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얼마 전 우연히 유튜브에서 세바시 강의 한 편을 보았습니다. 어떤 로직에 의해서 그 동영상이 추천되었는지 나름 짐작이 가긴 합니다. 4말 5초의 퇴사, 퇴사 이후의 삶 등이 바로 최근 저의 주요 검색어였기 때문입니다. 그 동영상은 ‘명예퇴직’과 ‘루틴’이 주요 키워드인 강연이었습니다. 강연의 주인공은 대형 방송국의 PD였습니다. 여러 가지 경험을 거치다가 PD가 되셨고, 다양한 작품을 연출해 오신 분이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명예퇴직이라는 반갑지 않은, 하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될 ‘그 친구’를 만나게 되셨지요.
자존감과 좌절에 빠지기 일보직전, 그분은 긍정적인 마인드로 삶을 꾸려나가기로 결심하셨습니다. 본인만의 루틴을 통해 하루하루 균형 잡힌 삶을 유지하셨고, 지금은 다시 여러 가지 일들로 바쁘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계십니다. 무엇이든 루틴을 정해야 갑자기 많아진 시간의 빈 공간에서 무너지지 않고 잘 버틸 수 있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그분의 경우, 산책, 가벼운 운동, 독서, 글쓰기가 주요 루틴이었습니다.
당시 저의 루틴을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해고 통보 당일 기준으로 약 1년 전부터 매일 글쓰기를 루틴화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2023년 상반기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하루에 한편을 쓰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쓸만한 내용도 없었고, 막상 쓴다고 해도 방향성을 잃고 헤매기를 여러 번 반복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억지로 글을 썼습니다. 발행한 글이 두 자릿수가 되고나서부터는 탄력이 붙었는지 조금 수월해졌습니다. 그렇게 저는 점점 글쓰기 속도를 높여 갔습니다. 그러다 보니 2023년 하반기에는 거의 하루 한 편의 글을 브런치와 링크드인에 포스팅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아래의 그림은 당시 우연하게 보았던 그림입니다. 저의 현 상황과 앞으로의 일을 미리 얘기해 주는 듯했습니다. 이 그림대로 1년 뒤 저는 당시 대비 매우 빠른 글쓰기 속도를 낼 수 있었습니다.
결국 글쓰기는 저의 하루를 시작하는 소중한 루틴이 되었습니다. 주말에는 다음 주의 포스팅을 위해서 모아놓은 글감들을 정리하였고, 정리한 글감들을 하나하나씩 발행하면서 저는 작지만 소중한 성취감을 쌓아 나갔습니다. 루틴은 제가 조직에서 내몰린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이미 모아놓은 글감들은 많았고, 저는 그중에서 고르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수주잔고(?)가 많기에 글감이 떨어질 일은 없었습니다. 그렇게 매일 글을 쓰고 포스팅하는 루틴은 저의 자존감을 지켜주었습니다.
오랜 기간 일을 해온 사람들은 자의든 타의든 일이 없어진 순간 마음에 큰 공백이 생깁니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그 공백이 더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직장에서 나오는 순간 그동안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큰 공백을 느꼈습니다. 그 공백에 바로 좌절감, 패배감이 들어오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저에게 작지만 소중한 성취감을 주었던 글쓰기가 방패가 되어 주었습니다. 덕분에 저는 공백에 좌절감, 패배감이 아니라 N잡들을 채워 나갈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