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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리심 Aug 02. 2022

섬세한 거지 자존감이 낮은 게 아니야

나는 지표생물이다

섬세한 사람은 자존감이 낮다고 자신을 오해하기 쉽다. 나도 섬세한 사람으로서 ‘자존감이 낮은 것이 아닐까’라고 과거에 생각했었다. 오히려 반대로 나는 자존감이 높은 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섬세한 사람은 자존감이 낮아지기 쉬운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섬세해서 자존감이 낮은 것은 아니다.


섬세한 사람은 왜 자존감이 낮은 것처럼 보일까?


섬세해서 자존감이 낮아 보이는 사람에게 자존감을 키우라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다. 자존감이 낮아 자신을 소홀히 하는 사람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섬세한 사람이 자존감이

낮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


*섬세한 사람과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얼핏 보아 비슷해 보인다. 그렇게 보이는 특징들이 있기 때문이다.


1) 상대의 칭찬과 호의를 의심한다.

합리적인 의심이다. 섬세한 사람은 남을 잘 관찰하고 행동과 말에 숨은 의도를 잘 파악하고 또 직관이 뛰어나다. 그래서 타인의 진정 어린 칭찬과 호의는 말하지 않아도 잘 감지하므로, 쓸데없이 의심하지 않는다. 섬세한 사람이 타인의 호의를 의심하는 이유는 의심할 만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중에 확인해보면 대체로 그 의심이 맞았다.


2) 남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식하고 행동한다.

섬세한 사람은 말 그대로 섬세한 감각기관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타인의 말, 행동, 몸짓, 표정 등의 자극들이 강하게 감지된다. 자극이 강하게 들어오니 의식을 하는 것일 뿐이다.


3) 내 능력에 한계를 둔다. 자신에 대한 기대치도 낮다

섬세한 사람은 남의 의견과 비판을 수용한다. 마찬가지로 자기를 객관화하는 것에 뛰어나다. 때로는 너무 엄격한 객관화가 자신을 아끼지 않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 또한 자기 객관화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의 한계를 잘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무리하게 자신에게 큰 기대를 갖지 않는다.


4) 남과 자신을 비교한다.

비교는 자연스럽다. 남이 커 보이는 것이지 내가 작아진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자신을 작게 보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도 차이가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때때로 남에게 비굴하게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섬세한 사람은 약자와 강자를 가리지 않고 타인을 배려한다




섬세하지만

자존감 높은 사람이 보이는 특징


1) 혼자 있는 시간에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활동을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짐으로써 불필요한 외부의 자극을 줄이면, 섬세한 사람들은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다. 이렇게 집중하는 시간 동안 자신을 계발한다. 외롭다고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에 열정을 쏟는다. 때로는 쉬지 않고 꾸준히 무엇인가에 몰두하는 경우가 많아서, 지인들로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나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글쓰기, 그림 그리기, 악기 연주 등 나를 표현하는 생산적 활동을 좋아한다. 이것만으로도 내가 나를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 당신의 직업을 확인해보면 당신이 섬세하고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1이나 소그룹 커뮤니케이션이 활용되는 직업: 동시적 자극이 제한되는 환경에서 업무수행력이 좋아서, 소그룹으로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요구를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한다.

남을 보살피는 직업군: 타인에 대한 애정과 요구를 잘 파악하므로 병원 관계자, 치료사, 상담사 등이 잘 맞는다.


창의적인 프리랜서들:  스케줄과 환경을 자신에 맞게 통제할 수 있어 업무효율이 높다.


핵심 가치를 중시하는 직업들: 도덕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이것을 수호하는 직업을 많이 한다.




섬세한 사람이 자존감을

잃지 않는 법


내가 평소에 활용하는 방법들이다. 섬세함을 줄여 외부의 자극에 압도되지 않도록 해준다. 그렇게 하면 자존감을 잃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1) 스트레스를 잘 관리해야 한다. 스트레스는 감각기관을 민감하게 만들어 더 섬세한 사람이 되게 한다.

2) 자극을 느껴지는 것보다 의식적으로 줄여서 생각하는 것이 좋다. 감각이 남들보다 더 민감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3) 회복할 수 있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변 사람을 포함한 외부의 자극들과 아름다운 거리 유지하고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해 적절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익숙한 것과 새로운 것을 적절히 섞어서 생활하면 좋다. 익숙한 것 만으로는 지루함을 느끼고, 약간의 새로움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루틴이 있어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섬세한 내가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것은 지나서 생각해보니 축복이었다. 내가 살던 시골 마을은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곳으로 외부 환경에서 오는 자극이 적고 변화도 없어 말 그대로 정적인 곳이었다. 섬세한 나를 지킬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었던 셈이다.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한 학년이 30여 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모든 아이들이 한 반에서 6년 동안 같이 공부했고, 중간에 전학을 간 두 명을 빼고 함께 졸업했다. 그다음에 진학한 중학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되어 도시에 있는 학교로 진학하니, 내가 살았던 시골마을이 나에게 딱 맞는 곳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도시는 자극이 넘치고, 많은 친구들을 상대했어야 해서 섬세한 나로서는 삼 년 내내 버거웠었다.


섬세한 사람은 어쩌면 ‘지표생물’ 같은 것이 아닐까? 아무 데서나 살 수 없고 자신에게 맞는 곳을 찾거나 만들어 살아야 하니 말이다.





 섬세함을 잘 다루는 지혜와 요령만 갖추면, 섬세하면서 자존감 높은 사람으로 살 수 있지 않을까?




커버이미지출처: mpowermind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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