 연초부터 나름 사이드잡으로 작은 단발성 강의를 이어오고 있던 저에게는 나쁘지 않은 기회였습니다. 그래서 저의 전문영역인 리더십과 HR 분야로 신청을 하고 짧게 통화를 했었습니다. 당시 대표님은 반겨하시며 좋은 강의가 생기면 바로 연락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바쁜 생활 속에 그 통화를 망각하였지요.



그런데 해고통보를 받은 당일에 강의요청을 받게 되었으니 참으로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신기한 점은 더 있었습니다. 말일까지 출근하게 되어있었는데 강의도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회사를 (강제로) 마무리하게 된 그날, 바로 (타의에 의한) 프리랜서로서 첫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표님! 참으로 신기합니다. 저 오늘 해고 통보를 받았거든요? 그런데 오늘 이렇게 새로운 강의를 제안받았습니다. 죽으란 법은 없나 봅니다.


헬렌 켈러가 말씀하셨다고 하지요.



When one door closes, another opens.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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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시간짜리 단발성 강의였기에 해고와 맞바꿀 정도로 큰 기쁨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날의 그 전화는 저에게 새롭게 열린 여러 개의 문중에서 가장 먼저 열린 문이었습니다. 물론 당시는 전혀 몰랐지만요. 강의 제안에 기뻐하기에는 제 코가 3백 자였습니다. 곧 백수가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 끝에 저는 예전의 저라면 전혀 생각도 못했을 아이디어를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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