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못하겠다면 고민해봐야 할 순간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 모든 사람한테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는 생각보다, 싫은 소리를 하려는 순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다. 그 스트레스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치는 것이 싫어서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피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싫은 소리가 꼭 해야 할 소리가 되는 경우를 여러 번 겪어 왔다.
싫은 소리를 해야 하지만(생각), 하지 못하는(행동) 불일치 상태를 심리학에서 인지 부조화 (cognitive dissonance)라 일컫는다. 그 부조화 상태가 일으키는 심리적 고통은 엄청나다고 한다. 그 때문에 피로, 무기력, 수면장애 그리고 심지어 환각도 경험한다고 한다.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현실을 왜곡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누구나 한 번쯤 이런 경험으로 밤잠을 설쳐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나의 타고난 기질도 한몫을 한다. 남을 지나치게 신경 쓰는 타고난 예민함때문에 괜히 싫은 소리를 해서 남을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다. 남에게 싫은 소리를 하기 위해서는 정말 큰 마음을 먹어야 한다.
참는다고 나아지는 것은 없다
나만 골병이 나는 것일 뿐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다. 오히려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 내가 겪는 심리적 고통은 인지 부조화를 통해 현실 왜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상대도 나아지기는커녕,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 정도가 더 심해지기도 한다. 싫은 소리를 하지 않음으로써 상대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겠지만 내 뜻과 달리 상대는 나를 오히려 쉬운 사람으로 취급할 수도 있다.
왜 내가 모든 피해를 다 떠안아야 하는가?
싫은 소리를 해야 이유는 상대가 잘못했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입은 피해에 더해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심리적 고통까지 떠안아야 한다. 이처럼 피해가 가중되는 것이다. 왜 내가 이 모든 부담을 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남을 신경 쓰는 것만큼 나 자신을 아껴야 한다.
적인지 동지인지 구별할 절호의 기회다
싫은 소리를 수긍하지 못하는 상대라면 인격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인격을 테스트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이처럼 사람의 됨됨이를 힘든 산행을 하지 않고도 알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가. 나의 심리적 고통도 덜어내고 좋은 사람을 선별할 수도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경험상, 싫은 소리를 하면 금방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반성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적반하장으로 너나 잘해라라는 식의 사람도 여러 명 보았다.
싫은 소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니 고통이 되는 것이다.
시선처리가 중요하다
싫은 소리를 하려다 상대의 눈을 보는 순간 할 말을 잊는다. 그래서 사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싫은 소리를 못하겠다. 그렇다고 상대를 보지 않고 말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물론 예의를 차리는 것조차 싫다). 그래서 보고 있지만 보지 않는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바로 어렸을 때 하던 매직아이를 활용하는 것이다. 상대의 코 등을 보고 매직아이로 말해보자. 단 눈이 모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할 말을 글로 쓰고 외워서 말한다
즉흥적으로 말하다 보면 감정이 올라와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감정을 뺀 앵무새가 되는 것이다. 즉 싫은 소리를 대신해줄 연기자가 되어 보는 것이다 (감정을 덜어내야 하므로 너무 뛰어난 연기자는 아니어야 한다). 먼저 해야 할 말을 글로 적어보고 그것을 덤덤하게 읽어 본다. 어쩔 때는 글로 쓰는 동안 생각이 정리되어 싫은 소리를 하고 싶다는 의지(전투력)가 샘솟기도 한다. 글로 적은 것을 암기해서 남 얘기하듯이 해보는 것도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안되면 적은 것을 그냥 읽어 보자. 왜냐하면 남의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연습이 필요하다
모든 것은 평소에 연습을 해야 한다. 이런 것도 연습을 해야 하는 현실이 슬프다. 슬퍼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왜냐하면 더 슬픈 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싫은 소리 중에서 그나마 하기가 수월한 것부터 해보는 것이 좋다. 물건 환불하기나 컴플레인하기가 약간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것들은 일면식이 없는 사람한테 주로 하는 것이니 자주 보는 사람에게 하는 것과는 천양지차이다. 하지만, 이것들조차 나는 쉽지 않았다. 이것이 기본이 되어야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그것도 어렵다면 비대면으로 하자
일단 나라도 살고 보자는 마음이다. 얼굴을 보고 직접 말하는 것이 최고이지만, 그럴 내력이 키워지지 않았다면 간접적인 방법을 써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화상으로 아니면 이메일 혹은 메시지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다지 추천하고 싶지 않지만, 내가 못하면 남에게 부탁하거나 아니면 특정인에게 하지 말고 전체에게 싫은 소리를 하는 것도 현실적인 대안이다.
싫은 소리를 시작하는 문장을 이용한다
최소한 첫 문장을 정해놓고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한데’와 같이 미리 정해 놓은 말을 꺼내면 그다음은 심리적 부담이 줄어든다고 한다. 이런 것을 트리거 문구(trigger phrase)라고 한다. 그리고 싫은 소리를 할 때의 감정의 출렁거림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생활) 싫은 소리는 내가 해야 할 역할의 일부로 생각한다
개인적인 감정 없이 나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프로의식을 갖는 것이 도움이 되었다. 내가 회사로부터 월급을 받는 이유는 이런 것도 하라는 것이다. 회사가 하라고 해서 하는 것도 싫지만 회사 핑계로 마음의 부담을 덜자는 것이다.
고통은 인내해야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참지 않는 것이 답일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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