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저에게 온라인 미팅을 요청하신 분은 현직 헤드헌터였습니다. 통상 헤드헌터라면 굳이 온라인 미팅까지는 요청하지 않습니다. 전화나 메일로 소통하면 되니까요. 여기에 이력서라는 공통의 서류가 있기에 온라인 미팅을 요청하신 것은 매우 의아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그 누구라도 일단 만나야 했습니다. 그래야 뭐라도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그날 오후 온라인 미팅 일정을 잡았습니다. 이윽고 시간이 되었고, 저는 이제 곧 퇴사해야 할 회사의 작은 회의실에서 온라인 미팅에 참석했습니다.
평소에 쓰시는 글을 보고 꼭 만나 뵙고 싶었습니다.
사실 저에게 적합한 포지션을 제안하시기를 기대했었습니다. 물론 대화의 후반에서 포지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긴 했지만, 그분은 일단 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셨습니다. 반년이상 링크드인에 포스팅해 온 리더십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현재 저의 상황과 원하는 것을 말씀드렸습니다. 처음 뵙는 분에게 저의 이야기를 하기가 쉽진 않았지만, 그분이 워낙 진심을 담아 말씀하시기도 했고 적합한 포지션을 찾기 어려운 4말 5초인 저에게 더 적합한 포지션을 제안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기에 저는 솔직하게 저의 이야기를 해 드렸습니다.
1년 가까이 포스팅한 저의 글과 그날의 대화를 바탕으로 그분은 나름의 정보를 획득하신 것 같았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적합한 포지션을 소개해 주시겠다는 말씀으로 온라인 미팅을 종료하였습니다. 해고 통보를 받은 날, 새로운 강의를 제안받고 이렇게 처음 뵙는 분과 바쁘게 온라인 미팅까지 하게 되니 당황하거나 슬퍼할 여유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의 해고 통보 첫날은 바쁘게 지나갔습니다.
며칠 후 그분께 다시 연락이 왔습니다. 조직의 민감한 사안을 다루어야 하는 시니어 HR 포지션을 저에게 추천해 주셨습니다. 다만 워낙 민감한 부분이기도 하고, 조직의 상황도 녹록지 않은 터라 당장 지원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어야 하기에 저는 당연하게 지원의사를 밝혔습니다.
결과만 말씀드리자면, 그 포지션에는 지원을 하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저보다 먼저 추천된 다른 사람이 최종 입사를 한 듯합니다. 그렇게 저는 그분과의 짧은 인연을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마무리된 줄 알았던 그분과의 인연은 훗날 더 큰 인연으로 이어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