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월희 Nov 10. 2023

'아무나 하는'의 극렬한 공포: 운전면허 취득기(1)

운전면허증을 안 땄다. 심지어 친척이 운전면허증만 따면 차도 사 준다고 했는데 나는 안 땄다. 필요성을 못 느꼈다. 나는 성향상 당장 필요한 영역이 아니면 우선순위에서 한참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나에게 있어서 차는 불필요했다. 대학교도 지하철을 이용해서 총 1시간이었고, 직장 역시 동일했다. 그리고 성향도 집순이고, 그에 맞추어 직업 역시 처박혀 있어야 하는 쪽이라서 더더욱 움직임은 덜했다. 차가 필요할 땐 주변에서 알아서 해결하였으며, 설령 차가 없어 불편함이 생겨도 나는 그걸로 불만이 없었다.


그럼에도 나는 항상 말은 했다. 운전면허증 올해는 따야지... 라고 정말 말만 했다. 그래서 막상 따겠다고 할 때 주변에서 잘 안 믿었다. 저 소리가 몇 년째냐... 이런 반응이었다. 그런데 나는 또 하겠다고 할 때는 실행력은 좋은 편이라서 바로 학원에 등록해서 그날 학과교육을 들었다.




내가 이렇게 갑자기 따라고 해도 안 딴 운전면허증을 따려고 한 것은 두 가지 이유인데, 첫 번째는 변화가 필요했다. 나의 성향과 직업의 성향이 모두 고정적이다 보니까 내 일상은 정말로 거의 변화가 없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비슷하겠지만 너무 챗바퀴에 돌아가고 있고, 변화도 없고, 좀 더 다른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해서 떠오른 것이 운전면허증을 따야겠다는 것이었다.


또 그와 함께 맞물린 이유가 바로 '부모 케어'란 것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시고, 지금은 아니지만 언제가는 거동이 불편해지실 수 있다. 그러할 때 내가 운전면허증이 없다면 답이 없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아버지가 나를 태우고 다니는(...) 상황인데, 이걸 과연 언제까지 가능할까 싶었다. 그리고 새벽에 이따금 부모님 몸이 안 좋으실 때가 있는데 119를 부르자니 너무 요란딱딱한 것 같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자니 탈이 날 것 같고, 이도저도 아닐 때마다 내가 차를 운전할 수 있다면 일단 병원에 가는 문턱이 훨씬 더 낮아질 것 같았다.


이 두 가지 이유가 결국 나를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하게 만들었다. 필요 없다 생각하면 한없이 안 하지만, 필요하다고 느끼면 바로 하는 것이 어쨌든 내 장점이자 단점이다. 그리고 이 운전면허학원에 등록한 것으로 나는 운전면허증을 따는 근 한달 간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야했다.



작가의 이전글 키보드에 정말 사이다를 뿌릴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