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창에 소개라고 치면 '자기소개서', '자기소개서 양식', '자기소개서 잘쓴예' 가 순서대로 뜬다. 그 다음에도 비슷한 문구가 이어지다가 '소개팅 어플'이란 문구가 슬쩍 껴있고, 그 다음에 '자기소개서 성장과정 예시', '자기소개서 지원동기 예시' 같은 자기소개서 매들리가 다시 이어진다.
어떤 사람을 상상해본다. 취업을 위해 자기소개서 쓰는 법을 찾아보며 열심히 자기소개서를 쓰고 있는 사람. 그러다 서른 일곱번째 자기소개서를 쓸 즈음에 문득 연애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슬쩍 소개팅 어플을 검색하는 사람. 어플 속 사람들의 프로필을 둘러보며 '아 여기도 자기를 어필하기 위한 사람들이 많구나. 이렇게 둘러보고 있으니 마치 내가 면접관이 된 기분인걸' 하며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 이내 정신이 돌아와 침울한 얼굴로 다시 자기소개서를 쓰는 사람. 그러다 서른 어덟번째 자기소개서는 좀 더 극적으로 쓰고 싶다는 생각에 '자기소개서 성장과정 예시'를 검색하는 사람! 어디까지나 상상이지만 말이다.
소개를 이렇게 어렵고 침울하게 만든 이는 누굴까. 하루키는 '원고지 4매에 자기 소개 하는 법'을 묻는 한 취업준비생의 질문에, 그건 애초에 불가능하니 차라리 굴튀김에 대해 써보는 건 어떻냐고 제안한다. 그러면서 '당신이 굴튀김에 관한 글을 쓰면, 당신과 굴튀김의 상관관계나 거리감이 자동적으로 표현되기 마련이고, 그것을 끝까지 파고 들면 자신에 관해 쓰는 일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하루키가 쓴 굴튀김 이야기 중에 일부를 소개하면 이렇다. "튀김옷과 굴이 내 입 안으로 들어간다. 바삭한 튀김옷을 씹을 때의 감촉과 부드러운 굴을 씹을 때의 감촉이 당연히 공존해야 할 식감으로 동시에 감지된다. 미묘하게 뒤석인 향이 축복처럼 입 안에서 퍼져간다. 나는 지금 행복하다."
면접관이 이 글을 보고 하루키를 합격시킬지 떨어뜨릴지는 모르겠으나, 굴튀김과 교감할 때 하루키가 느끼는 맛과 행복감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나도 모르게 배달 어플에 들어가 굴튀김을 검색하고 싶어진다. 굴튀김을 먹고 나온 하루키는 이렇게 적는다. "역을 향해 걸어갈 때, 나는 어깨 언저리에서 어렴풋하게 굴튀김의 조용한 격려를 느낀다. 그것은 결코 신기한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나에게 굴튀김은 일종의 소중한 개인적 반영이니까." 굴튀김이 자신을 격려해주고, 굴튀김이 자신을 반영한다고 말한다. 이쯤 되면 하루키와 굴튀김 사이의 경계는 흐려지고 하루키가 굴튀김인지, 굴튀김이 하루키인지 헷갈린다. 하루키를 소개하는 글인데 하루키는 슬쩍 사라지고 어떤 묘한 물아일체의 상황만 남는다.
자기소개이면서 자기소개가 아닌 글. 나이면서 내가 아닌 상황. 혹시 하루키는 굴튀김 이야기를 통해 자기소개는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자기소개는 불가능하지만 뭐든 깊이 파고들어 그것에 대해 쓰면 그것이 나를 말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 하루키가 굴튀김을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굴튀김이 하루키를 이야기하는 마술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하루키 말을 믿는다면 자기소개가 막힐 때, '자기'는 잠시 접어두고 대상을 찾아 깊게 파보면 어떨까. 내가 아니라고 믿거나, 나와 무관하다고 믿는 다른 무언가를 골똘히 파고 들어가다보면, 그 무언가가 나를 더 잘 이야기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