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리심 Aug 07. 2022

의미중독자가 보이는 특징들

예민함에서 생긴 슈퍼파워

상대의 사소한 말에도 의미를 찾게 된다. 나의 오래된 습관이다. 별 뜻 없이 꺼낸 상대의 말에 의미를 찾아 기분이 상할 때도 있다. 가끔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받아들이냐는 말을 듣는다. 그래서 나의 섬세함이 거추장스러웠던 적도 있다. 불필요하게 의미를 찾는 것에 나의 뇌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싫었다.


의미를 부여하는 습관은 TV를 볼 때도 작동한다. 사극에서 등장인물이 하는 대사들 중에 '명분'이라는 단어를 참 좋아한다. 들을 때마다 심쿵한다. 무엇인가를 할 때 이유가 있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라는 명분의 말 뜻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니 말이다. 아마 옛날에 태어났더라면 '명분'중독자가 되었을 테다.



예민함 사람들은 '숨은의미'찾기

달인이 된다고 한다.


의미를 찾는 습관이 남과 다른 나의 독특한 성향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들에 대해 알아보니, 의미 찾기 성향이 나만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숨은의미'찾기는 섬세한 사람들의 슈퍼파워 중 하나였다. 섬세한 사람들은 타인의 말과 행동을 잘 살피고 공감능력이 뛰어나므로 숨은 의미를 잘 찾는다는 것이다. 비록 의미 찾기가 지나치면 예민하다는 말도 가끔 듣지만 말이다.


슈퍼파워를 사용해 덕을 본 경험이 많다. 한창 아르바이트를 많이 하던 대학생 시절, 피자집 사장한테 눈치 빠르다는 칭찬도 받았었다. 사장 왈, 바로 말하거나 돌려서 말해도 내가 자기 말을 척하고 알아듣는다고 했다. 반면에 함께 일했던 내 친구는 상대적으로 눈치 없다는 구박을 받았다. 나의 눈치 빠름은 여태껏 나의 커리어에 큰 도움이 되었다.


가끔 의미 찾기 달인의 삶이 좀 불만스러울 때가 있다. 예민하다는 말을 듣는 것은 그래도 괜찮다. 하지만, 의미에 집착하는 나의 성향 때문인지 하던 일에 싫증을 빨리 느낀다. 새롭게 일을 시작할 때는 이 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파악하고 일에 잘 몰입하는 편이다. 하지만, 그 일이 반복되고 루틴 해지면 일이 갖는 의미를 상실한다. 그리고 그 일에 지루함을 느낀다. 요 근래 빠져있던 그림 그리기도 그랬고 기타 연습도 그랬다. 물론 나의 의미 찾기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으면

삶이 풍요로워진다.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은 역설적으로 덜 행복하다는 얘기가 있다. 행복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행복이 관념이 되고, 그 관념에 어긋나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의미 중독에 빠진 나는 어찌 보면 행복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과 같은 상태일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어떤 것에 의미를 찾다 보면, 의미라는 관념에 빠져 사소한 일상에서 의미를 찾기가 힘들어질 테니 말이다.


어찌 보면 우리의 사소한 일상은 의미 없는 것 같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래서 숨겨진 의미를 찾는 것에 그치지 말고, 의미 없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능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무의미에서 의미를 찾는 것은 한때 유행했던 '무민(無-Mean)세대'라는 말과도 닿아있다. 없다는 뜻의 '無'와 의미라는 뜻의 'mean'이 합쳐져 무의미한 것에서 즐거움을 추구하는 세대들과 같이 무료한 삶에서 홀가분한 일상을 사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볍게 삶을 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커버이미지출처:경실련

매거진의 이전글 지루한 드라마를 참고 보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