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자신을 숨기는 방어기제
너 소시오패스 같아!
가끔 나는 이런 말을 아내로부터 듣는다. 아내는 내가 자신의 감정에 공감을 하지 못한다는 것같이 보인다고 한다. 플러스, 내가 표정의 변화가 없다고 말한다 (포커 훼이스, 타짜). 팔랑귀라서 이런 말을 아내로부터 계속 듣다 보니 어쩌면 그 말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또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인터넷에서 어디를 찾아봐도 자기가 소시오패스라는 사람은 없고, 주변에 소시오패스랑 사이코 패스가 넘쳐난 다고 한다. 그 소시오패스들로부터 고통받은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피해사례를 공유한다. 아마 소시오패스는 자신이 소시오패스라고 생각하지 않고 또 자신을 고백하는 글을 쓰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글을 쓰고 있는 나는 소시오패스가 아니라고 소심하게 믿고 싶다.
나는 특별히 소시오패스 검사나 선고를 받지 않았으니 “소시오패스 후보자”정도로 불러야 할 것 같다.
극세사인 나
나는 아주 예민하다. 너무 예민해서 어떤 때는 내 온몸의 세포가 느껴질 때도 있다. 듣고 만지는 모든 감각에 민감하다. 이게 무슨 질병 같은 것일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이 있다. 서치 해보니 이런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외국에서는 나와 같은 사람을 HSP (Highly Sensitive Person)라고 한다. HSP를 설명하는 특징이 나랑 꽤 많이 비슷했다.
무표정한 나
나는 감정을 느끼는 것이 과해서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 때가 있다. 그래서 의식적으로 나의 감정을 억누르고 표정을 감추려 한다. 그리고 비교적 감정 회복력이 약하다. 한번 감정에 빠지면 잘 헤어 나오지 못하는 편이다. 반면에 아내는 화를 내다가 낮잠 한두 시간 자고 나면 새로운 사람이 된다. 어찌 사람이 저렇게 회복력이 뛰어난지 경의로움을 아내에게 느낀다.
“나는 표정을 감출 뿐 감정을 더 강하게 느낀다.”
타인의 감정에 휘말리는 나
남의 감정에 공감하다가 그 사람의 감정에 심하게 빠져든다. 나 같은 사람은 심리 상담사가 될 수 없다고 한다. 아마 상담하러 온 사람의 말을 듣다가 그 감정에 휘말려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려다 자신도 빠지는 그런 유형의 사람이다. 남의 감정에 섣불리 공감하기를 주저하는 (궁색 한) 이유이다. 물론 공감하는 척할 수도 있다. 하지만 흉내 내는 것은 바로 표가 난다. 타인의 감정에 한 발짝 들여놓아야 진정한 공감인데, 그렇게 하는 순간 나는 그 감정에 빠져든다.
“나는 지나친 공감보다 감정에서 오히려 한 발짝 물러난다.”
약간 특이한 나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뭔가를 쉬지 않고 계속한다. 아내는 이런 내 너무 특이하다며 하루는 요즘 유행하는 검사를 하자고 말했다. 무슨 검사인지 다짜고짜 설명 없이 해보자고 했다. 두둥 드디어 소시오패스 검사를 ‘당’하는구나라는 생각에 살짝 긴장했다. 다행히 MBTI 검사였다. 나의 성향을 파악당하는 것으로 그쳤다. 결과는 인프제. 그날 아내가 “네가 그런 성향의 사람이었구나”라고 말하며 조금 이해된다는 듯이 느끼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나는 MBTI를 신뢰하지 않지만 결론적으로 그 덕을 봤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여럿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아내가 나에게 조금 관대해졌다.
아내 왈 “나를 이용하고 있잖아, 소시오 패스야”. 내가 자신을 이용한다고 자주 말한다. 아내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니까, 맞는 말인 것도 같다. 아마 도움을 받는 때 그리고 도움을 받은 뒤 “충분한” 고마움을 표하지 않는 나의 태도가 아내에게 거슬렸다고 한다.
감정에 빠져 같이 힘들어해 주는 게 공감이라고 말한다. 무감정한 듯한 나의 모습을 보고 아내가 “너는 그러니까 이기적인 거고, 소시오패스라는 소릴 듣는 거야”라고 말한다. 공감은 같이 느끼고 힘들어하는 게 맞는데, 힘들다고 제 한 몸 걱정만 한 이기적인 남의 편 놈이었던 것이다.
한 번은 내가 방구석에 앉아 글을 쓰고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하고 “숨어서 혼자 글 쓰고 웃고 있으니 소시오패스지”라고 말한다. 그러지 말고 나가서 좀 놀라는 말을 인다. 난 집에서 노는 것을 너무 좋아하는데 말이다.
혼자 있고 혼자 생각하는 것을 즐기는 나이지만, 자꾸 소시오패스라 부르면 소시오패스 후보자가 진짜 소시오패스로 변할 수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한편으로 안도감이 듭니다. 다이어트에 대해 생각하면 다이어트를 한 것 같은 착각이 들듯이, 소시오패스가 아닌 이유를 생각하니 소시오패스에서 멀어진 기분이다.
배우자가 어떤 사람인지 우선 확인해야 한다.
일단 나처럼 극도로 예민한 HSP인지 확인해야 한다. HSP라면 조금 이해해 주는 게 좋다. 답이 없습니다. 그다음은 MBTI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다. 이것으로 사람을 규정짓는 것은 안 좋지만, 서로가 성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면 관계에 도움이 된다. 그 외에 어떤 과거의 경험과 상처를 갖고 있는지 파악해본다.
배우자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한다.
어차피 좋게 말로 타이르거나 화를 내서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사람은 부정적인 것에 집중하는 본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원시시대에는 이렇게 부정 본능(negativity bias)이 생존에 유리했다는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생존을 염려할 일이 거의 없다. 아직도 배우자의 부정적인 면에 매몰되어 긍정적인 면을 간과한다면 우리는 원시인이다.
소시오패스 검사를 해보라. (취조당한다고 느낄 수 있으니 한꺼번에 묻지 말고, 나누어 물어봐야 한다)
찾아보시면 20가지 정도 문항이 있는데 16가지 이상이 해당되어야 한다고 한다. 배우자가 만약 소시오패스로 판정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저도 잘 모르겠다.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할 것이다.
누구나 약간의 소시오패스적 성향이 있다고 말한다. 그 성향이 발현되지 않도록 정신을 건강하게 할 것이다.
표지이미지출처: https://practicalpie.com/famous-sociopat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