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 똥, 내 똥

by 권경덕

동네 보건소에 갔다. 새로 시작하는 초등학교 급식 알바를 하는 데 보건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검사는 흉부 엑스레이 검사와 장티푸스/이질 검사 두가지다.


접수를 하고 엑스레이 검사실부터 들어갔다. 상의를 탈의하고 초록색 가운을 걸쳤다. 직원 안내에 따라 손 등을 허리에 올리고 가슴을 기계에 밀착한 다음 턱을 올렸다. 찰칵. 순식간에 흉부 엑스레이 검사를 마치고 장티푸스/이질 검사실로 들어갔다. 이 검사는 다른 말로 항문 검사라고 한다. 그러니까 그 사람의 변을 통해서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좀 딱딱한 말로 수인성 질병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것이다.


검사 방식은 원시적이다. 담당 직원이 면봉과 기다란 유리 용기를 건내주면서 "면봉을 항문에 이만큼 넣었다 빼서 유리 용기에 담아오세요." 라고 말한다. 면봉보다 굵직한 것도 잘도 나오는데 그 정도 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화장실 변기 칸에 들어갔다. 요령있게 작업을 진행해보려 하지만 어정쩡한 자세는 그렇다 치고, 평소답지 않게 비협조적인 항문때문에 애를 먹었다. 지 내킬 때 아니면 주둥이를 꽉 다물고 있다. 고집이 대단하다. 뭐 묻은 면봉을 투명한 유리 용기에 담는 것도 어색한 일이다. 누가 그러던데 어떤 사람은 그냥 수돗물 살짝 묻혀서 제출하기도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작업 과정 자체도 어색한데다가 작업물을 들고 사람들과 마주칠 때의 민망함도 한 몫 할 것이다.


매일 싸는 똥이 이렇게 어색하고 민망한 존재가 된 것은 수세식 변기 때문인 것 같다. 매일 변기에 앉아 볼 일을 봐도 똥은 금새 사라진다. 물 속에 잠깐 잠겨 있다가 버튼 하나로 금방 씻겨 내려가버리니까, 도무지 똥을 볼 겨를이 없다. 어쩌다 봐도 흠짓 놀라게 되고 냄새도 잘 못견딘다.


이전에 똥으로 퇴비를 만들어 농사를 짓는 곳에서 하룻밤 머문적이 있다. 돌아오기 전까지 별 소식이 없어서 화장실 갈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점심 먹은 직후에 신호가 왔고 서둘러 화장실을 찾았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화장실인데 변기 바닥이 뻥 뚫려있고 옆에는 톱밥이 가득 담긴 상자가 있었다. 그 아래를 보는 순간, 신세계가 펼쳐졌다. 변기 구멍을 들여다보니 깊고 넓은 지하 공간에 출처를 알 수 없는 똥들이 톱밥과 함께 한 가득 쌓여 발효되고 있었다. 정말 니 똥 내 똥 할 것 없이 한 무더기로 어울어져 이듬해 농작물을 기르는 존재가 되기까지 숨죽이고 있는 모습에서, 아우라가 느껴질 정도였다. 냄새가 나지 않는 것이 신기했고, 더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 곳에 내 몫의 똥을 보탤 수 있어 뿌듯하기까지 했다.


보건소에서는 작업물을 무사히 제출했다. 검사를 잘 마무리 했으니 똥을 생각할 일은 당분간은 또 없을 것이다. 오늘도 내일도 변기에 앉겠지만 똥이 시야에 들어올 일도 잘 없을 것이다. 더러운 것은 멀리하고 매일 씻는 교육을 받은 덕분에 검사 결과도 이상 없을 것이다. 덕분에 학교 급식실에서 일도 잘 시작하게 될 것이다. 일해서 번 돈으로 일용할 양식도 밥상에 잘 올리게 될 것이다.


다만 이따금씩 더러운 생각이 떠오를 것 같다.



그 날 내가 본 똥은 몇 명의 밥상에 올라갔을까,

언젠가 우연히 내 밥상까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럼 결국 니 똥은 내 똥이 되는 걸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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