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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by Kay

지금까지가 해고 통보를 받은 지 약 3개월, 법적으로 백수가 된 지 약 2개월간의 이야기입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해고 통보를 받았을 때는 정말로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습니다. 처음으로 경험해 보는 비자발적 무직은 저에게 깊은 절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자존감이 무너지고, 죄의식으로 가득한 나머지 누군가를 만나기조차 싫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퇴사 이후 무너지는 것 같습니다. 애초 이직은 최소 2~3개월이 걸리는 여정입니다. 운이 좋다면야 1개월 만에도 완결이 될 수 있지만, 그런 운은 쉽게 찾아오지 않습니다. 차분이 앉아서 이력서를 준비하고 여러 회사를 지원하는 과정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새로운 인연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조바심과 두려움이 사람을 무너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일이 없어지면 시간이 많아집니다. 하루 종일 이직을 준비하기에는 몸도 마음도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게 나에게 빈 공간이 있으면 그 사이로 조바심과 두려움이 파고듭니다. 그래서 아무 준비 없이 퇴사를 하게 되면 급속도로 좌절하게 됩니다. 조바심, 두려움, 좌절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가족들,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나만의 동굴 속에 갇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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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도 없다.



누구의 말인지 모르겠지만, 비자발적으로 퇴사를 한 사람들에게는 금과옥조라고 생각합니다. 이직준비도 이직준비지만, 나에게 바쁨이 있지 않고서는 순식간에 사람이 무너집니다. 저의 경우에는 퇴사 후 2개월 동안 약 10회에 이르는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공유오피스 기업에서 했던 7 차수 강의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했습니다. 긴강감의 수준도 예전 조직에 속해 있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았습니다. 강의 준비와 강의 진행을 하는 동안의 바쁨과 긴장감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지만, 오히려 좌절에 빠지지 않도록 저를 붙잡아 주었습니다.



저와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좌절에 쉽게 빠지지 않은 팁은 이직 준비 외에도 나를 바쁘게 만들어 주는 ‘무엇인가’를 하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든 상관없습니다. 조바심, 두려움이 나의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올 수 없도록 나의 시간을 꽉 채워야 합니다. 저에게는 강의가 해고 후 초반 3개월을 버티게 만들어준 고마운 존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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