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 어디 나 없이도 잘 돌아가나 보자!

by Kay
어디 나 없이도 잘 돌아가나 보자!



회사를 그만둘 때 직장인들이 가장 희열을 느끼게 되는 대사라고 하지요? 지금껏 나 없으면 안 돌아갈 것 같아서 정말 나를 갈아 넣어 일했는데, 조직은 나를 ‘팽’하려고 합니다. 조직에서 내몰리는 것이 확정되었다면 수동적으로 내몰리기보다 능동적으로 먼저 움직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상사에게 한마디 크게 외치고 조직을 떠나게 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나 없이는 절대 잘 돌아가지 않았던 조직이 의외로 큰 문제없이 잘 돌아가게 되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습니다. 분명히 나의 빈자리 때문에 자존심을 죽이고 나에게 연락을 할 것 같았는데, 연락이 오지 않습니다. 이때가 (퇴사한) 직장인이 가장 슬플 때라고 합니다.



누군가 하나가 자리를 비워도 조직은 잘 굴러갑니다. 10명이 모인 팀은 개인 10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바로 ‘팀워크’입니다. 즉 “10명으로 구성된 팀 >10명의 개인”이라는 부등식이 성립합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긴 합니다. “10명으로 구성된 팀 く10명의 개인”이죠. 이 두 부등식의 차이는 팀워크에서 나오고, 팀워크는 리더십에서 나오게 됩니다.



그래도 누군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누군가는 반드시 그 자리를 메꿔야 합니다. 기존에는 1명이 했던 업무를 다섯 명이 나누어서 하게 되면 1.2명분이 됩니다. 즉, 어찌 되었건 조직은 누군가 자리를 비우게 되어도 얼마든지 대응이 가능합니다. 물론 그만큼 기존 구성원들이 더 갈려 나가긴 합니다만…



kayjagga_56229_urreal_staircase_looping_infinitely_in_a_dry_d_ec8b7c02-ecb2-48e7-bb8b-9649d1f8d416_3.png


제가 해고당한 그 자리도 저 이전에 짧은 기간 동안 몇 사람이 거쳐갔던 자리였습니다. 입퇴사가 반복되다 보니 일단 다른 직원들이 그 일을 나누어서 해왔었죠. 직원들은 갈려나가지만 어찌 되었건 회사는 잘 굴러갔습니다. 그렇게 되면 경영층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굳이 이 자리에 새로 채용을 안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이 정도가 되면 굳이 누군가를 채용하려고 하는 절박감이 사라지고, 지원자에 대한 눈높이만 높아져 갑니다. 저는 이런 상황을 ‘빈자리의 역설(The paradox of the vacant seat)’이라고 명명했습니다. 해고 후 계속해서 제가 해고당한 포지션의 채용공고가 올라왔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면서 저는 오늘도 ‘빈자리의 역설’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09. 주말에 한 이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