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구인공고를 하루 종일 찾고 있던 시기, 저는 혹시 시니어를 대상으로 구직을 도와주는 전문 서비스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리저리 찾다 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시니어와 기업을 연결해 주는 서비스가 존재했습니다. 이미 상당한 인지도가 있는 기업에서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일단 사이트의 이곳저곳을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저는 한 가지 신기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 사이트의 시니어들은 대부분 고학력 혹은 고경력(임원급)이 대부분으로 기업의 특정분야에 자문서비스 즉 컨설팅을 제공하는 분들이셨습니다. 즉, 기업에 정규직(혹은 계약직)으로 입사하여 근로자로서 근무를 하는 것이 아니라, 주로 특정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단발성으로 자문을 제공하는 일종의 ‘용역 제공자’ 였습니다.
혹시 저처럼 순수하게 일자리를 찾는 사람도 있을까 하여 둘러보았지만 적어도 저의 분야인 HR에서는 저처럼 실무자 혹은 초급 리더(팀장급)에 해당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결국 이곳은 ‘사람’이 아닌 시니어의 ‘경력’이나 ‘학력’을 기업에 제공해 주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근로자로서 급여를 받기 위함이 아니라 사업소득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이곳의 주인공들이었습니다. 물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평범하게 시니어의 일자리와 기업을 연결하는 것보다 시니어의 ‘역량’을 기업과 연결하는 것이 더 큰 수익이 됨을 충분히 검증했기 때문이겠지요.
사업소득 즉 기업에 용역(특히 지식이나 기술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까다롭습니다. 경력은 기본이고, (박사) 학위와 (취득하기 어려운) 자격증, 최종 직위(C-Level) 등의 조건이 충분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저처럼 평범하게 근로자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언감생심인 조건들입니다. 저는 나름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평범한 시니어를 원하는 기업은 없다
‘평범’이란 과연 무슨 뜻일까요? 적어도 채용과 관련해서는 ‘평범’ 자체의 정의를 내리기보다, 뜻이 반대인 단어를 열거하는 것은 더 쉽지 않을까요?
중견기업 이상에서의 임원 경력
국내외 유명 대학의 박사학위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한 자격증
모두 일반 직장인들이 쉽게 다가가기 힘든 조건들입니다. 적어도 시니어로서 지금까지 해왔던 업무영역에서 소득을 올리는 위해서는 이런 조건들이 없다면 불가능하겠지요. 저같이 평범한 직장인들은 저들 중 하나도 온전하게 내 것으로 만들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렇게 저는 시니어 직장인의 한계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