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갑자기 다가온 기회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당시 저에게 고정된 소득은 없었습니다. 프리랜서였기에 일단 성공만 하면 나름 괜찮은 수익을 올린 수 있었지만,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파트타임이지만 고정수익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고려해야 할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2일 정도를 고정된 장소로 출근을 해야 했기에 그만큼 써칭에 투입할 시간이 부족해집니다. 저 같은 초보 헤드헌터는 일단 많은 시간을 써칭에 투입해야 하는데 출근해야 하는 2일 동안 써칭을 못하는 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여기서 저는 학창 시절 배웠던 경제학 원리를 떠올렸습니다. 저는 불확실성을 매우 싫어하는 성향입니다. 일단 어느 정도의 확실한 소득이 저에게는 중요했습니다. 특히 가족이 있기에 고정된 확실한 소득의 가치는 매우 소중했습니다.
현재 확정된 위험보다 미래의 불확실한 리스크가 더 위험하다.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그 포지션과 좋은 인연이 되고 싶었습니다. 우군 하나 없이 적진에 떨어지는 기분이었지만, 고군분투하면 뭐라도 될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다시 재개된 R님의 통화에서 저의 걱정은 많이 희석되긴 했습니다. 일단 R님은 언론사에 저의 이력서를 전달해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이 일은 저의 손을 떠났습니다. 저에게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른 뒤, 그곳의 임원 한분께서 저를 만나보시고 싶으시다는 회신을 받았습니다. 사실상 1차 면접이었습니다. 1차 면접을 마치고 저는 경영층이 참석하시는 최종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역사가 서린 언론사의 사옥을 들어갈 때의 그 기분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저에게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한줄기 빛을 보고 달려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언론사의 경영층은 저에게는 엄청난 위압감을 주었습니다. 저는 약 한 시간에 이르는 면접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여유 있게 웃으면서도 저의 열정과 경험을 말씀드리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꿈을 꾸듯 시간이 흐르고 저는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다음 달 1일부터 출근 가능하세요?
그렇게 저는 R님께 연락을 받은 지 1개월 만에 비록 파트타임이지만 다시 직장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