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문과출신 N잡러 이야기
개발자 T와의 교류는 즐거웠습니다. 처음에는 ‘프롬프트’라는 단어도 모르던 저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AI와 많이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교류를 이어가던 어느 날, 개발자 T는 저에게 진지하게 제안을 했습니다.
공모전에 같이 참여해 보실래요?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 대기업과 같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공모전으로, 선정이 될 경우 대기업과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정된 스타트업에게는 상당한 수준의 사업자금과 사무실까지 제공이 되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혜택이 주어졌습니다. 특히 그 공모전은 AI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었습니다. 개발자 T가 일을 하고 있는 AI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매우 좋은 기회였습니다.
저는 덜컥 겁이 났습니다. 개발 역량도 없는 데다가 AI 초보인 제가 과연 기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심각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안을 듣고 저는 일단 수락도 거절도 아닌 애매한 태도로 조심스럽게 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물어보았습니다. 개발자 T의 대답은 명료했습니다.
HR이 우리가 참가할 공모전의 주제입니다!
그제야 뭔가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통상 이와 같은 공모전은 공동 주최하는 대기업이 직면한 문제들을 기술적으로 해결하는 주제가 주를 이룹니다. 대기업은 문제를 해결하고, 스타트업은 기술도 개발하고 사업자금도 마련할 수 있으니 상호 간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공모전의 세부사항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HR 이슈로 접근할 수 있는 주제가 있었습니다.
개발자 T는 나름 HR 시니어 경력자인 제가 기획을 하고, 자신은 개발 총괄이 되어서 공모전에 참여하고 싶어 했습니다. 물론 일단 선정이 되어야 자금지원이 있기 때문에 근로나 아르바이트의 개념이 아니라 같이 팀을 이루고 도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선정만 되면 모두가 과실을 먹을 수 있겠지만, 실패하면 시간과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All or Nothing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일주일에 이틀을 직장인으로, 나머지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도전도 좋지만, 프리랜서의 일은 투입시간과 성과가 거의 정비례했습니다. 고민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대학 시절, 막무가내로 벤처를 창업하고 매달렸던 일이 생각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